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을 갖기보다
보호색을 띠고 싶었어
온전한 자유가
나는 부담스러워
시선을 끄는 일이
나는 너무 두려워
남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
환경이 나에게 요구하는 색깔
그대로 살아가며
타인과 나의 차이를 지우고 싶어
사회와 나의 색을 일치시키고 싶어
이것이 나의 생존법
자동인형*이 되는 길
겁쟁이라고 비웃지
자아를 찾으라고 충고하지
하지만 그거 알아?
수시로 바뀌는 주변 색을 따라
나의 색을 바꾸는 일이
힘없는 내가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라는 걸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걸
*자신의 개별적 자아를 포기하고 자동인형이 되는 사람은 주위에 있는 수백만 명의 다른 자도 인형과 똑같기 때문에, 더 이상 고독과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가 치르는 대가는 비싸다. 그것은 자아의 상실이다.
-에히리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휴머니스트, 2020,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