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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비 Jul 11. 2022

1. 스타트업에 오다.

2019 꼰대 회사를 벅차고 나와 백수 생활을 하며 꽤나 방황했다. 나는 화학 계열 제조업을 다니며 품질관리 업무를  6 정도 했었는데 독한 화학 약품 때문에 몸이 많이 망가졌다. 경력을 살리고 싶었지만 몸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는 앞뒤  막힌 비엔나 소시지 같은 비슷한 계열의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새로운 일을 찾아보기엔 나이도 많았다. 솔직히 평온한 백수생활에 어느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내가 다니던 화학 제조업 회사의 사무실과 실험실 사진



2020년 32살이 되었다. 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나이에 맨날 집에서만 놀고 있는 것도 슬슬 양심에 찔렸다. 줄기만 하는 퇴직금의 잔액이 두려워서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라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동생 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나고, 전혀 다른 업무에 부랴부랴 적응을 하던 중에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우리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을래? 경영지원 업무를 해줄 사람이 필요해."


제안을 해준건 남자친구였다. 남자친구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송도에 있는 공유 오피스에서 회사를 차렸는데,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난 무렵이었다. 개업 후 사무실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맨날 공장 속에서 일하다가 송도의 전경이 보이는 깔끔한 공유 오피스 사무실 모습에 장난스럽게 '나도 이 회사 다니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제안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공유 오피스 초창기 사진과 건물 내 1층 서점, 근무지에 서점이 있다는 것이 당시엔 충격이었음



"그런데, 내가 그 회사를 다녀도 될까?"


이제 막 업무에 적응도 좀 하고 동생이랑 같이 일하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회사는 망할 것 같지 않은 회사였는데, 남자친구 회사는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 스타트업이었다. 직원도 남자친구를 포함해 3명뿐이었다. 남자친구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연봉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롭게 일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도 고민은 됐다. 왜냐면  지금 다니는 회사는 주말, 공휴일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곳이었고, 근무 환경도 좋지는 못했다.


회사를 옮기기로 마음은 좀 기울었지만, 확신은 없는 채로 대표를 만나러 갔다. 대표에 대해서는 남자친구한테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만나니 또 달랐다. 대화를 하면서 생각보다 사업에 대한 확신과 추진력 같은 것이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믿고 다녀도 될 것 같았다. 일종의 면접 같은 만남이 지나고 나서, 결국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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