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다이어트, 그리고 자존감
어제저녁부터 간절하게 삼겹살이 당겼다. 분명 저녁을 먹었는데도 묘하게 코 끝에서 삼겹살의 노릿한 향이 맴돌았다.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삼겹살을 구워야지'라는 굳은 다짐으로 부지런히 아침부터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웠다. 남편이 어리둥절해하며 묻는다. "아침부터 삼겹살 먹어도 돼?". 나는 대답한다. "아침에 단백질 많이 먹어야 살 빠진데!"
삼겹살에 단백질 함량이 높은지, 지방 함량이 높은지에 대한 논의는 제쳐두기로 하자. 오늘도 난 이렇게 나와 남편의 몸을 대상으로 다이어트를 위한 '삼겹살 생체실험'을 진행했다. 많은 다이어터들이 공감하듯이, 우리는 누군가 효과적인 다이어트 비법을 공유해주거나 관련 기사라도 나오면 즉시 시도해본다. 나에게 좀 더 잘 맞는 다이어트 비법이길 바라며. 때문에 우리는 잔인(?)하게도 자발적인 생체실험의 실험자이자 피실험자가 된다.
며칠 전 신기한 광고메일을 받았는데, 이상하리만치 메일의 내용에 압도되어 자칫 영업당할 뻔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사람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아는가?. 바로 '더(More)'이다."
"사람들이 제일 간절하게 원하는 게 뭔지 아니?
답변은 매우 심플해. 바로 '더(More)'란다.
그들은 일로서 '더' 성공하길 원해.
그들은 '더' 많은 행복을 원해.
그들은 관계에의 '더' 많은 열정을 원해.
그들은 '더'많은 돈, '더' 많은 에너지, '더' 높은 생산성, '더' 의미 있는 것을 원하지.
모든 사람들은 인생이 줄 수 있는 더 좋은 것을 원해, 그렇지?"
- 현시대의 데일 카네기나 로버트 기요사키를 꿈꾸는 자기 계발 코치의 영업 메일 중
우리는 언제나 더 효과적인 삶의 방법을 찾는다. 요새는 관련해서 '라이프 해킹'(삶의 방법 해킹)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수험생은 '공부방법', 취준생은 '자소서, 면접비법', 직장인은 '회사에서 인정받는 법', 사업가는 '영업비법', 부모는 '육아법'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더 잘 사는 방법을 찾고, 스스로에게 적용해본다. 당연히 대부분은 실패하기 마련이지만, 간혹 나에게 딱 들어맞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A/B테스트를 해 가며 각자에게 적합한 '더 나은 삶의 방식'들을 하나씩 발견해나간다.
정신과 전문의 유은영 교수의 저서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에는 이런 소제목이 있다. "자존감 그 망할 놈의 자존감". 망할 놈의 자존감.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영어: self-esteem)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자아존중감이 있는 사람은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고,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된 사람은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다.
- 출처 : 위키피디아
자존감은 우리가 스스로 목표한 바를 성취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자기 효능감이 커질수록 높아진다. 그러나 삶에서 내 마음으로 이뤄진 것이 몇 개나 있었을까. 학교 성적, 대학, 진로, 취업, 연애, 직장생활, 인간관계 등등. 돌이켜보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에 휘둘리거나 환경에 휩쓸리는 경우가 더 많다. 삶의 본질이 본래 그러한 걸까? 하지만 내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존감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 혼자 산다>라는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델 한혜진이 어느 방송에 출연하여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서 제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몸 밖에 없더라고요
정말로 그러하다. (사실 내 의지로 몸도 잘 안 바뀌는 것 같지만..) 우리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 속에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때문에 요새 '기상 후 이불 정리하기'처럼 매일 아주 작은 습관들로 삶의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들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 이처럼 365일 다이어터의 여정은 단순히 아름다운 몸을 갖고자 하는 욕구를 넘어서, 자기 통제력을 통해 자존감을 단단히 쌓아 올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지금 나는 몹시 배가 부르다. 이 포만감이 오후까지 지속되길 희망하며, 오늘의 생체실험이 성공적인 다이어트로 이어지길 바란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난 오늘도 생체실험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