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10년 차의 라떼는 말이야)
지금은 어느덧 프로젝트도 몇 번 해보고, 스스로 ‘의사결정’이라는 걸 하는 연차가 되었지만
신입일 때를 생각하면 아득하고 가끔은 나의 지금이 더 현실성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친한 사람은 당연히 없고(물론 동기가 있었지만 다들 다른 팀이거나 그때는 무언가 적응을 못 해서 회사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할 줄 아는 것도, 알아듣는 단어도 확연히 없었다.
그렇다고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때깔 나게 잘하는 사람도 아니어서
부서 안의 단어를 익히고 선배님이 만든 엑셀 파일을 따라 하기 급급했다.
그때의 내게 제일 소중했던 걸 생각하면
1. 서식복사
-초보자가 선배님의 파일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에 가장 좋은 스킬은 서식복사다.
나중에 더블클릭 복사해서 여기저기 셀을 칠하고 다니면 그렇게 신세계가 없었다.
2. 함수 복사하기
-선배님이 만들어둔 함수를 유심히 보고, F2키만 쓸 줄 알면 한 번 본 함수는 모두 복사 및 붙여 넣기로 구현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그 선배님의 외장하드에서 나오는 보물들을 보며(지금은 보안상 절대 못 쓰지만, 10년 전만 해도 외장하드를 쓰기도 함)
감탄을 금치 못 하고 내가 퇴사(?)하더라도 저 보물들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3. ctrl + S “일명 저장하기 “
-신입일 때는 스치는 바람에도 PC가 잘못되거나 엑셀이 응답 없음을 알리며 하염없이 멈춰있을 때가 있었는데
느린 업무 스킬에서 가장 소중한 건 ‘했던 일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습관처럼 몸에 익히고 지녀야 했던 것이 “저장하기”이다.
저장하기를 하지 않고 날아가버린 엑셀들을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적처럼 다시 살아나기만 기다리고 기다리고 현실을 부정했던 것 같다.
저 3가지만 알아도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퇴근은 했었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메일에 표가 깨지지 않도록 복사해서 그림판에 붙여 넣고 다시 메일에 집어넣는 수작업 정도..?
지금은 전혀 다른 직무에 있기 때문에 엑셀보다는 SQL이, 파워포인트가, 피그마가 익숙해지긴 했지만
신입 때는 대부분 엑셀로 하는 업무를 했기 때문에 위의 기억들이 아주 선명하다.
그리고 나는 부장님들이 가득한 곳의 막내였는데 그래서인지 나를 보면 ‘부동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사실 업무에 대한 것보다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선배님들이 많았는데
그때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어째서 업무보다 저렇게 부동산만 볼까’라면서 많이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빚을 지지 않고, 원하는 업무에만 목메며 부동산은 쳐다도 보지 않은 내가 슬프지만,
그게 나의 복이겠지 하고 털어버리는 연차와 나이를 먹었다.
요즘은 신입도 많이 뽑지 않아 이런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그 시절처럼 나도 신입을 마주한다면
나는 무슨 팁을 주고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