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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Jul 17. 2024

[교토산책] 오하라 호센인(宝泉院),

교토 여행

산젠인[三千院]을 오를 때만 해도

분명 사람들이 넘쳐났는데

호센인으로 들어서자

어느새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산젠인[三千院]에서 호센인으로 향하는 길에는

쇼린인[松林院] 본당이 나오는데 그 본당이 바로

천태종 불교가 번성했던 오하라의 중심이다.

호센인은 그 안의 승방으로

800년 전부터 있던 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들어가는 입구부터

아담한 느낌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마음이 차분해지니니

발걸음도 다시 느릿해졌다.

발걸음이 느려지니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지고

풀 내음도 깊어졌다.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하늘거리는

초록 물결에도 잠시 마음을 내어주고.

조심스레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오니

그제야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느린 몸짓과 눈빛들이 아마도 모두들

이 평온함을 깨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발꿈치를 들고 사뿐히 한 발작씩 옮겨가며

나도 그 평온함 속으로 조금씩 스며들었다.

여름을 맞아하는 풍경,

조르륵 흐르는 물소리만 듣고 있어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액자의 정원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시간,

맛차와 와가시를 마시며 즐기는

세상에서 가장 온화한 시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전 내가 앉아있던 자리와

꿈결 같은 정원을 함께 들여다보니

느낌이 또 새로웠다.

맛차를 마셨던 순간

정원을 음미했던 순간

저 자리를 내려다보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 모든 것들이 몽롱한 마법처럼.

밖으로 나오니

또 다른 정원 풍경이 펼쳐졌다.

어디선가 나직한 새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곳에서 좀처럼 발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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