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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Dec 25. 2022

산타의 선물을 받으셨나요?

산타 할머니


# 그림책 에세이

# 『산타할머니』 진수경 글 그림 / 봄개울

산타 할머니 표지

크리스마스 전에 방학을 하던 예전과 달리 1월 초에 방학을 하게 되어 연말 연초까지 수업을 하게 됐다. 날씨도 춥고 눈도 많이 내려 요즘 아이들 분위기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하다. 공부보다는 즐겁게 놀고싶은 마음에 눈 내리는 창밖으로 눈을 돌리고, 쉬는 시간 뛰어놀다 들어오면 교실 바닥은 어느새 질퍽하게 변한다. 아이들 가고나면 청소하면 되지, 뭐 어떠랴?


초코파이에 초를 밝히고 간단히 12월 생일 잔치를 하였다. 초코파이를 나눠먹으며 겨울 노래와 크리스마스 캐롤을 함께 부른다. 산타 복장을 한 할머니가 굴뚝으로 들어가는 『산타할머니』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어릴 때부터 산타가 되고 싶었던 할머니가 있다. 오직 남자만 될 수 있는 산타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자도 기회를 달라고 편지도 보내고, 밤길 산책하기, 눈길 썰매 타기, 지도 익히기 등 산타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60년 만에 기회가 왔다. 남녀 관계없이 산타를 모집하기로 한 것이다. 선물 포장하기, 썰매 운전, 눈 치우기, 지도 보고 길 찾기, 굴뚝 통과하기 등 모든 자격 시험에 당당히 통과하여 산타가 되었다. 할아버지 배웅을 받으며 산타로서 첫 임무를 수행한 할머니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사히 선물 배달을 한다. 어느 집에서 쌍둥이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울자, 자녀와 손자를 키운 경험을 발휘하여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어 잠을 재운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잠든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는 산타 옷을 빨아놓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할머니 산타가 할아버지에게 선물한 접시에는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이 담겨 있다. 할머니는 올해의 산타상을 받았다. 


책을 읽고 나서 크리스마스와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받았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반 솔직이의 이야기에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경험담을 쏟아낸다. 


“그 산타가요, 우리 아빠였어요. 저를 안아줬는데, 아빠 냄새가 났어요.”

“유치원에서 산타 수염이 벗겨졌는데, 선생님이었어요.”

“저는 안 믿지만 어린 동생은 믿고 믿어서 믿어주는 척하고 있어요.”

“속아주는 척해야 선물을 계속 받아요.”


약았다고 해야 할 지, 기특하다고 해야할 지, 그야말로 솔직발랄한 요즘 아이들이다. 산타할아버지 선물과 관련하여 나도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고 머리맡에 간단한 선물도 준비해놓고 했다. 어느 해에는 선물 준비하는 걸 깜박하여 늦은 시간에 마트에 가서 급히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믿어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도 좋아하는 척 해주었으리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산타’는 성 니콜라우스 이래로 지금까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산타할머니도 등장했으니, 반가운 일이다. 성별에 관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 영상도 함께 보면서 직업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의 영역이 따로 있지 않다는 걸 이야기 나눈다. 크리스마스와 산타의 진정한 의미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서로 사랑으로 마음을 나누는 것일 것이다. 선물은 그 사랑과 나눔이 물질로 드러난 것이다.


전교학생회에서 크리스마스 사랑 이벤트 행사를 했다. 사랑의 우체통을 마련하여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친구나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면 간식과 함께 전달해주는 행사이다. 23일 아침에 사랑의 우체부들이 교실에 왔다. 달달한 젤리와 함께 편지를 받은 아이들은 무척 기뻐하였다. 나도 몇 개를 받았다. 지금 우리반 편지보다 작년에 담임했던 아이들이 보낸 편지가 더 반갑고 고마웠다. 1학년 아이들이 2학년이 되어 옛 선생님을 기억하고 사랑의 마음을 담아 보낸 것이다. 손편지 주고받은 지가 정말 오랜만이라 작년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학생회 임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 학교 전체에 사랑의 에너지를 흐르게 했으니 산타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12월 23일 금요일이다. 한참 전에 학급운영비로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하도록 했던 단체 간식 선물세트를 풀어 담임표 선물을 나눠주고 집에 가져가서 가족과 나눠먹도록 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을 함께 했던 협력선생님이 깜짝 방문하여 아이들 선물을 준비해서 나눠주셨다. 아이들은 무척 반가워하며 “산타선생님”이라고 좋아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선물이란 걸 받아본 기억이 없다. 중학교 때 교회 다니며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아보고, 선물 뽑기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즐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요즘 아이들은 선물이나 용돈을 너무나 흔하게 받아서 그 의미는 약해지고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크고작은 추억들이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즐겁게 추억하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행복 창고가 두둑하여 사랑받은 힘으로 힘차게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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