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두근거림과 그 내면에 아직은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리더'
나는 한국에서 정의할 때 ‘대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에 다닌다.
그래서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리더는 어느 정도의 연차와 나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나의 연차가 엄청 적다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계속해서 리더를 하는 분들도 있어 평균 연령이나 연차가 높은 편이다)
그런 내가 올해 갑자기 ‘리딩’을 하는 ‘리더’의 포지션이 되었다.
언젠가는 (나의 적성을 알기 위해서라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올해 갑자기 하게 되니 ‘너무 준비가 되지 않은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도 컸다.
그래도 기회라는 게 언제 올지 모르니 우선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단은 기운 넘치게 올 한 해를 시작했다.
신입 때부터 계속 다닌 첫 회사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불만 속에서도 나름의 ‘애사심’과 함께
나와 함께 일하는 선배, 후배 포함하여 동료들이 있는 곳이라 우리 사업부가 늘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꽉 채운 9년이라는 시간.
처음 해서인 건지 나름 꽉 채운 9년은 리더와는 전혀 다른 경력이었던 것인지 ‘리더’라는 자리는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다.
과거에는 맡겨진 일을 확인하고 그걸 최대한 되게 하면서 일정을 준수하면 ‘일을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제는 ‘나 혼자만’ 일을 되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
즉, 나와 함께 하는 팀원이 얼마나 ‘이 일을 이해하고’ 내가 아니라 ‘그들이 잘하게’ 만드는지가 중요했다.
나와 같은 시선으로 일을 바라보고, 혹은 다른 시선으로 일을 바라보더라도 그게 나은 방향이라면 캐치하고 잘 되도록 다시 나의 리더에게 딜리버리 하는 것까지.
무언가 같은 결과물을 내는 건 같지만 내가 해야 하는 업무의 범위나 포지션이 달라진 것이다.
이걸 깨닫지 못하고 한 달 내내 끙끙거리고 있으니 나의 직속 상사(리더가 된 뒤에도 늘 상사는 있기 마련)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
그 말을 듣고 크게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연말-연초부터 팀 세팅을 위해 나름 열심히 R&R을 만들고 우리 팀의 비전을 공유했고 함께 업무를 해나가기 위해 서로의 맡은 일을 해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나 혼자’하는, 아직도 많은 영역들과 ‘나의’ 업무 스타일을 홀라당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빠르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의’ 스타일을 고집했고,
밀린 업무가 있다면 기다리지 않고 우선 ‘내가’ 야근을 해서 보고했다.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서포트라고 생각했고(팀원들의 라이프를 지켜주기 위한),
빠르고 안정적인 팀 세팅을 하려면 ‘내가 더’하는 게 당연히 리더로서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보다 연차나 통찰력 어느 부분에서나 선배이고 리더인 직속상사는
그런 나의 마음과 업무 결과를 꿰뚫어 봤고 정확한 피드백으로
나는 잠시나마 발가벗겨진 기분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업무에 ‘팀원’들이 더 성장하고, 어떤 부분에서 더 할 수 있는지
(그들도 충분히 더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내가 기다리지 못한 것)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의 업무적 성장이라는 건 단순하게 내가 보고서 한 줄을 더 잘 쓰게 되고,
요즘 많이 하는 데이터로 치면 쿼리 한 줄을 더 입력하고,
AI로 따진다면 프롬프트(Prompt) 한 줄 더 써본다고 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다.
위에 말한 것들은 그저 배움이고, 성장은 내가 성장통처럼 어떤 부분의 업무의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주변의 도움이나 나의 고민으로 헤쳐나가고 그렇게 얻은 결과로 성과를 얻으면 성장하게 된다.
여기에서 성과는 정말 좋은 결과도 있지만, 만약 실패하더라도 내가 그 업무에서 확실하게 얻은 게 있어
다음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면 나는 그것 또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흘려보내는 게 아닌 확실한 실패의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팀원들에게 그만큼의 과제를 주고 기다렸었는지,
믿고 업무를 맡겼는지, 함께 해 나가려 했는지를 생각하면
그저 허상의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 그들의 업무적 성장을 막은 것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정확한 피드백이 필요한데 어떤 부분은 이 사람에게 배워야 할 정도로 훌륭한 점이 있지만
업무적으로 아닌 부분은 다시 생각하자고 했던 것이 있는지 정확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는 '내가 리더라니'가 아닌,
'리더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나도 하고 남들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