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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여행 마지막은,

교토여행

by 우사기

구라마데라[鞍馬寺]까지는

데마치야나기[出町柳]역에서

에이덴[叡電]을 타면 편리하지만

가는 길은 국제회관 역에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산속의 좁다란 길을 따라 달리는

덜컹거리는 버스,

뒷자리에 앉아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역시 좋다.

구라마데라역에 내린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다섯 명 정도.

계단을 한참 오르다 뒤돌아보니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어느새 흩어지고

주위는 한적해졌다.

구라마[鞍馬]산을 오르는 건

걷는 것과 케이블카를 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나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으면서도

내려갈 땐 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되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나 모르겠다)

케이블에서 내리자

신선한 산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후시미아나리타이샤처럼

끝없이 위로 뻗어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면

그 사이사이 참배를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불당이 모습을 들어냈고

그렇게 한참을 산 길을 따라 올랐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기후네신사가 나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 걸리는지는 몰랐다.

기후네신사까지도 한참을 걸어야 했지만

되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

나는 어쩔 수 없이 어느 순간부터

그 길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땅 위로 강렬하게 뻗은 나무뿌리,

구라마산은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험난하고 무서워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땐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했다.

등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분명 구라마데라에 들렀다

경치 예쁜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갈 생각이었는데,

왜 이런 험난한 코스의 한가운데 들어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지칠 만큼 지쳤을 때

저 아래쪽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습을 들어낸 빨간 다리,

(빨간 다리 건너편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가)

작년 기후네신사에 올랐다

이 샛길을 놓쳐 구라마데라를 못 갔다 아쉬워했는데

그때 만약 이 길을 들어섰다면,

생각만 해도.

빨간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눈앞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갔다.

갈증은 나고 다리는 아프고 덥고,

무작정 들어간 그곳이

소바 가게였던 건 작은 행운이었다.

시원하고 담백한 소바가 얼마나 꿀맛이던지.

다시 어느 정도 기력은 회복했지만

기후네신사까지 올라갈 엄두는 나지 않아

그대로 에이덴 역으로 향했다.

인간의 세상 같은,

내가 걸을 수 있는 세상 같은 길

기후네신사에서 기부네구치역까지 가는 그 길은,

맑은 물 소리와 함께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구라마산을 다시 오르겠단 말은 못 하겠지만

언제가 경치가 예쁘다는 여유로운 그 카페와

이 길은 분명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다음은 교토를 올 때면 빠지지 않고 들러주는 곳,

교세라 미술관.

이번엔 모네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회는 도쿄에서 시작해 넘어온 데다

전시회 기간도 끝자락이라

여유로운 관람이 가능해

무엇보다 좋았다.

교세라는 대규모의 미술전도 그렇지만

정원을 비롯해 미술관 자체도 볼거리가 많다.

밤 풍경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낮과는 또 다른 웅장함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해 질 녘 츠타야에서 시간을 보내며

일상처럼 여행처럼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정,

꽤 괜찮다.

마지막으로 호텔 이야기 잠깐,

원래 교토역 근처 숙소를 선호하지 않지만

다시 한번 교토역은 피해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

공항 가는 길이 편리한 걸 우선순위로 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걸 잊었던 것 같다.

교토역은 편리한 반면 번잡해서

하루 일정을 마치고

매번 소란스러움 속으로 돌아오는 게

조금 힘들다.

그리고 교토역은

관광지를 잇는 모든 버스 노선이 있지만

버스는 늘 사람이 많다는 것

사람이 많은 버스는 느리다는 것,

한가로운 여행이 좋은 나에게는

역시 힘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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