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강아지의 성장
낮에는 강아지 용품점에 가서 목줄과 장난감을 골랐다. 우리 강아지는 아직도 줄이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면 가던 길도 멈춰 서서 줄을 떼어내려 바둥거리고, 몇 발짝 걷고 나면 목 언저리가 간지러운지 주저앉아 긁어대기 바쁘다. 하지만 어떡하겠어, 사람과 같이 살고 산책도 나가려면 익숙해 져야지.
밥을 줄 때 내가 밥그릇을 들고 서 있으면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앉는 것은 익혔다. 앉는 건 굉장히 잘한다. 약간 게으른건가 싶을 만큼 잘 앉는다. 너무 기특하다.
강아지 용품점에서 목줄을 사고 나오는 길에는 까맣고 큰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한 노부부가 한참 동안 우리 강아지를 예뻐해 주었다. 근처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산책 나온 우리를 마주치면 역시 한 마디씩 말을 건네 오고, 강아지랑 벤치에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서로 “어머, 지금 봤어?” 하거나 “너무 작고 예쁜 강아지네요.” 하고 우리에게 다정한 말들을 건네준다. 나는 이 아이가 6개월 내 역변(!)할 것을 알기 때문에(라고또는 어릴 때랑 커서 얼굴과 색깔 변화가 크다!) 내가 지금 마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파트너는 우리 강아지가 예쁨 받을 때마다 그저 흐뭇한 모양이다. 방금 저 사람들 반응 봤냐며 기쁨에 씰룩거리는 볼 근육을 감추지 못한다.
오늘 산책 중에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가 남기고 간 오래된 똥을 주워 먹었다. 하도 맛있게 먹길래 뭘 먹는 건지 들여다보다가 그 똥 안에 하얀 벌레들이 꿈틀거리는 것까지 보았다. 기겁해서 스피케네에게 연락했더니 걱정 말고 약국에서 약 사다 먹이라며, 곧장 스피케가 주기적으로 먹는 구충제 사진을 전송해 주었다. 스피케는 약 냄새를 맡으면 밥을 안 먹으려 든다지만, 내 생각에 이 아이는 분유에 타 주면 꿀꺽 잘만 먹을 것 같다.
강아지가 낮잠 잘 때 내가 곁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세는 그대로여도 어느새 고개만 빼꼼히 솟아 있는 강아지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우리가 자리를 옮기면 우리를 향해 자기 얼굴 위치를 옮겨 가면서 잠을 잔다. 옷장을 열면 자기도 옷장 안에 머리를 넣고 안을 들여다보려 하고, 장문을 닫을 때는 눈치껏 적당한 타이밍에 뒷걸음질로 빠진다. 깊이 잠이 든 것 같다가도 내가 방을 이동하면 벌떡 일어나서 뒤따라온다. 뭐 하나 들여다본 다음 내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면 강아지도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엎드린다. “강아지처럼 졸졸졸 쫓아온다”라는 표현이 왜 있는 건지 정확히 이해했다.!
강아지가 집에 온 지 11주 되던 날에는 기념비적인 일도 하나 있었다. 첫 3주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 아니면 파트너가 강아지가 자는 거실에서 함께 잠을 잤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잘 수는 없는 것(우리는 강아지와 침대는 공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래서 갑작스럽겠지만 며칠 전 따로 재우기를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의외로 성공적이었다.
강아지는 밤에 울지 않았고 중간에 내가 물 먹으러 나가거나 화장실 갔다가 다시 방에 들어갈 때도 따라오지 않고 자기 있던 자리에 얌전히 엎드려 있었다. 고개는 나의 움직임을 따라다녔지만, 내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이 아이에게 큰 동요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을 보며 안심했다.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불어나는 만큼 정신적 성장 역시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오줌은 잘 참는 것 같다가도 어쩔 땐 5분에 서너 번도 눈다. 오늘 같은 경우는 잘 지나갈 것 같다가 오후에 몇 차례 집 안에 실수를 했다. 요로감염증, 잘 낫고 있는 거겠지?
오후에는 일주일 만에 다시 목욕을 시도 했다. 원래 강아지 목욕은 텀이 짧은 경우 3주에 한 번, 긴 경우 세 달에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는데(자주 하면 피부가 건조해져서 피부병에 시달릴 수 있다고 들었다) 몸에 물이 닿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 씻겨 보았다. 그러나 문제는 목욕보다 이후의 드라잉. 지금이야 그냥 둬도 잘 마르지만 한 겨울엔 드라이어로 말려줘야 할 텐데, 드라이어 소리만 들어도 질겁을 하고 바람이 얼굴에 닿으면 덜덜 떨며 줄행랑을 치는걸 어떻게 해줘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때 케널에서 선물로 받아온 강아지 쿠키가 생각났다. 그래서 드라이어 소리가 들리는 동안에만 평소에 주지 않는 이 강아지 쿠키를 주고, 드라이어가 꺼지면 쿠키도 없는 그 연습을 반복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가져온 쿠키. 하나가 얘 입 보다도 큰 것 같아서 잘게 부수었다. 강아지는 처음 접하는 쿠키가 너무 맛있었는지(그동안 엄마 젖과 애기 분유, 퍼피용 사료밖에 안 먹였으니 눈 돌아가는 맛이었겠지)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뚫고(그러나 언제든 뒤로 도망칠 수 있게 몸을 길게 앞으로 뺀 채로) 쿠키를 입에 넣고자 애를 썼다. 오늘의 헤어드라이어 연습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어 나머지는 수건으로 털어내려는데도 강아지는 여전히 쿠키를 아쉬워했다. 차라리 연습을 더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몇 번인가 혼자 화장실로 뛰어가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쿠키를 찾는 모습을 보았다. '분명히 여기서 먹었는데, 여기 있었는데' 하는 느낌으로 화장실 이곳저곳을 빙글빙글 훑었다. 심지어 쿠키 더 달라고 우는 소리도 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쿠키는 헤어드라이어가 작동중일 때만 나오는 보상으로 삼기로 했다. 내가 나 좋아하는 과자를 내가 원하는 때에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 괴롭고 화가 나지만 너는 강아지니까 어쩔 수 없어…. 대신 다음 목욕을 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