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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Dec 25. 2022

“넌, 왜 그렇게 걱정이 많니?”

그 녀석, 걱정


# 그림책에세이 

# 걱정(불안)

# 그 녀석, 걱정 / 안단테 글 / 소복이 그림 / 우주나무

그 녀석 걱정 표지

“넌, 왜 그렇게 걱정이 많니?”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때나 청년기에 나는 걱정쟁이에 가까웠다. 생각이 너무 많고 이런저런 걱정과 염려로 인해 표정이 밝지 못하고 몸과 마음은 무거웠다. 걱정과 관련하여 어릴 때 기억이 생생하다. 동네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밥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께 혼나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내내 ‘아버지께 혼나면 어떡하지?’ 하면서 계속 걱정을 했다. 그런 날은 이상하게도 혼나지 않고 지나가곤 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일부러 걱정을 미리 하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과 마음 바라보기 작업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 지금은 무거운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걱정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으려 한다. 


완벽주의적 성향이 무척 강한 20대 우리 딸이 그 걱정쟁이를 물려받은 듯하다. 딸은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준비되어야 움직이고, 미리 갖춰져 있어야 걱정과 염려를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다닐 때도 준비물이 있으면 일주일 전부터 나를 채근하여 챙겨놓아야 안심을 하였다. 스스로 알아서 준비물이나 숙제를 잘 챙겼기 때문에 바쁘게 일하는 엄마가 허둥되지 않아도 되어서 참 좋았다. 반면에, 조금이라도 빈 부분이 있으면 걱정이 들어차서 아주 작은 것까지도 걱정하고 염려하여 편안하지 않다. 자기가 자신을 힘들게 하고 못살게 구는 것이다. 하다하다 걱정까지 물려주었나 싶어 살짝 걱정이다. 


아이들과 감정을 다룰 때 걱정과 관련하여 예전에는 『걱정 상자』나 『겁쟁이 윌리』를 활용하곤 했다. 최근에는 『그 녀석, 걱정』 그림책이 더 와 닿았다. 그림체도 부드럽고 걱정이 어떻게 생겨나서 어떻게 마음 안에 가득 차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나처럼 표정이 밝지 않는 아이의 머리 위에 푸른 혹처럼 불룩 올라앉은 이상한 녀석, 그 녀석의 이름은 걱정이다. 걱정의 실체를 제대로 잘 표현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녀석은 처음에는 작았는데, 점점 커진다. 없애버리려 하고 떼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 커지고 강력해진다. 마음에 걱정이 들어차 있어서 계속 불편하고 불안하다. 그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입맛도 떨어지고, 심지어 몸이 아프기까지 한다. 꿈속도 편하지 않아 무서운 꿈으로 잠을 설친다. 이제 거인처럼 커져 있는 녀석에게 화가 나서 소리치기도 하고 애원하기도 한다.


“넌 누구야? 너 뭐야? 왜 날 괴롭히는 거야?”

“제발 그냥 가 주면 안 돼?”


“네가 보내줘야 가지, 나를 보낼 수 있는 것도 너야.”


용기를 내어 그 녀석을 찬찬히 살펴보고 들여다본다. 비로소 걱정의 실체가 보인다. 전학생과 친하고 싶은데, 날 싫어할까봐 걱정이 되었던 마음과 만난 것이다. 걱정을 드러내놓고 말하고, 걱정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구체적인 행동을 한다. 그제서야 걱정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작고 순해진다. 편안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걱정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땐 놀라거나 겁먹지 마.”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이 있을까? 무덤에나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명랑 쾌활한 3학년 아이들은 어떤 걱정이 있을까?


줄넘기를 못해서 걱정

친구들이 놀려서 걱정

글씨를 못 써서 걱정

받아쓰기 점수가 걱정

잠이 많아서 걱정

3학년인데 몸무게가 적게 나가서 걱정

너무 까불어서 걱정

공부 스트레스 걱정

영어 학원 시험이 걱정

공부를 못해서 걱정

소심해서 걱정

집에서 잔소리를 들어서 걱정

짝이 마음에 안 들어서 걱정

키가 작아서 걱정

놀 친구가 없어서 걱정

살이 쪄서 걱정

친구가 괴롭혀서 걱정

동생들과 싸워서 걱정

숙제가 밀려서 걱정

걱정이 없어서 걱정


우리 아이들도 그 시기에 맞는 걱정이 한아름이다. 당연한 일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여정에는 크고작은 걱정들이 늘 있다. 걱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걱정을 어떻게 마주하고 만나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그 녀석, 걱정』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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