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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필 수밖에 없는 꽃

by 무량화


눈총 주지 말아요.

사방 꽉 막힌 이런 정국에 활짝 피어나기도 민망스럽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철되면 필 수밖에 없는 꽃인걸요.

사실 꽃들도 웃을 기분 아니긴 마찬가지랍니다.

꽃만이 아니라 새들 노래하고 나무마다 새 움 틔우지만

나라 전체가 심란스러운 판에 무슨 신명이 날 리야 있겠어요.


안 그래도 난리판인 시국인데 웬 산불은 여기저기서 요괴처럼 번져가며 푸른 숲을 초토화시키는 걸까요.

물아일체(物我一體)라지요.

유마거사가 진작에 설했더랬어요.

중생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생명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라구요.

그래도 철 맞아 만화방창 흐드러진 꽃.

하건만 지난해 12월부터 졸지에 국가재난급 상황을 맞은 후, 이때껏 우왕좌왕 흔들리며 민심 두쪽이 난 대립정국이라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민심.


오죽하면 문학인들조차 꼴을 보다 못해 "지금 현실은 말이 안 되는 소설"이라며 시국선언서를 내기에 이르렀을까요.

일상의 회복이 더뎌 의기소침 상태로 무력감에 빠진 백성들, 봄꽃이라도 흐드러져 희망을 기쁨을 흩뿌리고 싶군요.


모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위로나 위안이 되어 줄 수 없는 현실이 우리도 안타깝네요.


우리는 움직일 수 없는 붙박이 식물이라서요.


바람결에 이렇게나마 꽃소식 전하는 것은 잠시일망정 다사로운 봄을 꿈꿔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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