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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네팔을 만나다

네팔과 한국

by 여행하는나무 Jan 18. 2025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네팔을 만나다


코리안 드림! 오늘날 네팔 사람들에게 한국은 꿈의 나라이다. 몇 십 년 전에 우리나라가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었던 것처럼. 네팔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은 매우 훌륭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국에만 갈 수 있으면 돈을 많이 벌어 부자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몇 년간 노동자로 일하고 그 품값으로 집이나 땅을 사는 경우도 많고 가게를 하거나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12월 말에 안나푸르나 서킷 트래킹을 다녀오면서 그 실제적인 모습을 여럿 만났다. 


#부녀가 한국에서 일하다


첫 번째 롯지에서 만난 70대 남자분은 어설픈 한국말을 하며 한국에서 온 우리를 반긴다. 30년 전에 부천 일대에서 원단공장과 낙농 농장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원단공장에서는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지만 낙농 농장에서는 잘해주었다고 했다. 지금 딸 한 명도 서울 바지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6개월에 한 번 100만 원을 보내준다며 웃으신다.

예전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았던 경험들을 들었던 터라 괜히 미안한 마음이다. 우리는 그분께 밀크티 한 잔을 사드렸다.


롯지에서 만난 70대 어르신롯지에서 만난 70대 어르신

#<아파트 아파트>의 대유행


 두 번째 롯지에서 만난 아이는 롯지 주인의 어린 딸이다. 난로를 피운 식당에서 색소 가득 든 주전부리를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짧은 영상들을 보고 있다.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로제의 <아파트 아파트>다. 질리지도 않은지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다. 귀에 자동으로 들려오는 리듬에 여기가 지금 어디인가 싶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요즘 네팔에서  <아파트 아파트>의 인기가 매우 높아서 아이들이 많이 듣는다고 한다. 네팔 고산의 작은 롯지까지 한국 노래가 유행하다니, 디지털 시대의 파급력이 놀랍기만 하다. 예전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네팔 전역에서 오래 인기를 끌었단다.  한참을 듣고 나서 글씨 쓰기를 하고 있길래,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 이름과 ‘아파트 아파트’를 한글로 써 주었다. 지켜보는 부모와 아이 모두 신기해하며 좋아한다. 


네팔 어린이네팔 어린이


# 나는 BTS  아미! 한국에 가고 싶어요!


강가푸르나 설산과 빙하를 볼 수 있는 전망대 가는 길에 솔잎을 제 몸 크기보다 큰 자루를 머리에 이고 내려가는 여자를 만났다. 네팔 가이드와 이야기 나눈 뒤 그녀의 집에서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작은 식당을 하고 소 2마리, 염소, 말도 몇 마리 키우고 있다고 한다.


어렵게 찾아 간 그녀의 집은 트래커 대상으로 하는 길가의 식당이 아니라 마을 아래쪽에 작은 집이었다. 1층은 동물들의 공간, 2층은 살림집인 마낭 현지인의 집에서 가족처럼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국 라면을 본 따서 만든 네팔 라면은 매운 소스가 인상적이다. 감자를 쪄서 으깬 후 밀가루에 섞어 동그랗게 만들어 기름에 부친 감자빵, 야크 밀크티, 찐 감자와 화로 숯에 구운 감자까지 맛있게 먹었다. 고향에 온 것같이 토속적이고 정겹다. 생각지 못하게 푸짐하고 특별한 점심식사를 한 것이다.


 그 집에 사는 12살 안젤리는 가정 형편상 외삼촌 부부와 어릴 때부터 함께 살고 있다. BTS 팬으로 한국을 동경하고 한국에 가는 꿈을 가진 아이다. 내 조카 한 명도 BTS 팬이어서 공연도 가봤다고 하니 엄청 부러워한다.  BTS 춤을 보여달라고 하니 무척 수줍어하며 한참을 망설인다. 초라한 행색의 집이지만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다. 음악에 맞추어 한국에의 꿈을 생각하며 제법 발랄하게 춤을 춘다. 남편은 두둑한 용돈으로, 가이드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그녀의 꿈을 응원했다. 우리 가이드는 농촌의 청소년 교육에 관심에 많고, 실제로 포카라에서 유스호스텔을 하며 시골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만남이 그녀에게도, 우리에게도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마낭 현지인 부엌마낭 현지인 부엌
BTS 춤을 추는 안제리BTS 춤을 추는 안제리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네팔까지 대한항공 직항기를 탔는데, 비행기 승객의 80% 이상이 네팔 사람들이었다. 네팔 가는 길에는 한국에서 4년 넘게 일하고 만료된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오랜만에 네팔로 돌아가는 청년들을 만났다. 가족,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무거운 캐리어에 담아 가족을 만날 생각에 들뜬 표정들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는 빨간 조교 모자 쓴 네팔 젊은이들이 많았다. 비자를 받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이다. 이렇게 선발되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적어도 고등학교 이상은 졸업하고, 한국어도 일정 수준이상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시험과 면접까지 통과해야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니,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이 젊은이들은 코리안 드림의 주인공들로 주변에 부러움의 대상일 것이다. 


거리에서 만난 네팔 학생들거리에서 만난 네팔 학생들


네팔은 물론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산업의 기본적인 토대를 감당하고 있다. 도시는 물론 시골 구석구석까지 외국인 노동자가 없는 동네가 없을 정도다.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라고 해서 임금이나 처우 면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줄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우리의 가이드 동생도 일산의 콩나물 공장에서 몇 년째 일하고 있는데, 한국이 좋아서 계속 눌러살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 번 돈으로 포카라에 집이랑 땅도 조금 샀다고 하니, 아직 20대 젊은이가 나름 성공을 거둔 것이다. 


사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네팔 학생들사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네팔 학생들


#태극기를 걸고 영업하는 한국 식당 <대장금>


안나푸르나 서킷을 마치며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카트만두 한국 식당을 찾았다.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은 몸집은 작지만 단단한 체구를 가진 네팔 사람이었다. 대구, 수원 등에서 3년 정도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 한국말을 제법 잘한다.  친절하고 겸손한 태도가 몸에 배었다. 그의 몸짓에서 당당함과 자긍심이 드러난다.  한국에서 재료를 가져와 음식을 만든다고 하여 먹어보니 80% 정도 한국 맛이 난다. 반찬이나 채소를 아끼지 않고 보충해 주는 서비스까지, 네팔답지 않다. 카트만두 시내 식당이나 안나푸르나 서킷 중 묵은 롯지에서는 물 한잔도 모두 돈을 받는다. 씽잉볼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공급하고 식재료도 구할 겸 한국에 자주 간다며 한국이 너무 좋다고 하신다.


우리는 가이드 디펜드라 생일 축하를 겸하여 삼겹살, 김밥, 계란말이, 된장국에 밥까지 푸짐하게 먹었다. 반찬 보충도 해주고 맛도 괜찮아서 여러 번 리필 서비스를 받았다. 상추도 싱싱하여 네팔 음식에 적응하느라 고생한 위장을 넉넉하게 달래주었다.


카트만두 시내 한식당 <대장금>카트만두 시내 한식당 <대장금>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인을 반갑게 환영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거리에서 현대, 기아 자동차를 발견하면 무척 반갑다. 3,500m 고산 롯지에서 LG냉장고를 보거나,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네팔 사람을 보면 절로 자랑하고 싶어진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나라가 발전하여 다른 나라에게 꿈의 나라가 되고, 기회의 땅이 된다는 건 분명 뿌듯하고 대단한 일이다. 한국의 힘!  어깨가 절로 올라간다.


네팔 가정의 요리용 화목 난로네팔 가정의 요리용 화목 난로


트래킹 길에 만나는 장엄한 안나푸르나 고봉과 8,000m 높이의 만년 설산이 만드는 멋진 풍광을 보며 마음 깊은 염원을 한다. 우리 국민들이 평안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전 세계에 평화와 기회의 땅이 되어 세계의 젊은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도록, 이 어지러운 정치적인 혼란이 아름답게 잘 마무리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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