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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l 06. 2020

같이 놀자!

  어릴 적 생각했었습니다. 먼 미래 2020년에는 하늘 나는 자동차가 나오고 모든 집에는 로봇이 한두 개쯤 구비되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말입니다. ‘2020 우주의 원더키드’가 실현 가능할 것이라 꿈꿨는데 ‘원더키드’는 커녕 우리 아이들은 ‘코비드 키드’로 살고 있습니다.


  ‘코비드 19’이 터지고 어른들도 어른들이지만 아이들이 안쓰럽습니다. 학교를 좋아하고 친구들을 좋아하는 저희 집 두 녀석들도 넘쳐나는 시간과 에너지를 주체 못 해 매일매일 시간 보내는 것이 일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놀 것을 찾아 어슬렁댑니다. 하루는 종일 종이접기를 하고, 만들기를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날은 오전, 오후 나뉘어 자전거로 동네를 돌기도 하지요. 자전거가 지루하면 롤러스케이트로 갈아타고 달립니다. 아직 다섯 살인 둘째는 한 발로 타는 묘기도 부립니다. 심지어 큰 아이는 어릴 적 놀던 로봇 장난감을 모조리 꺼내 물걸레로 깨끗이 닦기까지 합니다. 운동을 하던 녀석이라 좀이 쑤시는 것이 물리적으로 눈에 보일 지경입니다. 그냥 걸어 다녀도 될 것을 ‘다다다다’ 뛰어다니고 엄마, 아빠 일에 온갖 참견을 합니다. 원래가 아이들의 시간이란 어른보다 느려 아마 제가 느끼는 체감 속도보다 아이들 시간 속도가 더 지루한가 봅니다.


  아이들이 ‘코비드 19’으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 게 벌써 넉 달 째입니다. 친구들을 만나 마주 보고 놀아야 할 아이들이 집에 갇혀 부모님 하고만 지내야 하니 슬슬 욕구불만이 생깁니다. 특히 올해 학교에 입학했던 둘째는 종종 심통 난 얼굴입니다. 제 옷을 붙들고 ‘오늘은 뭐해?’라고 묻지요. 아이를 데리고 사람이 없는 틈을 타 공원에라도 나가보지만 아이는 공원이 아닌 친구가 필요한 것이지요. 아이를 다시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제게 말합니다.


-엄마 같이 놀자!




   그날 이후로 엄마이며 요리사이고 선생님, 운동코치까지 했던 제 직업이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 아이의 ‘친구’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생긴 것이지요. 이미 지나 온 제 시간을 되돌려 다섯 살 어린 마음으로 아이와 놀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위에 나열한 어떤 역할보다 ‘친구’의 역할이 가장 어렵고 힘들더군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인형놀이’ 저는 이미 다 해본 놀이이니 지루 할 뿐입니다. 한 시간 정도 함께 논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겨우 10분 지나 있을 뿐, 정말 즐거워서가 아니라 어떤 의무감에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신나게 했던 마론인형 놀이가 따분할 줄이야. 저도 모르게 하품이 나옵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아이.


-엄마 재미없어요?


뜨끔합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신이 난 표정을 짓고 말합니다.


-아니야, 너무 재미있어.


아이는 제 대답을 듣고는 다시 놀이에 열중합니다. 제 마론인형의 역할은 엄마이며 동시에 막내 동생. 함께 놀 때면 주체자는 아이가 됩니다. 아이의 말에 따라 인형의 옷도 갈아입히고 동생의 역할도 합니다. 아이는 만화영화를 볼 때보다 더 심각하게 놀이에 열중하지요. 반복된 패턴이지만 혼자가 아닌 누군가 함께 같이 인형 놀이를 한다는 것이 아이에겐 큰 만족감을 주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겐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짧아도 본인에게 열중해 주는 시간이, 함께 소통하며 상호작용 할 친구가 간절했던 것이지요. 신나게 노는 아이를 보며 생각합니다. 이 아이가 자라 처럼 어른이 되어도 자신의 마음 말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그리고 그 친구 중 하나가 바로 엄마인 저였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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