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끝장 서울살이 생존일지
내 몸에 신상 바이러스가 입고됐다는 소식을 듣고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이번 바이러스는 만만치 않음을 직감했다. 모든 병은 골든타임이 있는 법.
지난번 비염도 제때 치료해서 효과를 봤으니 망정이지, 만성화되거나 손쓰기 어려운 축농증으로 번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러니 빠른 대처로 비염이 완치되었다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냐햐햐. 기쁨도 잠시. 근데 이건 또 무슨 병이죠?
처음에는 이랬다. 길을 걷다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속이 메스꺼웠다. 걷다가 멈춰서 괜찮아지길 기다렸지만, 나는 바다 위 통통배처럼 가만히 있어도 몸이 흔들리고 멀미가 났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비틀거리며 좀비처럼 집으로 뛰어갔다.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니 그동안 스스로에게 너무 무심했던 거 같았다. 바로 치킨을 시켰다. 다음날 출근해서는 팀회식을 제안했고 삼겹살을 구울 수 있었다. 이후로도 틈틈이 마트에 들러 소, 돼지 가리지 않고 할인하는 부위를 사 먹었다.
하지만... 나의 진단과 처방은 먹히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백화점에 들러 쇼핑한 지 30분도 안된 시점이었다. 서있기 힘들었고 친구와 헤어지기 위해 내 증상을 설명해야 했다. 친구는 내가 빈혈인 거 같다며 고깃집에 가자고 했다. 햐... 나는 최근에 얼마나 많은 육류를 섭취했는지.. 가세가 기울 지경이라고 친구에게 설명했다.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진짜 빈혈인가?'
나에게 왜 이런 불행이 또 닥친 것인지 화가 났다. 그동안 섣부른 자가진단과 처방으로 카드값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팠지만 카드값을 생각하니 다음날 출근은 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으로 일상이 무기력해졌다. 아무도 만나기 싫었고, 퇴근 후 잠만 잤다.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단에도 불쑥불쑥 머리와 몸이 흔들렸다. 차도가 없자 병원 문을 다시 찾게 되었다.
내가 무슨 병에 걸려 이 고생인 건가 두려웠다. 가입해둔 보험의 약관을 처음으로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 읽었다. 만약 큰병이라면 보험이 적용되는 병이길 기도하며 의사 선생님의 진단을 기다렸다.
"수치는 다 정상이고,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충분히 쉬시고, 잘 드시면 될 거 같습니다. 혹시 불안하시면 더 큰 병원에서 정밀 진단받으시면 됩니다."
햐.. 내 몸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어찌 됐건 전문가의 진단을 믿기로 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는 거야. 다들 이 정도로 어지럽고 힘들게 사는 거야'
나는 이후로도 몇 번 더 바다 위 통통배가 되었지만,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병세가 호전되는 플라시보 효과처럼 어느 날 드라마틱하게 증세가 사려졌다.
It's gone..
그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똑똑똑 계십니까?"
계절이 바뀌면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내 몸을 노크했다. 서울로 상경해서 사계절을 보내는 동안 계절마다 맛볼 수 있는 제철 바이러스는 나를 까먹지 않고 찾아왔다.
이제는 안다.
이것은 '서울병'이다.
청정지역에서 살다가 서울에 와서 겪는 물갈이, 공기갈이 같은 것이다. 누구는 피부가 뒤집어지고, 누구는 구토에 시달린다. 심한 사람은 갑자기 기절 하기도 한단다.
띵동! New arrived.
"예, 문 앞에 두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