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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26. 2024

꼰대는 어디나 있다

2023.11.10.금요일

문법 수업

오늘도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그녀는 형용사절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예문도 많이 들어주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연습문제를 풀면서 좀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B는 수시로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두 개의 문장을 합쳐서 형용사절이 있는 문장으로 만드는 문제는 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아주 많이 헤매지는 않고 어느 정도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듣기 수업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교사와 담소를 나누었는데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니까 교사가 자신도 글쓰기를 무척 좋아한단다. 내가 여기에서의 생활을 일기로 쓴다니까 영어로 쓰냐고 묻는다. 헉! 영어로 일기를 쓰기는 너무 어려워서 한국어로 쓴다고 했다. 가끔 마지막 문장만 영어로 써본다고 했다. 교사는 만약 영어로 일기를 쓰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문법을 고려하면 어려우니까 처음에는 그냥 문법을 신경쓰지 말고 쓰란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수정하면서 문법을 확인하는게 더 낫다고 한다. 그래. 참고해야겠다. 이 일기들을 영어 버전으로 다시 쓰기를 할까 고려 중이다. 그때 염두에 두어야야겠다.   

오늘은 학생들이 발표를 해야 하는 날이다. 이번 주의 주제는 '3일간 여행지 추천'이다. 장소, 할 일, 음식, 경비 등을 포함하라고 했다. 나는 대한민국의 '서울'을 여행지로 소개했다. 익숙한 곳이라 지명을 따로 외우지 않아도 되고 따로 조사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선택했다. 나름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첫째날은 경복궁과 같은 왕궁 방문하기, 둘째날은 북한산에 올라가기, 셋째날은 명동에서 쇼핑하기를 일정으로 선택했고 그밖에 음식도 소개했다. 나는 이 내용들을 거의 스크립트를 보지 않고 발표했다. 흐흐.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학생들이 발표한 여행지가 다 제각각인 점이 신기하다. 태국, 일본, 터키, 필리핀 등등이 소개되었다. 어떤 곳은 내가 갔던 곳도 있는데 확실히 아는 곳에 대한 소개는 더 잘 들린다. 역시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듣기가 잘 된다. 그래. 잡다한 지식이라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게 낫다. 



읽기와 쓰기 수업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주간 쓰기 과제를 제출했다. 그리고 어제 우리가 풀었던 깜짝 퀴즈에 대한 채점이 되어 있어서 각자 찾아가서 틀린 문제를 확인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틀리지는 않았다. 찍었는데 맞춘 문제도 있다. 여기 와서 늘어난 스킬들 중 하나는 제스쳐(몸으로 말해요)이고 또 하나는 찍기 실력이다. 하.하.하.

교사는 또다시 우리에게 퀴즈를 풀 종이를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퀴즈를 푸는 동안 주간 쓰기 과제에 대해 피드백을 달았다. 결국 교사는 수업이 끝나기 전에 모든 학생의 쓰기 과제에 대해 피드백을 다 완료했다. 덕분에 오늘 제출한 쓰기 과제를 바로 돌려받아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오. 대단한 걸... 이번 과제에서는 동사와 부사의 사용에 대해 여러 가지 지적이 있었다. 갈 길이 멀군.

오늘 나누어준 종이에는 단어 퀴즈 외에도 생활습관에 대한 채크 리스트도 있었다. 모두 채크하고 나서 점수를 매겨보니까 이 정도면 건강한 생활습관이란다. 이런 거 재밌다.  



점심시간

오늘도 점심을 먹고 나서 대만 친구 J와 함께 문법 복습을 했다. 어떤 문제는 J와 나의 의견이 달라서 월요일에 교사에게 질문하기로 했다. J가 나에게 오늘 자신에게 두 개의 밋업 모임이 있는데 어느 것이 나을지 묻는다. 하나는 온라인 영어 강좌이고 하나는 내가 참여하는 영어회화 모임이다. 나는 온라인보다 대면 모임인 영어회화 모임이 더 낫겠다고 했다. 온라인 모임은 나중에 귀국해서도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면 영어회화 모임은 여기에 살고 있을 때만 참여가 가능하다. 그녀 역시 영어회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데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따가 영어회화 모임에서 만나기로 했다.



회화 수업

오늘은 원래 교사인 R이 교사 회의에 가야해서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R이 회의에 가면 항상 Y라는 교사가 보강을 들어온다. 우리의 짐작으로는 R의 교실은 워낙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일부러 R의 수업만 골라서 보강을 들어오는 것 같다. 다만 학생들은 Y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Y는 좀... 내가 보기에는 꼰대 기질이 있다. 지난번에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토의를 할 때 젊은 친구들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의견에 대해 Y는 아주아주 강력하게 그럴 수 없다고 반론을 펼쳤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는 것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강력하게 반대의견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다소 논쟁거리가 될만한 토픽이 나오면 매사에 그런 식이었다. 이래서 우리 회화 수업 학생들은 대부분 그를 싫어한다. 아까 점심시간에 칠레친구가 살짝 와서 자기는 오늘 회화수업을 땡땡이 칠거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Y가 보강 들어오기 때문에 수업을 듣지 않을 거라고 했다. 결국 오늘 수업은 나, 일본친구 1명, 멕시코 친구 1명 이렇게 세 명의 학생만 출석했다. 

오늘은 재밌는 질문들이 적힌 종이에서 각자 대화를 나누고 싶은 질문을 세 가지씩 찾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를 들면 'If you could be an animal, what animal would you be and why? 만약 동물이 된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으냐'와 같은 질문이다. 나는 콘도르가 되어 하늘을 우아하게 날고 싶다고 했다. 어떤 친구는 고양이가 되어서 인간의 시중을 받고 싶단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나누니까 재미가 있다. 오늘은 논쟁거리가 될만한 대화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곧바로 집으로 와서 짐정리를 했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들 중에서 한국에 가져갈 것들과 가져가지 않을 것들을 분류했다. 가져가지 않을 것들 중에서 쓸만한 것들은 다음 주에 학원에 가져가서 필요한 친구들이 있으면 나눠주고 가려고 한다. 한번만 사용했던 소풍용 의자, 작은 히터 등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버리는 것보다는 친구들에게 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시간이 되서 밋업 영어회화 모임에 갔다. 이 모임은 정말정말 사람이 많이 온다. 조금 일찍 가서 커피를 주문해서 받아들고 나니까 그 사이 사람들이 많이 와서 줄을 밖에까지 서 있다. 자칫하면 나도 밖에 서 있을 뻔했다. 날씨도 추운데 밖에 줄을 선 사람들이 아주 많다. 일찌감치 오기를 잘했다. 

큰 테이블에 앉아서 수다를 떨다가 사이프러스 친구가 와서 그 친구의 테이블에 합류했다. 내가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다음달에 옐로나이프라는 곳에 가서 오로라를 볼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으로 오로라를 찍기가 아주 어렵다고 들었다. 마침 사이프러스 친구는 사진찍기가 취미인데 보니까 아주 수준급이다. 게다가 그의 전공이 천문학이란다. 이 친구가 찍은 은하수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멋진 사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아이폰으로 오로라찍는 방법을 물어봤다. 아이폰은 수동설정이 없어서 아마도 어플을 다운받아야 할 것이란다. 구글 검색을 해서 적당한 어플을 찾아내서 다운 받았다. 그 다음은 야간 촬영에 적당한 설정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들었는데 영어도 어려운데 전문 용어라서 더 어렵다. 내가 어려워하니까 그냥 간단하게 노출시간을 조절하는 것만 해보란다. 일단 밤에 이것저것 노출시간을 조절해서 찍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다음 주에 그 결과물을 두고 또 다음 단계를 배워야지. 앞으로 이 모임에 참여할 기회는 단 두 번뿐이다. 그 사이 알차게 배워야겠다. 

이 밋업모임은 정말 나에게 너무 좋은 모임이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조프리 레이크도 갈 수 있었고 이렇게 사진도 배울 수 있다. 사이프러스 친구가 언제 떠나는지 묻는다. 앞으로 2주 후라니까 여행 가는 것이 아주 즐겁겠다고 한다. 나는 여행 떠나는 것은 기대가 되지만 여기서 떠나는 것은 슬프다고 했다. 여기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별이 슬프다고 했더니 이 친구가 하는 말. 여행 후에 다시 와서 여행에서 있던 이야기를 들려주란다. 엄청 긍정적인 태도다. 후후. 그래. 언젠가 여기에 와서 여행 이야기를 들려줄께.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참, 오늘 이 모임에서는 종교에 관심이 많은, 그런데 어딘가 좀 무례해 보이는 사람도 만났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곳 캐나다 사람이란다. 그는 이 앞을 지나가다가 여기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호기심에 들어와봤단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데 우크라이나 사람이 자기소개를 하니까 다짜고짜 거기 전쟁이 어쩌고 젤렌스키가 어쩌고 한다. 이 우크라이나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인데 고국을 떠나 이곳에 온지 오래된 사람이다. 우크라이나 사람은 캐나다 사람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을 조금 하더니 커피를 더 주문해야겠다면서 자리를 떴다. 그리고 한참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내 느낌에 캐나다 사람과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테이블로 간 것 같았다. 

이 캐나다 사람은 다음 타겟으로 나에게 대뜸 종교가 뭐냐고 묻는다. 내가 건성으로 대답하니까 성경이 어쩌고 하면서 꼬치꼬치 묻는다. 대충 단어로 유추해보건데 기독교인인 듯한데 나는 종교, 특히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매우 싫다. 게다가 영어로 뭐라 하는지 너무 말이 빨라서 알아듣기도 어려웠다. 이 캐나다 사람은 내가 영어를 잘 못알아듣자 바로 다른 테이블로 옮기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내심 그가 떠나서 기뻤다. 그런데 그는 자리를 옮기려다가 내 옆에 앉아있는 사이프러스 친구에게 말을 건다. 마침 그 옆에는 또다른 우크라이나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도 똑같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뭐라뭐라 한다. 그리고는 종교가 뭔지 이들 두 사람에게 묻는다. 그리고 또 한참을 뭐라고 떠드는데 단어로 짐작하건데 무슬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터키와 가까운 사이프러스에는 무슬림도 있고 카톨릭이나 기독교도 있나보다. 캐나다 사람이 한참 떠들다가 다른 테이블로 떠나자 사이프러스 친구와 우크라이나 사람이 한숨을 쉬고는 불편한 대화, 무례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래, 이런 사람들이 어디나 있지. 일종의 종교 꼰대라고나 할까?



집에 돌아와보니까 미국 친구 M의 엄마가 와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M의 엄마는 나에게 항상 M을 돌봐주어서 고맙단다. 나는 오히려 M이 나를 도와주는 편이라고 했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나서 M과 M의 엄마는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M의 엄마가 묵는 호텔에 가는 것 같다. 내일 저녁 6시에 하는 우리 회화 모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내일의 모임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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