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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Jul 18. 2024

기분전환/스카이트리를 떠올리며,

일상 기록

기분전환,


동생이랑 방을 바꿨다.

사이즈가 비슷해 바꿔도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덕분에 구석구석 청소도 해가며

소소한 기분전환이 되었다.

창밖 풍경이 바뀐 것도

기분전환에 한몫했다.


내일은 조조 영화를 예약했다.

[퍼펙트 데이즈]

오랜만에 보는 주말 영화,

것도 기분전환이다.




스카이트리를 떠올리며,


스카이트리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카이트리가 완공될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게

즐거움이던 한때가 있었다.


[퍼펙트 데이즈]를 보는 내내

스카이트리가 등장할 때마다 그때가 떠올랐다.

스카이트리 쪽에서 도쿄타워 쪽으로 달리던

수도 고속도로의 익숙한 풍경도

그 시절의 기억이라면 기억이고

또 추억이라면 추억인 것 같다.

다다미방, 문고본, 유니폼, 스모, 야구,

목욕탕 (후지산 그림), 신사, 간단 런치,

컵라면, 퇴근 후 한 잔, 이자카야, 자전거...

그리고

각자 자리에서의 성실함까지.

영화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는

가장 일본스러운 일상이 빼곡히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스러움이 더 선명한 느낌이랄까.


완전히 크지도 작지도 않는 나지막한 창문의

다다미방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아직도 가끔 한다.

이불을 깔고 다다미방에 누워

문고본을 읽는 일상 풍경은

일본스러움을 동경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로망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자신만의 루틴으로

충실한 일상을 살아가는 건

히라야마뿐만은 아닌 것 같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비슷한 듯 다른 듯한 매일매일을  

그렇게 충실히 살아내고 있다.

(대충 일하는 듯 보이던 타카시의 부재가

히라야마의 평온한 일상을 망쳐놓을 만큼

지장이 큰 걸 보며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히라야마가 살고 있는 집은

욕실이 없는 집이다.

보통 욕실이 없는 집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집세의 부담이기에 욕실이 없는 집들의

대부분은 방 한 칸 정도다.

거기에 비해 히라야마의 집은 욕실은 없지만

2층에 사이즈가 큰 편이며,

온통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자신을 위한 완벽한 공간이다.


과거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이유에서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소소한 행복과 작은 기대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영화는 잔잔히 보여준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히라야마의 표정과

거울을 비춰가며 청소하는 야무진 손끝으로.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라스트 씬,

인생을 오롯이 담아낸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그의 수많은 표정들이 쉽게 잊히질 않는다.

(긴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자막은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참,

이자카야의 마마 역을 맡은 건

이시카와 사유리[石川さゆり]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엔카 가수라

그녀의 등장이 더없이 반가웠다.

예전 그녀의 45주년 콘서트에 갔던 일이

문뜩 떠올라 사진을 뒤져보니

그때의 기억이 또 새록새록 해진다.

(작은 것에도 추억을 돋게하는 영화)


여담 하나,

타카시 역의 에모토 토키오[絵本時生]의

아버지 역시 배우인 에모토 아키라[柄本明]로

야쿠쇼 코지는 에모토 토키오가 기억을 못 하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한다.

에모토 토키오[絵本時生]의 형도

배우인 에모토 타스쿠[柄本佑]로

그의 부인이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과 [괴물]에서 열연했던

안도 사쿠라[安藤さくら]다.




바나나,


한 입 크기로 썰어서

시나몬 슈거를 듬뿍 뿌린

바나나를 좋아한다.

어느 날의 간단 아침이었다.

컵라면,


지난번 동생이 술 취해

컵라면에 티슈 올려 둔 게 생각나

나도 한 번 따라 해본다.

초보 식집사,


위로만 자라서 어디까지 올라갈까

살짝 걱정스러웠던 새싹이

결국 성장을 멈추었다.

그렇다고 시든 것도 아니라

물은 계속 주고 있는데,

저 아이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다시 유칼립 카페를 가야 할 시간이 온 듯.

에어쇼,


비행기 소리가 심하게 들려 나가보니

보랏빛 연기를 뿜으며 나는 비행기가

눈에 들어왔다.

에어쇼인 걸 확인하고

곧바로 카메라를 가져와 대기했는데

그게 마지막 비행기였다.

남은 건 끝자락의 옅은 보랏빛 연기뿐.

그대로,


방을 옮겨

분명 책상의 좌우가 바뀌었는데

사진에 담으면 신기하게 너무 그대로다.

자다 깨어도 바뀐 방이였는지 아닌지

 구별 못 할 만큼.

창밖 풍경,


대신 창밖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녹색 풍경이 좀 더 늘었고

하늘도 조금 더 넓어졌다.

여긴 또 여기대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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