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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쥬르 바오밥 Apr 13. 2022

우리는 기관의 얼굴이다

고액후원업무는 일반적인 후원개발과는 다르다. 접근방법도, 접근시각도 접근하는 마음도 달라야한다.

고액후원업무를 담당하면서 알게 된 것은 고액후원자에게 담당자는 기관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후원자님이 만나는 바로 그 사람, 그 담당자를 통해 느끼게 되는 마음이 그 기관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와 신뢰에도 연결되며 이는 나아가 후원에 까지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후원에 대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담당자가 어떻게 후원의 결과를, 임팩트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후원자님은 이 기관에 신뢰를 갖고 계속 후원을 하시기도 하고 때로는 조용히 이탈하시기도 한다.


1. 고액후원자와 고액후원 담당자는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고액후원업무를 하다보면 고액후원자님을 직/간접적으로 뵙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많게는 한 분의 후원을 성사시키기 위해 수십번의 컨텍과 논의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어떨때는 한 후원자님의 후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 통화하고 문자를 드리곤 하는 데 나는 이를 통해서 후원자님과 인간적인 관계가 시작이 된다고 생각한다. 상담을 위해서 수차례 통화하면서 이미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게 되며, 후원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는 사업 진행과정을 공유드린다. 그 외에도 명절이 다가오면 지인들에게 하듯 인사를 드리고, 게다가 연말,연초라고 덕담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후원자님과 나와의 관계는 후원자-직원의 관계를 넘어서 끈끈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얼마전에 내 생일이라고 축하해주신 후원자님이 계셨다. 후원자님과 나는 우리 기관의 일로, 그리고 후원에 대해 논의하고자 수차례 만났고 수차례 통화했었는 데 어느새 개인사도 챙겨주며, 특별한 일이 없어도 '후원자님, 그냥 전화 한번 드려봤어요. 잘 지내시는 지 궁금해서요.' 라고 어색함없이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 참 기쁘고 감사했다.


2. 고액후원담당자의 역할은 호텔 '컨시어지'와 같다

고액모금 관련 교육을 받을 때 여러 차례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고액후원 담당자는 호텔의 '컨시어지(concierge)'와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컨시어지는 호텔에서 호텔안내는 물론이고 여행과 쇼핑까지 투숙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고액후원 담당자 역시 그러해야한다는 것이다.

고액후원자가 우리 기관의 다른 팀에서 발송한 행사초대에 대한 문자를 보고 고액후원담당자에게 문의를 할 수도 있을테고, 자녀들에게 필요한 봉사활동에 대한 문의라던지, 소액 정기후원 신청은 어떻게 하면 되는 지 등 그 기관에서 진행되는 모든 문의를 고액후원담당자에게 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응답을 담당자가 해야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었다. 나는 고액후원담당자로서 고액후원자가 자녀이름으로 신청한 아동후원이 잘 되었는 지를 알아봐드려야하며, 내가 직접 응대할 수 없는 일의 경우는 유관부서에 문의해서라도 후원자님께 알려드려야한다. 이렇게 고액후원자님에게서 기관의 소통창구는 바로 고액후원담당자가 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고액후원담당자는 호텔의 컨시어지와도 같다.


3. 결국 고액모금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사용한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고, 모든 일에는 각각 사람의 개성과 정서가 드러남을 표현할 때 이런 말을 사용하곤 한다. 후원에 대한 질문을 후원자가 했다고 했을 때 고액후원담당자들 마다 응답은 다를 것이다. 어떤 담당자는 일반적인 설명과 함께 자료를 보내드린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담당자는 설명없이 당장 찾아뵙겠다고 말하기도 할테다. 또 어떤 담당자는 후원의 계기부터 하나 하나 여쭤보며 진행할 수도 있겠다. 만약 지금 당장 후원하기 어렵다던지, 바로 응대해드리기 어려운 질문을 후원자님이 하시면 담당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떤 담당자는 정중히 거절하면서 다음 기회에 연락드리겠노라 할 것이고 또 다른 담당자는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다른 대안으로 유사한 사업을 알아봐드린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전자의 담당자가 후자에 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그것이 더 지혜로운 대처일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원자님이 후원을 결정하실 때 담당자의 응대와 태도가 지대한 영향을 미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액후원담당자가 기관의 얼굴'이라는 말은 무척 부담스럽고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안그래도 후원금이 '고액'이라서 부담스러운데 담당자가 기관의 얼굴이라니. 물론 고액후원업무를 진행하며서 느꼈던, 응대에 필요한 나만의 핵심요소가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후원문의가 오면 가능한 빨리, 하루를 넘기지 않고 리콜을 한다던지, 후원까지 이어지지 않고 상담에 그치더라도 귀한 마음으로 문의주심에 진심어린 감사를 표현한다던지, 후원자님과 연락이 안될때는 어떻게 한다던지 등 이런 것들을 포함한 메뉴얼을 만들어 공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이것을 소화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담당자마다 개성이 다르고  성향과 성격이 다르기에 개인적으로는 책임감있게 정성껏, 마음을 다해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물론 그렇게 하다보면 어떤이는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는 방법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니까, 옆 동료들은 어떻게 하는지, 다른 기관은 어떻게 하는 지 늘 열린마음으로 기웃거려보는 것은 필요하겠다. 내가 좀 부족하다면 또는 다른 이들의 장점이 더 보인다면 배우면서 개선해나가면 좋겠다. 다만 후원자님께 나만이 풍길 수 있는 사람냄새는 어떤 것인지 늘 고민했으면 좋겠다. 왜냐면 우리의 얼굴은 모두 다 같지 않으며 우리 역시 각자의 색깔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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