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때문에 꿈과 희망이 사라졌어
수많은 장래희망 답변이
새학기마다 갱신됐어도 몰랐어
그땐 만나지도 못했던 당신이
내 꿈과 희망이라는 걸
하고 싶고 이루고 싶었던 일
성취의 환호가 가득한 미래
높은 곳에 서리라는 야망
나에게도 없지 않았어 다만
당신이라는 현재로 이미 충족됐어
비가 내려 으슬으슬한 날
라면이 불현듯 떠올랐을 때
말 하지 않아도 냄비에 두 사람 몫이 매캐하고
조용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아이들 사진들에 씰룩거리는 우리
중년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건지
병든 지구의 겨울이 점점 길어지는 건지
젊었던 우리의 때가 급히 저무는 건지
매년 꼽는 추운 날의 수가
이길 수 없는 땅따먹기처럼 늘어나도
꿈을 오래 전에 잃어서
새로운 꿈도 찾을 길 없어서
나의 하루는 느긋하기만 하지
언젠가 살아봤던 날들을 다시 겪는 것처럼
알지도 못하는 내일이 무섭지 않지
이뤄야 할 것이 미지로 남아 있다면
그 삶은 그 자체로 공포인가봐
이미 이룬 것을 눈앞에 두고 있어
여유의 파편 정도 마음 속에 늘 남겨두는 난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지
당신이 내 꿈과 희망을 멀리 보냈어
당신도 모를 거야 당신이 한 일
짐작도 못할 거야 당신이 가진 힘
스스로의 현재가 누군가의 미래를 대체한다는 것
단 한 철에 불과한 인생에 발휘한 당신이라는 강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