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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Dec 25. 2022

미워하면 안 되나요?

친구가 미운 날, 미운 사람 버릴 거야


# 그림책 에세이

# 미움

# 친구가 미운 날 / 가사이 마리 글 / 기타무라 유카 그림 /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미운 사람 버릴 거야 / 노부미 글 그림 / 백수정 옮김 / 나린글





친구가 미운 날 표지

미운 마음은 언제 생겨날까?


『친구가 미운 날』 주인공 하나는 유우와 단짝이다. 친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나는 늘 망설이는데, 유우는 뭐든 금방 정한다.

아끼는 새 크레용 문제로 유우와의 사이에 금이 생기고 마음이 불편하다. 


“잠이 안 온다.

마음속에 미움이 쌓였다.

크레용을 몽땅 써 버린 유우가 밉다.

크레용을 돌려 달라고 말하지 못한 내가 밉다.

그깟 크레용 때문에 그림을 못 그린 내가 밉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밉다.”


하나의 마음에 들어온 미운 마음, 그 미움은 검은 빛에 가깝다.

수채 물감의 여러 색깔을 섞으면 섞을수록 탁하고 검은 빛에 가까운 것처럼.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 소심하고 치사한 마음, 이기적인 마음, 자신을 못났다고 탓하는 마음 등 온갖 마음이 들어있다. 


여러 관계 속에서 내 안에도 미운 마음이 많이 쌓여 있다. 하지만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미움을 드러내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할까봐 두렵다. 

미움을 표현하면 나의 치사함과 옹졸함이 드러날까 두렵다. 그래서 속으로는 미운데, 겉으로는 괜찮은 척한다. 


미움은 언제 어떻게 사라질까?

그림책 속 하나는 용기내어 말을 하진 못하지만 자기 안에 어떠한 마음이 있는지 섬세하게 알아차린다. 내 안에 미운 마음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 미움을 알아봐주고 고개를 끄덕여준다. 


시간이 흐른 후 하나의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는 유우와 친구의 마음을 읽고 큰 용기를 내어 말하는 하나의 모습이 멋지다. 덕분에 하나의 미운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리고 둘은 다시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너무 미워서, 너무 힘들어서 버리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

『내가 나를 골랐어』 와 『내가 엄마를 골랐어』를 쓴 그림책 작가 노부미는 말한다. 

『미운 사람 버릴 거야』 


제목만으로도 화끈하고 시원하다. 

미움이 가득 찰 때는 몽땅 내던져 버리고 싶다. 

마음으로 수백번도 더 버린 이름도 있다.

미운 사람 버릴거야 표지

“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미운 사람들을 시원하게 버리는 쓰레기통이 있다. 쓰레기통 앞에는 사람들이 매일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잔소리만 하는 엄마, 일만 하고 놀아 주지 않는 아빠, 나보다 다른 친구를 더 예뻐하는 선생님, 나를 괴롭히는 친구, 미워, 미워! 


나도 그 줄 끝에 서 있다. 내 안에 미운 사람 여럿 담겨 있다. 

다른 사람 괴롭히고 피해주는 행동을 하는 아이, 제멋대로 행동하고 욕을 입에 달고 있는 아이, 제 아이만 생각하고 일방적인 주장만 하는 학부모, 소통하기보다 일방적으로 관철하고자 하는 관리자, 자기만 잘났다고 하는 정치인들, 가끔씩은 부족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나 자신까지도.


쓰레기통 앞에 다다르자 누군가가 묻는다.

“정말 버려도 괜찮은가요?”


정말 버린다고 미움이 없어질까? 시원하게 던져버리면 다 끝나는 걸까?


미움의 반대편에 사랑이 있다. 미움은 특별히 사랑받고 싶은 대상에게, 그리고, 사랑하고싶은 대상에게 생겨난다. 사랑이 충분치 못하다고 느끼기에 그 자리에 미움을 채우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미움도 내 소중한 감정이다. 내가 상대에게 그만큼 소중한 존재이고,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 크다는 걸 선명하게 본다. 어둡고 짙은 검은 빛 속에 들어있는 환하고 밝은 색이 드러난다. 누구나 느끼는 미운 마음을 그림책을 통해 들여다보니 그 미움의 색이 조금씩 옅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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