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혀에서 느끼는 것일까...
눈으로 느끼는 것일까... 코로 느끼는 것일까...
나는 요즘 맛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곤 한다.
최근 바질로 장아찌를 만들어 보았다.
생각보다 평범한 맛이었고, 바질의 향이 강하지 않아서 먹을만한 레시피였다.
바질에 열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질의 효능도 열 요리보다 잘 살아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맛있는 반찬을 남편은 먹지 않을게 분명했다.
남편은 대중적인 레시피를 좋아하고, 그 맛에 익숙해 한다.
흔한 조미료 맛이라고나 할까.
햄을 좋아하고, 계란을 좋아하고, 소시지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일반 입맛에 가깝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처음보는 레시피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우선 바질은 재료 자체부터 남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들어서 많이 안 것이지 많이 먹어본 재료는 아닐 것이다.
이것으로 장아찌를 했다고 하면? 남편은 안그래도 작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장아찌를 의심스럽게 쳐다볼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미리부터 손을 쓰기로 했다.
나 : 오빠! 이거 제가 마르쉐에서 사온건데 산에서 키우는게 아니라 밭에서 키우는 새로운 산마늘 종으로 만든 장아찌래요! (실제로 생김새가 약간은 비슷하기에 ㅋㅋㅋㅋ)
오빠 : 그런게 있어요?
나 : 네! 맛도 산마늘이랑 비슷하니까 한번 먹어보세요.
오빠 : 처음보는 요리인데... (계속 의심)
나 : 이거 몸에도 좋고, 간에도 좋고 산마늘인데 이상할게 뭐 있어요. 이거 안먹으면 바보다 바보
오빠 : (쭈뼛쭈뼛하며) 일단 한 젓가락 먹어본다.
음! 첨 먹어보는 맛인데요?????
나 : 에이, 오빠가 이상하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명이나물(산나물)장아찌 오빠도 좋아하잖아요.
이거 이렇게 밥에다 싸먹으면 으음!!~~~~♥ 얼마나 맛있는데요!
오빠 : 그래요? (다시한번 먹어본다) 엇! 진짜 산마늘 맛이다!
나 : 이거 몸에도 좋은 마늘도 넣고, 고추도 넣어서 더 맛있어요 ㅎㅎㅎ 설탕도 덜 들어가고
오빠 : 맛있네요~ (계속 집어먹는 오빠 ㅋㅋㅋㅋ)
나중에 바질이라고 밝혔더니
이미 맛있게 먹어서인지 이후에도 먹는데 거리낌이 없는 오빠였다.
참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맛이란 이렇게도 주관적이다. 객관적이지 않다.
그래서 맛집 후기에 대한 것도 아무리 자세히 써도 100% 맞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맛이란 굉장히 복합적인 것들이 작용한다.
혀에만 의지할 순 없는 것이 바로 맛이다.
결국 맛은 나의 생각과 마음이 정한다.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으며 어떤 맛일 것인지를 미리 어느정도 감을 잡는다.
그리고 지난 추억과 경험을 다 끄집어오고
지금의 몸상태 등... 많은 요인들이 맛을 결정하는데에 작용한다.
그리고 마음으로, 생각으로 결정을 내린다.
' 그래! 이것은 맛있다! '
' 나는 이것을 맛있다고 결정하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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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맛은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정할 수 있다.
생각에 의해 맛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는대로 나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닐까.
맛도 생각대로,
행복도 생각대로 정할 수 있다.
생각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바질을 산마늘로 믿는 남편을 보며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