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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김과장 Jul 16. 2024

26. 사람 스트레스

호기롭게 두 번째 브런치북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흘 만에 삭제했다.

개인적인 사정이기에 잠시 '보류'라고 해두고 싶다.


나는 회사 생활 14년 차다. 그리고 14년 동안 아주 많은 팀장을 만나왔다. 전 회사에서 5명, 현 회사에서 파트장 포함 10명 정도. 그만큼 팀장이 자주 바뀐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팀장을 만나든 관계가 나쁘지 않았고 제법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5명의 팀장은 모두 달랐지만, 리더로서 배울 점이 하나씩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 자리까지 가는 동안 노력이 없었을 리 없으니.


전 회사에서는 어린 나이에 내가 팀장을 1년 정도 맡은 적이 있다. 15명의 팀원을 책임져야 했고, 그 과정에서 팀장이라는 직책이 주는 무거움도 느꼈던 것 같다. 전 회사를 그만둘 때 난 울었다. 팀원들에게 미안해서, 조금 더 좋은 팀장이 되지 못해서.


15명 통틀어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리더는 한 명 있었다. 그 팀장은 팀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는 똑똑한 사람이었고 배울 점이 많았다. 모두가 팀장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아랫사람들이 좋아하는 팀장은 윗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게 진리다. 팀장직을 맡은 지 1년 만에 그분은 다른 회사로 가셨다. 내가 유일하게 닮고 싶은 팀장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현재 나의 팀장 때문이다. 나는 내 일을 좋아하고 욕심도 제법 있는 편이다. 승진도 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늘 시키는 일 외에도 내가 찾아서 일을 만들어하는 편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팀장이 또 바뀌었다. 바뀐 팀장은 내가 겪어본 14명의 팀장들과는 또 달랐다. 그리고 1년 동안 그를 지켜본 결과, 그는 '나르시시스트'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르시시스트 : 자아도취적 성향을 가진 사람]

과도한 자기애: 자신에 대한 과도한 사랑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능력과 업적을 과대평가합니다.

타인의 관심과 칭찬을 갈구: 끊임없이 타인의 주목과 칭찬을 받으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공감 부족: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필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자신의 욕구와 욕망에만 집중합니다.

과장된 자기 이미지: 자신의 중요성, 재능, 업적 등을 과장해서 말합니다.

특권 의식: 특별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관계 착취: 타인을 이용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며, 관계에서 이득을 취하려고 합니다.

질투심과 경쟁심: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행복을 질투하며, 자신이 항상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에 대한 과민 반응: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반발합니다.

허영심: 외모, 지위, 재산 등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며,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합니다.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을 보며 확신했다. 그는 나르시시스트가 확실하다. 거기에 분노조절장애까지.


그는 팀원들을 깎아내리며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느낀다. 팀원들이 자신의 말에 반대하거나 충고하는 말을 하면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결국 그 말을 꺼낸 사람이 잘못되었다는 걸로 대화가 끝난다. 위의 특징 중 '비판에 대한 과민 반응'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많은 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팀장 혼자 말하고 있다.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으니 모두 포기해 버렸다.


이곳은 회사이고 업무 외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에서 팀장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고, 팀장이 팀원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는 이 상황이 난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일이 많으면 야근을 하든, 주말 근무를 하든 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회사에 나가고 싶지가 않았다. 팀원 20명 중 나만 그러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내 문제가 없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지금 내 상황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지금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팀장이다.


얼마 전 팀원 중 한 명이 퇴사했다. 누군가 퇴사하는 팀원에게 물었다.


"그만두신다면서요?"

"네. 팀장 때문에요."


이 한 마디로 모든 게 이해되었다. 그리고 용기와 능력을 가진 그 팀원이 부럽기도 했다. 난 이직을 할 용기도, 능력도 없는 것 같아서.


14년 회사 생활 중 이런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팀의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누구에게 고민 상담을 할 수도 없다.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비슷한 생각이다. 그저 가장의 무게로 버티고 있을 뿐. 팀장은 자주 바뀌니 곧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1년을 노력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팀장은 우리와 다르다.


확실한 건 그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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