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돈 많은 백수에요

by 원더깨비 성유미

깨비쌤: 너희들은 꿈이 뭐야?
학생1: 아이돌 가수요!
학생2: 수의사요!
학생3: 음.. 저는 돈 많은 백수요!!
학생 4,5,6,7....: 와하하~~~ 저도요!!!!!!


몇 달 전 초등학교 5학년 수업에 다녀왔어요. 몇 차시에 걸쳐 수업하며 아이들과 꽤 친해졌답니다. “꿈을 이루는 데는 분명히 돈이 필요한 순간이 있으니, 꿈을 위한 저축을 열심히 해야한다”고 이야기하며, 아이들의 꿈을 물어봤지요. 근데 글쎄 각 반마다 서너 명은 ‘돈 많은 백수’가 꿈이라고 하더라고요. 비슷한 말로 ‘건물주’를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돈 많은 백수라니, 이건 한창 사회에 찌든 우리 어른들의 꿈 아닙니까. 아이들 입에서 이 말을 들으니 참신하기도 하고, 한편 놀랍기도 했어요.


깨비쌤: 돈 많은 백수는 어떻게 될 수 있는데?
학생1: 로또를 사야해요!
학생2: 비트코인이 떡상을 하면 돼요!
학생3: 엄마가 건물같은 거 물려주지 않을까요?


아, 아이들은 한 방을 노리거나, 엄마를 철썩같이 믿고 있더라고요. 예전처럼 한푼 두푼 저축해서 차곡차곡 빌드업 하는 과정은 아이들의 계획에 없었습니다. 뭔가 안타까우면서도 뭐라 반박하기 힘든 사실이기도 해요. 워낙 고물가 시대인데다가 취업도 쉽지 않은 세상이잖아요. 어쩌면 노력으로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하는 건 우리 엄마들 시대의 철 지난 낭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해맑게 외치는 아이들은 아직 동심이 살아있는 거예요. 얼마 전 한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은 반대로 ‘현실적인 무력감’ 그 자체였거든요. 초등 5학년 아이들에게 20년 뒤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하고 싶은 게 없다며 백수가 될 것 같다는 아이, 편의점 알바 하면서 조기축구나 할 것 같다는 아이까지. 어른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그냥 돈 벌려고 하는 거고, 그냥 지금처럼 돈 안 벌고 살고 싶대요. 어른이 되기도 싫대요. 어른들은 돈을 벌어야 하는 존재니까요.


어짜피 백수가 될 거라면, 이왕이면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 지극히 현실적인 와중에 허황돼 보이는 꿈을 꾸는 아이들. 누가 이들을 나무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닐까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말, 행동, 사고방식 등 모든 걸 배우니까요.


https://youtu.be/ItGPbTPfx4Y?si=wNiYZvJ-XMiwR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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