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특별하지 않아요
'공감'을 구독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에 배포하는 국정홍보잡지다. 뉴스로 전달되는 국정 소식을 활자로 찬찬히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주 1회, 60여 페이지 분량, 풀칼라로 발행되며 무료다. 표지 뒷장과 포개지는 마지막 페이지에 '공감感'이란 코너가 있다. 여기에는 몇 사람의 '글과 그림'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고정적으로 게재된다.
이 페이지에 글과 그림을 싣는 이들은 대부분 대학교를 나왔거나 등단을 해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 전*수(12)군이 있다. 물론, 전 군은 대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초등학교에도 안 다닌다. 홈스쿨링 한다. 그림책을 몇 권 출간했으며, 현재 그가 사는 제주도에는 전 군의 원본 작품을 공개하는 상설 전시관이 있다.
나는 갑자기 궁금해 졌다. 전 군이 아니라. 그의 부모가. 당장에 손끝 터치 몇번으로 수년간의 기록이 쏟아 졌다. '영재 발굴단'이라는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천재 작가로 처음 알려졌다. 전 군이 어렸을 적에 엄마 손목과 발등에 그림을 그렸는데, 엄마는 지워질까봐 아예 문신을 했다. 아빠는 공기업 직원이다. 지적장애아를 한명 입양했다.
나는 갑자기 궁금해 졌다. 전 군이 아니라. 그의 부모가.
'부모의 그 어떤 철학 속에서 마음 껏 꿈을 펼치는 행복한 아이로구나..' 싶다. 전 군의 미술 작품 활동은 여느 전업 작가와 다름 없다. 그가 쓴 글들은 '초등학교를 오래 전에 졸업한게 아닐까'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쪽 세계를 잘 아는 작가 엄마가 아이를 작가로 키우는 중이다. 전 군은 사남매의 맏이다. 가정 안?에서 책임감을 배운다고 한다.
불현듯 송*근(23) 군이 오버랩 된다. 오래 전, 송 군(교사 부모님에 외아들)도 7세에 대학에 입학하는 등 천재로 세간에 주목을 받았었다. 지금은 평범한 청년이다. 그가 소년시절에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부모님과 세상에 휘둘렸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다. 어른같은 어린이를 우리가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 군을 응원한다.@
#산문 #ym #아이들은원래행복하게태어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