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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Jun 14. 2024

[여행속여행] 히메지죠(姫路城),

히메지 여행

내가 무엇을 예상했는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바로 눈앞에서 마주한 히메지죠는

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게

웅장하고 거대했다.

고베 역에서 히메지 역까지는

급행으로 약 30분,

보통 열차로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사쿠라가 만개했다면

아마도 첫 차를 선택했겠지만

사쿠라를 포기한 이날은 가벼운 마음으로

히메지죠의 오픈 시간에 맞췄다.

(참, 급행은 오픈 시간에 맞춰 있어

좀 더 이른 시간 히메지 역에 도착하고 싶다면

보통 열차를 타야 한다)

하지만,

히메지 역에 도착한 나는

넘쳐나는 사람들을 보고는

일찍 서두르지 않은 것을 곧바로 후회했다.

역 밖으로 나오자

중앙으로 길게 뻗은 직선 도로 끝으로

히메지죠가 모습을 들어냈다.

히메지죠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 보였지만

버스를 타기엔 애매모호한 거리 같아 걷기로 했다.

히메지죠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도 많아지고

포장마차들도 눈에 띄어

마츠리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역에서 보는 것보다

막상 걸으니 생각보다 거리가 있었다.

10여 분 걸었을까

다 도착했나 싶었더니

그건 입구에 불과했다.

사쿠라는 없지만

그래도 하나미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

하나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자리 잡기,

어딘가 익숙한 파란 돗자리에서 일상이 느껴진다.

입구를 통과하면  곧바로

히메지죠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히메지죠 앞으로는  공원과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광장에서는 주말 이벤트(아마도 사쿠라 마츠리)가

개최되고 있었고

멀리서 아이돌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맞춰 사람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히메지죠로 향하는 사람은 관광객이고

광장에서 이벤트를 즐기려는 사람은 현지인 듯.

입장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뒤에 서있는 사람들의 담소가 들려왔다.

히메지죠의 보존 수리 공사 때

성이 너무 하얗다고

불만을 토로한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 말이 쏙 들어갔다며

본인도 어느새 지금의 새하얀 색이

눈에 익었다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성을 올려다보니

그래도 새하얀 느낌이 아직 있긴 있는 듯했다.

(히메지죠 대천수는

2009년 10월부터 약 6년에 걸친

대대적인 보존 수리 공사가 이루어졌으며  

2015년 3월부터 일반 공개가 재개되었다)

히메지죠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게 문화유산에 등록되었으며

1600년경 일본의 독자적인 성곽 건축 기술이

최고조였던 시기에 지어진 최고의 목조 건축물이다.

밖에서 보면 5층 건물이지만

내부 형태는 지상 6층

지하 1층의 7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히메지죠가 40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자연재해에도 잘 견딜 수 있었던 건

일본의 전통적인 외벽 도장인

싯쿠이[漆喰しっくい] 도 한몫한다고 한다.

싯쿠이는 일본의 전통적인 도료로

건물의 외벽은 물론 지붕 기와의 접착제로도

사용되어 왔으며,  단열성과 방화성에 뛰어나

지연 재해는 물론 화재로부터도 지켜왔다.

여담이지만,

소화 기술이 미숙했던 에도시대에는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점화를 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에도시대의 소화 작업은

물을 뿌려 불을 끄는 것이 아닌

발화된 곳의 주위 건물을 부셔

불길이 옆 건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싯쿠이 : 천장이나 벽을 바르는 회반죽

(석회를 찰흙과 풀가사리와 같이 반죽한 것)

다시 히메지죠로 돌아와서,

천수에 있는 창들은

적의 침입이나 활, 탄환을 막기 위해

굵은 격자가 들어간 격자창으로 되어 있다.

그 틈을 타고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참 기분 좋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샤치가와라 [鯱瓦 しゃちがわら] .

샤치(샤치호코)  [鯱 しゃち (しゃちほこ)] 는

머리는 무서운 호랑이 얼굴을 하고

등에는 가시가 돋친 물고기 모양의

상상 속의 동물을 말하며,

성곽 등의 용마루 양단에

장식해 놓은 장식물을 일컫기도 한다.

(히메지죠의 대천수에 총 11개가 올려져 있다)

창 너머로 조금 전 걸어온

역에서부터 성까지의 곧게 뻗은 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저길 걸어왔다니...

여기서 보니 그저 까마득하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히메지죠도 거대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히메지죠의 크기도 굉장했다.

성을 내려오며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이건 사마 [狭間 さま]라고 하는

성벽에 만들어진

활이나 총포를 쏘기 위한 구멍이다.

총구의 방향을 자유롭게 조절하기 쉽게

공격하는 쪽이 넓게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히메지죠에는 숨겨진 사마가 많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세를 낮추고 작은 구멍으로 시선을 맞추면

구멍을 통해 보이는 작은 세상이 은근히 재밌다.

대천수에서 내려오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정면의 포토라인은 히메지죠의 거대함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나미 시즌에는 라이트업도 볼거리라

히메지에 하루를 머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히메지죠는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쓰이는데,

영화 007시리즈 [YOU ONLY LIVE TWICE]에서는

닌자 수련장으로 이용되었고, 제임스 본드가 헬기로

 산노마루 광장을 내려오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고 한다.

*히메지죠*

개관시간 : 9시~17시

휴관일 : 12월 29일, 30일

입장료 : 1000엔

가는 길 : 히메지 역에서 도보 약 20분

주소 : 兵庫県姫路市本町68

*오늘의 귀여움*

히메지 역을 향하던 길에 발견한

히메지죠가 새겨진 맨홀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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