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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Apr 30. 2023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은 언제인가?

그림책 <나무와 새>


# 그림책 에세이

# 『나무와 새』 마일리 뒤프레 글. 테레사 아요로 코르코바도 그림. 이슬아 옮김. 여유당

나무와 새 표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은 언제인가? 라는 물음에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고 대답한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가장 아름다운 날이야.”

"나는 지금 행복해.” 

그림책 『나무와 새』 에 나오는 주인공 나무의 고백이다. 


나도 나무도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어린 나무는 빨리 크고 싶었다. 하늘 높이 뻗어 가는 키 큰 나무들이 부러웠다. 날개를 달고 세상 여기저기를 날아다는 새가 부러웠다. 

‘나는 왜 키가 작을까?’ 

‘나는 왜 새가 아닐까?’, 

‘내가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남과 다른 것을 보면서 내가 초라하고 부족하고 못났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눌려있었다.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나를 평가절하하였다. 언젠가는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고, 내일은 오늘보다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들은 행복하지 않았고 아름답지 않았다. 


나무가 수많은 생명이 꿈틀대는 숲을 온 몸으로 보고 듣고 만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듯 나도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배우면서 나에 대한 생각이 점점 확장되었다. 내 안의 수많은 마음들, 온갖 시행 착오와 실패를 통한 배움들, 나를 도와주고 이끌어준 고마운 사람들, 말없이 내어주는 자연, 모든 걸 품어주는 우리의 지구 안에 생명을 가지 나의 오늘이 있다. 


오랫동안 열등감에 눌려 있었던 어두운 색으로 기억되는 젊은 날의 시간도, 깊은 산골 자연 속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도, 사랑하고 미워했던 교실 속 아이들과의 시간들도 내가 배우고 성장하는 좋은 토양이 되었다. 


"나는 지금 행복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날 수는 없지만 

세상은 저기에도 있고 여기에도 있어. 

나는 세상을 듣고 세상을 느껴! 

여기가 바로 내가 있을 곳이야.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아."


나무는 뿌리를 통해 다른 나무의 뿌리를 만나고 숲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을 찾아오는 제비, 다람쥐, 부엉이 등 숲 속 생명들과 깊은 관계를 만들어간다. 나 또한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가족들, 친구들, 학급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우리가 얼마나 서로 깊이 연결되어있는가를 생각한다. 각자의 세상을 만들어가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자연의 존재들에게 가만히 귀 기울일 일이다.

“너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 널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그래서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은 옛날의 어느 한 순간도 아니고, 내일의 어느 날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나의 특별한 세상이고, 우리는 서로에게 행운 같은 존재이다. 고맙고 감사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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