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피디 Nov 17. 2021

'콜드 바이 어나더 네임' 킥스타터 펀딩 일기 (4)

미국 청년 데이비드, 광주항쟁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세상을 바꾸고 싶어 평화봉사단에 지원해 한국으로 파견된 미국 청년 데이비드 돌린저. 그는 전남 영암의 보건소에서 결핵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게 된다. 1980년, 5월 18일 데이비드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전남 영암에 살던 그는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광주 버스터미널에 들어서는 순간,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눈치챈다. 


터미널은 최루가스가 자욱했고, 표를 사지 못한 사람들로 붐볐다. 그는 아무런 설명 없이 영암으로 가는 버스가 취소되었다고 안내받는다. 광주 시내로 향한 그는 동료 평화봉사단원이자, 친구였던 팀 원버그를 마주쳤는데, 팀은 흥분한 상태로 그 날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대학생들이 시위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으나, 그 날은 달랐다. 군인들이 사람들을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는데, 평소와 너무나 다른 수준의 폭력이어서 사람들이 위험했다. 팀은 다급한 나머지 한 사람을 감싸 안았는데, 군인이 그가 외국인인 것을 보고, 멈칫하더니 다른 사람을 때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외국인임을 이용해 여러 사람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팀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데이비드는 광주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영암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데이비드와 팀은  광기 어린 폭력이 5월 18일 하루이기를 바랐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한 데이비드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환자들을 통해 광주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강도가 훨씬 높아졌고, 전화도 끊어져 가족과 친구들의 소식을 알 길이 없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미국 청년,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로 걸어 들어가다

데이비드는 춘천에 있는 평화봉사단의 훈련에 참가를 하겠다며 광주로 향한다. 직장 동료들이 말렸지만, 그는 확고했다. 팀과 한국 친구들의 안부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탄 광주행 버스는 나주에서 멈췄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아름다운 5월이었고, 이 청년에게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었다. 길도 익숙했으므로, 그는 광주까지 걷기로 한다. 


그 길에서, 그는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이 사진에는 흥분한 청년들이 탄 트럭과 한 택시, 멀리 한 여인이 담겼다. 그것은 데이비드가 만난 첫 시민군이었고, 그들은 군인들이 광주 외곽으로 후퇴한 것을 환호하는 중이었다. 택시에는 중앙정보원이 타고 있었는데, 그는 데이비드의 카메라를 빼앗으려 데이비드를 위협했다. 


데이비드는 죽도록 겁이 났지만, '당신이 정말 정부에서 일한다면 신분증을 보여 달라'며 신분증을 요구했다. 한국어로 당당하게 정당한 요구를 하는 이 외국인을 더 위협할 수 없었던 그는 포기하고 떠난다. 그리고 멀리 있던 여인이 달려와 데이비드를 야단쳤다. ‘저 사람들이 죽일 수도 있는데 위험하게 맞서다니! 다시는, 절대로 그러지 마라’며 마치 아들을 혼내듯 데이비드를 혼냈다. 


데이비드는 5월 21일 광주에 걸어 들어간 후, 그는 팀을 비롯한 평화봉사단 폴 코트라이트, 주디 챔벌린과 함께 의사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외신기자들에게 통역했다. 또 가능한 많이 목격하고자 곳곳을 돌아다녔다. 특히 데이비드와 팀은 외국인으로 그들이 광주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하고 떠나기를 거부했다. 데이비드는 항쟁의 중심이었던 전남도청에서 하루를 보내며 시민군과 시민들의 모습을 아주 가까이 지켜보았다. 

ⓒ 데이비드 돌린저, 그가 항쟁에서 찍은 사진은 다른 두 평화봉사단이 해외로 가져갔고, 광주의 이야기와 함께 AFP와 커버트 액션 12월호에 실린다.  

편집자는 감정이 없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책으로 출간되면 1980년의 미국 청년 데이비드는 항쟁의 한복판으로, 1980년대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독자들 데려다 놓을 것이다. 군이 재진입할 것을 알았던 26일 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모든 것이 끝난 27일 아침 전남도청을 미처 다 돌아보지 못하고 시내를 걷다가 핏빛 웅덩이를 보는 청년의 마음이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전달되기를 바란다. 


원고에는 광주항쟁뿐 아니라, 데이비드가 본 모든 것과 평화봉사단 강제 사임, 그 후 감당해야 했던 불안한 생활이 담겨있다. 데이비드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 그의 삶이 변화한 과정은 광주항쟁 같은 사건이 얼마나 크게, 또 오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돌린저 박사의 삶 자체는 살아있는 역사로의 가치가 있다. 


킥스타터 펀딩 보러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콜드 바이 어나더 네임' 킥스타터 펀딩 일기(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