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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Jul 19. 2024

[교토여행] 이네노후나야(伊根の舟屋)를 가다,

교토 여행

드디어

이네노후나야[伊根の舟屋]에 다녀왔다.

전철 2시간, 버스 1시간, 왕복 약 6시간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해 늘 포기했던 그곳을

드디어 왕복 약 7시간을 들여 다녀왔다.

이네노후나야를 가는 길은

교토역에서 특급 열차나 버스를 타고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역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소요 시간 약 3시간)

보통 열차는 환승 2번에

걸리는 시간도 약 4시간을 넘기기에

추천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보통 열차가 특급 열차보다 출발시간이 느려

시간은 더 걸리지만

대신 첫 차를 타면 목적지에

특급 열차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할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특급열차를 타면 도착이 11시,

(소요시간 약 3시간)

보통열차를 타면  도착이 10시쯤이 되는 샘이다.

(소요시간 약 4시간)

그래서 나는 일반 열차를 타기로 했다.

니조역에서 소노베로 향하는 첫 차를 탔다.

열차는 빈자리가 많았고

승객은 직장인보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많았다고는 하지만

열차의 좌석은 반쯤 비어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고 있어서

열차는 아주 조용했다.

조용한 열차의 창밖 풍경 역시 평온했다.

열차는 느리게 달렸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환승은 그리 어럽지 않았다.

첫 번째 소노베[園部]역에서는 내린 플랫폼에서 바로,

두 번째  후쿠치야마[福知山]에서는 건너편 플랫폼에서.

(내리면 건너편에 대기 중인 열차가 보인다)

열차 환승시간은 생각보다 여유로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열차를 놓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초행길이면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거기에 나도 놓친 부분이 있었다.

두 번째 환승은 사철이라

교통카드 사용이 불가하다는 점.

개찰구로 들어가기 전에

티켓을 다시 사야 하는데

그 티켓은 현금만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열차를 타기 전 카드 충전으로

현금을 거의 싸 써버렸다는 점.

(다행히 편도 티켓은 살 수 있었지만)

살짝 당황하고도

사진 찍을 여유가 있었던 걸 보니

환승 시간이 꽤 여유로웠던 것 같다.

내가 열차에 몸을 싣고도

곧바로 출발하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아무튼 다행.

드디어 미야즈[宮津]역에 도착했고

다시 버스를 기다렸다.

역에서 나오면 바로 오른편에 정류장이 있고

거기엔 반가운 한글도 있다.

배차 간격이 긴 버스를

20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낯선 곳에서 기다리는 버스 시간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모두 네 명.

이곳에서 버스를 탄 사람 중

이네를 가는 사람은 없었고

아시노하시타테에서 탄 관광객으로 보이는

승객 몇 명이 이네까지 함께 했다.

처음 이네노후나야를 망설였던 건

열차 시간보다 버스를 타고 가는

1시간이 힘들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이네노후나야를 향하는 버스는

나의 그런 걱정이

필요 이상의 걱정이었다는 걸

단번에 일깨워 주었다.

바다다.

아마노하시다테를 지난 버스는

정류장 하나 없는 비현실적인 길을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얼굴을 창밖으로 돌렸다.

처음엔 작은 탄성이 들리는 듯했지만

모두들 아무런 말 없이 풍경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버스 노선이 또 있을까.

버스 길은 정말이지 말 그대로 선물이었다.

그렇게 이네노후나야에 도착했다.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아니

사진으로만 보던 그 풍경이다.

이네노후나야의

이네[伊根]는 지명이며,

이네만[伊根湾]의 해안선에는

후나야[舟屋]라고 불리는

건물이 약 230채 정도 줄지어 있다.

후나야는 원래는 배를 바다에서 끌어와

비나 바람, 벌레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배를 저장하는 시설을 말한다.

옛날에는 어업에 목조 배를 시용했기에

그것을 건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1층은 배를 수납하는 장소로,

2층은 해산물을 말리거나

어업 도구를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했다.

2층도 지금처럼 제대로 된 건물이 아닌

판자를 올려놓은 간단한 구조였다고 한다.

지금은 배도 FRP 강화 플라스틱제를 사용하거나

대형화되어 배를 끌어와 후나야에 넣지 않고

앞에 정박시켜 놓은 집들이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작업용 작은 배를 가지고 있는

집들이 많은데 그런 배는 아직

후나야 1층에 정박시켜 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배를 수납할 일이 없어진 후나야는

1층을 조리용 주방으로 사용하거나

세탁물을 건조하거나

바다 생활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

집의 형태를 하고 있어 후나야 쪽에

사람이 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아 보였다

일반적으로 후나야에서

직접 생활하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바다를 향해 있는 후나야와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산 쪽으로도 주택들이 이어져 있는데

실제 주민들의 주거 공간은 뒤쪽 건물이다.

이네에 도착한 나는 먼저 안내소를 찾았다.

그곳에서 일단 우체국을 찾았다.

(이곳에 은행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

그랬더니 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우체국이 있다고 알려주시며

걸어가긴 힘드니 자전거를 빌리라고 했다.

자전거 디파짓이 2000엔이라기에

아쉽게도 지금 현금이 없으니 괜찮다고 하자

그럼 그냥 빌려 가라 하시며

자전거 키를 내어 주셨다.

그렇게 내게로 온 자전거.

짜리몽땅 노새 같은 모습에

처음엔 살짝 웃음이 났는데

막상 타보니 의자 높이 조절이 필요도 없이

부끄러울 정도로 사이즈가 딱 맞았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바닷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교토에 오면 자전거를 타야지 했던

그 언젠가의 다짐이 여기서 이뤄지다니.

우체국에도 무사히 도착했고

이제부터는 즐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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