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긴카쿠지를 온 게 언제였는지
긴카쿠지가 어땠는지,
그 까맣고 흐릿한 기억이
긴카쿠지에 들어서자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의 계절은 겨울이어서
이 계절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지만
그래도 긴카쿠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여전한 듯했다.
그래 그런 곳이었지.
긴카쿠지 [銀閣寺]의 정식 명칭은
토잔지쇼지 [東山慈照寺]지만
역시 긴카쿠지가 친근하다.
높은 기온에 문을 들어설 때만 해도
땀이 맺힐 만큼 더웠는데
걷다 보니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뒷길을 잠시 산책한 것뿐인데
풍경도 어느 깊은 산속처럼 아득해졌다.
반짝거리는 소원을 품은 동전들
원하는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길.
철학의 길에서 내려다보는
평온한 마을 풍경을 좋아하는데
긴카쿠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그 이상으로 평온했다.
긴카쿠지를 다녀온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태껏 철학의 길에서 산책을 끝내고
발길을 돌렸던 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긴카쿠지를 나와서는 잠시 샛길로 빠져
호넨인[法然院]에 들렀다.
처음 발걸음을 하는 호넨인이지만
왠지 익숙한 듯 편안한.
긴카쿠지에서 철학의 길 그리고 호넨인,
적막함과 평온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마음을 이어주는 것 같다.
철학의 길에서도 샛길로 빠졌더니
난젠지[南禅寺]까지 새로운 길이 나왔다.
새로 만나는 골목길도
바람이 좋고 한적했고 평온했다
늘 변함없이 모습의 난젠지
살짝 인사만 하고 돌아선 수로각에도
어느새 푸르름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