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끝장 서울살이 생존일지
하루는 새로운 간판을 달며 오픈 준비를 하는 가게를 보았다. 우리 동네에 어떤 가게가 생기나 궁금해서 내부를 슬쩍 봤는데 식당인 거 같았다. '제발 내가 좋아하는 메뉴 중에 하나였으면..'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제자리에 서서 간판명이 보이길 기다렸다. 조! 개! 구! 이!
만족스러웠다. 사실 처음에는 족발이나 양꼬치, 샤부샤부 중에 하나였으면 했지만 조개구이도 나쁘지 않았다. 조개구이는 맛없기가 더 힘든 아주 안정적인 메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기본 단가가 높기 때문에 자주 가진 않을 것이고, 월급날 정도 가면 되는 적당한 방문 주기가 예상되었다.
나는 바로 사전학습에 들어갔다.
- 조개는 두 장의 판판한 껍데기로 몸을 둘러싸고 있는 연체동물로...
- 100g당 49칼로리. 저지방-저칼로리로 다이어트에 효과적...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월급도 받았겠다 새로 오픈한 그 조개구이 집으로 친구를 데리고 갔다.
"너무 일찍 왔나봐. 우리밖에 없네?" 친구가 말했다.
"그렇네. 조용하고 좋다. 여기 오픈한 지 며칠 안돼서 나도 처음이야."
나는 식당 메뉴판을 가리키며 무엇을 주문할지 친구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엔빵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무척 신중했다.
"넌 조개구이가 좋아 아니면 조개찜이 좋아?"
"음.. 조개구이는 잘 구워야 맛있어. 잘 못 구우면 조개 육즙이 새어 나와서 맛이 없거든. 육즙을 잘 지키면서 구워야 해 "
"아 그래? 그럼 조개찜이 먹기 편하겠네?"
"반반이 되면 젤 좋은데 메뉴판에 그런 건 없어."
"아 나도 반반 먹고 싶다. 결정하기 쉽지 않네. 떨려."
"이제 결정해야 할 거 같은데 그럼 이번에는 안정적인 조개찜을 먹고, 맛있으면 다음번에 구이도 먹어보자.”
친구는 백분토론의 손석희 같은 진행으로 이 집이 맛있으면 또 올 것이니 먼저 조개찜을 먹어보자고 제안했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주문을 마치고 식당을 둘러보니 조개구이집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듯했다. 남편 분은 주방에서, 아내 분은 홀에서 업무를 보고 계셨다. 주문한 지 20분쯤 지나니 주방에서 은색 찜통이 나왔고 신속하게 우리 테이블로 전달되었다.
뚜껑을 열자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이 눈을 촉촉하게 했고, 향긋한 바다내음이 코를 찔렀다. 찜통 속의 조개들은 모두 튼실한 모습으로 먹음직스러웠다.
공격수 격에 가리비, 미드필더 대합, 골키퍼 키조개까지 차곡차곡 찜통을 채우고 있었다. 미리 만들어 놓은 간장+와사비 소스와 초장 소스를 젓가락 동선에 맞게 위치를 재점검하고, 맨 먼저 가장 위에 있는 가리비를 집어 한입에 넣었다.
‘와우 인크레더블! 말도 안돼. 이건 꿈일거야’
가리비 하나 입에 넣었을 뿐인데... 미각을 잃고 혀도 마비시킬 만큼 강력한 짠맛에 소름이 돋았다. 당황해서 친구를 쳐다봤다.
"괜찮아, 진정해. 큰일 아니야.”
"미안하다..."
그 순간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포용력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오늘 5만 원만 손해 보면 되지만, 이 조개구이집 부부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적자가 발생할까’
우리는 말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먹을 수 있을 만큼 입에 더 넣어보고 조용히 일어나자고 눈빛을 주고받았다.
조개를 집어서 입에 넣으려는데, 카운터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우리 테이블로 걸어오셨다.
"맛은 좀 어때요?"
"아.. 맛이요?"
"네. 입맛에는 맞으세요? 오늘 수산시장에서 갓 들어온 조개라 맛있을 거예요."
"아.. 오늘 들어왔구나.."
"네. 맛은 어때요?"
"아.. 조개가.. 사실 너무 짜서 먹기 힘들어요."
조개구이집 아주머니는 0.1초 만에 상냥했던 미소를 거두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조개가 그럼 바다에서 왔는데 당연히 짜죠!"
신장개업 부부를 위해 용기내서 진실을 말한 나는 뜻밖의 가르침을 받았다.그리고 조개가 바다생물인 것도 모르고 온 불청객이 되었다.
'사장님..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이제는 속지 않는다. 답정너가 던지는 미끼를 덥석 물지 않는다! 가끔은 진실을 말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땐 짜디 짠 그 조개맛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