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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Jul 03. 2024

[여행속여행] 타니자키 준이치로 기념관,

고베 여행

드디어 [타니자키 준이치로 기념관]에 도착했다.

아시야[芦屋]는 타니자키 준이치로가

1934년부터 약 3년 동안 살았던 곳으로

소설 사사메유키 [細雪 세설]의 무대이기도 하다.

기념관에는 타니자키의 서재가 재현되어 있지만

이곳은 그가 생전 실제로 거주한 곳은 아니다.

그의 거주지는 작품 세계에도

그대로 반영되는데

타니자키의 생애 이사 횟수는

40번이 넘는다고 한다.

주말에만 무료로 공개하는 기념관에는

타니자키 자필 원고와

마츠코 부인과의 서간 등이 전시되어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부부의 형태]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는 생전 3번 결혼했다)

탐미주의 소설의 대가로 꼽히는 타니자키는

작품 세계만큼이나

그의 사생활도 늘 화제가 되었다.

아내를 친구(후배)에게 양보한다는

성명을 신문에 발표해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일명 오다와라 사건 [小田原事件]의

당시 기사도 기념관에서 볼 수 있었다.

신문에 실린 내용은,

타니자키는 아내인 치요를 사토에게 양보하지만

사토 하루오(시인/소설가)와는

지금처럼 친구 관계를 지속하니

이해를 바란다는 것이다.

오다와라 사건이란

타니자키가 첫 번째 아내인 치요[千代]의 동생

세이코[せい子]에게 청혼할 마음으로

부인을 소홀히 여기자 그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토 하루오[佐藤春夫]가

치요와 가까워지게 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타니자키는 젊었을 때

게이샤인 하츠[初]라는 여성에게 반해

구애하지만 하츠는 본인은 애인이 있다며

동생인 치요를 소개했고 둘은 결혼한다.

작품을 구상할 때마다 작품의 세계관을

 가정으로 끌어들이는 타입인 타니자키는

치요에게 지배적인 여성이 되어줄 것을 바랐지만

현모양처 타입의 치요는 그 요구에 응하지 못한다.

그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

타니자키는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그 당시 집안 사정으로 인해

치요의 동생인 세이코를 돌보게 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가진

미성년자인 세이코에게 빠지게 된다.

작가로서 슬럼프를 겪고 있던 타니자키는

그 당시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댔는데

당시 세이코를 기획사의 대표 배우로

내세워 키워 볼 생각으로

세이코의 양육을 맡으면서

한 집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세이코가 타니자키의  소설

치진노아이[痴人の愛 치인의 사랑]의 주인공

나오미의 모델이다.

소설 속 나오미가 자신에게 반한 중년 남성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모습은

[나오미리즘]으로 불리며

당시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타니자키로부터 내팽개쳐진

치요와 딸이 살고 있는 오다와라의 집을

사토 하루오가 방문하게 된다.

사토는 그런 치요를 동정하게 되고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치요뿐만 아니라 딸인 아이코도 사토에게 마음을 열며

세 사람은 친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타니자키는 치요와 사토와의 관계를 알게 되지만

오히려 치요에게 자신과 헤어져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부추기며

부인을 양도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유는 타니자키의 마음엔 세이코가 있었고

그녀가 성인이 되면 청혼할 생각이었기에)

그러나

자유분방한 세이코는 타니자키를

완전한 스폰서로만 생각하고 남자로 보지 않았다.

세이코로부터 거절당하자

다시 마음이 바뀐 타니자키는

사토에게 말했던 부인과 헤어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사토는 격노했고 둘은 절연 상태가 된다.

이걸 계기로

사토는 치요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산마노우타[秋刀魚の歌 꽁 치의 노래]라는

시를 발표한다.

간추리면 치요와의 단란했던 일상을 그리며

지금은 외롭게 혼자서 꽁치를 먹고 있다는 내용으로

이걸로 타니자키와 사토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간접적으로 세상에 공표한다.

추후에 둘은 화해했고

타니자키는 치요와 이혼하게 되고

신문에 아내를 사토에게 양보한다는 성명을 내며

오다하라 사건은 마무리된다.

사토와 치요는 재혼하여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타니자키는 그 이후 토미코와 결혼하지만

오래가지 않고 마지막 부인인 마츠코를 만나

세 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

사사메유키 [細雪 세설]에 등장하는 네 자매는

마츠코의 네 자매가 모델이 되었으며,

둘째인 사치코의 모델이 된 것이

바로 마츠코 부인이다.

갑자기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지만,

타니자키의 교토 거주지에 있던

일본 정원을 따라 만들었다는 정원도

기념관의 볼거리 중 하나다.

관내에는 정원이 완성되었을 때 기뻐하던

마츠코 부인의 생전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다.

관람을 마친 후

다음은 이쇼안이 있는

우오자키역[魚崎駅]으로 향했다.

기념관으로 오는 길은 JR 아시야역이었지만

우오자키로 가는 길은 한신 아시야역.

아시야를 사이에 두고

앞뒤로 눈에 들어오는 낯선 지명들이

자꾸만 입에서 겉돌았다.

낯익은 일본 풍경이지만

낯선 간사이 풍경이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주말이지만,

아니 주말이기에 한산한 전철 풍경이

이곳의 평온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오늘도 말이 길었다.

그럼 사사메유키 [細雪 세설]의 세계인

이쇼안[倚松庵]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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