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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Sep 10. 2024
더위에 송정에서 회덮밥을
부산의 서핑 명소는 송정과 다대포다.
임랑 바다도 파도가 좋아 서핑학교까지 있다.
송정은 바다 품섶이 솔은 데 반해 다대포는 해안선 긴 편이지만 물빛이 동해인 송정만 못하다.
찌는 듯한 더위를 핑계 삼아 오후 들어 송정 바다로 향했다.
청청한 바다 위를 하얗게 너울지며 밀려오는 파도, 역시 동해다.
짙푸른 바다와 하나 되어 푸르른 청춘을 구가하며 경쾌하게 함성 날리는 서핑족들.
파도와 즐기는 서퍼들을 보면서 모래톱을 걷기도 하고 죽도공원 한 바퀴 돌아 구덕포로 내려가 포구 구경도 했다.
한참 걸어서인지 시장기가 돌기에 귀갓길 재촉하려다 이왕 바닷가에 왔으니 물회를 먹기로 했다.
근자 들어 한식당 출입은 혐오스러운 중국 김치
제조과정을
본 다음부터 자연 기피하게 되었다.
햄버거로 한 끼 때우지 못하는 토종 식성이, 순전히
중국
김치 파동
이후
한식당 사절에 이르게 돼버렸다.
면류는 스파게티조차 즐기지 않으니 열무김치 비빔밥집이라도 있으면 마음 놓고 들어가겠는데 여긴 해안가다.
기본 찬으로 배추김치가 딸려 나와도 외면할 수 있는 음식은 물회나 회덮밥이라 올 들어 유난히 자주 횟집을 찾았다.
송정 해변로를 따라 상가 쪽으로 직진하며 간판을 훑었으나 카페와 레스토랑만 눈에 띈다.
가도 가도 횟집이나 해물탕집 같은 건 한집도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송정이 젊은이들을 위한 바다로 바뀌었는지 아무튼 나이 든 이들이 식사할만한 음식점은 전무하다.
곳곳에 진을 친 푸드트럭도 하나같이 젊은이들 입맛 위주의 간편식뿐이다.
해변도로 끝에서 끝까지 섭렵하다가 겨우 한집 그나마 규모 갖춘 깨끗한 식당을 찾았다.
포항물회집 간판이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처럼 반갑고 고마울 지경이었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여기도 거의가 젊은 층, 송정은 어느새 노장들이 설자리가 없는 이방지대로 변해버렸다.
더구나 연중무휴에 영업시간이 놀랍게도 새벽 네시까지, 역시 혈기방장한 젊은이들의 해방구인 송정인 모양이다.
이 집은 메뉴도 다양해, 전복구이 대하구이 모둠회 조개구이 해물탕 곰장어구이 멍게비빔밥 회덮밥과 물회 등등.
회덮밥을 주문했는데 밑반찬으로 나온 까사리무침이며 다시마초절임이 깔끔한 맛이라 김치는 거들떠도 안 봤다.
너른 대접에 담긴 밥과 야채 위에 회가 제법 두툼하게 얹혔고 날치알과 배도 넉넉히 올려졌으며 참기름 내 고소하 풍겼다.
고루 비빈 회덮밥에 곁들인 따끈한 담치 미역국은 시원한 맛에 한 그릇 더 추가했다.
정갈한 상차림에 양도 아주 푸짐해 한 끼 식사로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 15.000원이란 가격이 충분히 수긍됐다.
원래 느리게 먹는 습관대로 천천히 맛 음미하며 한 대접 포식하고 나왔더니 어느새 밖은 짙은 감청빛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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