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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둑이 Mar 16. 2023

뚜벅 뚜벅 걸어 제주 동네 여행

네 번째 마을은 동백꽃이 피어나는 위미리


프로 동네여행자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어설픈 감이 많이 있는 프로를 꿈꾸는 초보 동네여행자이지만, 동네여행은 하면 할 수록 좋아진다. 네 번째 동네 여행으로 다녀온 곳은 유난히도 집집마다 골목골목 마다 동백꽃이 많이 피어있던 위미리.

위미리는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도심가 멀지 않고 제주스러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한 때는 위미리에 정착을 꿈꿨었던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동네가 너무 예뻤고, 어느 겨울에 찾아간 위미리는 너무나 따뜻해서 이동네에 정착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동네 여행자가 되어 종종 찾아가는 위미리이며 위미리는 서귀포 남원읍의 한 마을이다.


출처: daum 지도


위미리의 구역은 위미와 상위미로 나누고 있다. 유난히 동백이 많이 볼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했더니 역시나 동백 군락지가 있네. 위미항을 바라보며 아래로 내려가면 바다와 만나는 위미, 한라산 방향으로 올라가면 상위미라고 구역이 나뉘어져 있으며 나는 위미항쪽 바닷가 마을을 걸어보기로 한다.




위미리 동네 여행의 첫 시작은 아이들과 함께 종종 찾아오는 제주 서점 북타임. 서귀포 시내 쪽에 있을 때부터 종종 찾아가는 곳이다. 아이들 손잡고 평범하지 않은 그렇다고 부산스럽지도 않은 제주스러운 감성담은 서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한 북타임 근처에 주차를 하고 위미 동네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기 위해 걷기 여행을 시작한다.



북타임을 시작으로 위미항 방향으로 걸어서 내려가다보면 위미리 메인 거리가 나오고, 알고 보니 여긴 동백꽃 뿐만 아니라 벚꽃도 맛집이구나, 이차선 도로 양 옆으로 벚나무들이 쭈욱 길을 이어오고 있고 벚꽃필때 다시 꼭 오고 싶은 동네로 적어두기로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봄꽃들이 고개를 쏘옥 내밀고 있고 이렇게 동네 여행을 하다보면 우연하게 만나는 봄꽃들의 소식에 설렐 수 밖에 없지

오늘 이동네를 걸으며 어떤 봄꽃들을 마주할지,그리고 완연한 봄이 되면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마주할지 상상하면서 걸어가니 발걸음이 더욱 가볍게 느껴진다. 얼른 마을 안으로 들어가봐야겠다.




위미항 근처에 오소록하게 자리잡은 바닷가 마을 위미리는 오래된 마을이지만 깔끔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동네 곳곳이 잘 정돈이 되어 있으며 도순마을과는 좀 다른 분위기를 풍겨온다. 올레길이 지나가는 곳이기도 한 위미리는 걷기 여행을 즐기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정하게 두손을 꼬옥 잡고 걸어가시는 노부부 뒤를 따라 걷고 있자니 나와 함께 10년이 넘게 같이 살고 있는 다정한 내편이 생각이 난다.  




포스 넘치는 위미리 동네 할머님의 걸쭉한 제주도 사투리를 들으며 걷고 있자니 오랜만에 듣는 제대로 된 제주도 사투리에 이리 신날일인가. 제주에 내려온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사투리는 낯설기도 어렵다. 하지만 종종 이렇게 할머니들의 사투리를 들으면 뭔가 활기가 느껴져 정겹게 느껴진다. 아, 내가 지금 여기 제주도 있구나라는 것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고 할까?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고 짧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길을 걸어본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꽃 중의 하니인 동백, 위미리 마을은 동네 가로수 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 잘 가꾸어진 동백 나무를 많이 만나게 된다. 붉은 동백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의 동백나무를 살피다보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뺴앗기고 한참을 서서  연이어 셔터를 누르게 되는 아름다운 나무.

위미리를 걸을 때는 눈이 즐거웠다.




마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 바닷길을 걸을 수 있다. 제법 많이 따뜻해진 날씨로 바닷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지만 많은 차가 다니고 있지 않아 걷기 좋은 길이다. 파도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를 친구삼아 걷다보면 복잡했던 머리속도 시원해 진다. 실마리를 풀지 못해 머리를 꽁꽁 싸메고 며칠동안 끙끙 앓았던 일도 바닷바람에 모두 날아가 버린것일까? 이 길위에서 툴툴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겠다라는 힘이 솟아나네



동백나무가 유난히 많은 위미리는 다양한 다리들도 많이 있다. 아쉽게도 아직은 통제가 되어있는 다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중 등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다리를 걸어본다. 바다위에 떠있는 양식장에서는 물고기들의 먹이를 던져주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게 되고, 내 머리위로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함께 인사를 나누며 걸으면서 났던 땀을 잠시 식혀 주는 시간이 가졌다.  


등대 맞은편으로 바라보이는 한라산은 아, 여기가 제주구나를 다시 한 번 알게 해 준다. 제주의 어디를 가도 보이는 한라산은 한참을 하얀 눈모자를 쓰고 있더니 이제는 눈 모자를 벗어던지고 봄을 준비하나 보다.




이렇게 오늘도 잘 걸었다. 요즘 미세먼지로 날씨가 쨍한 햇님이 아니라 많이 아쉬웠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에 또 여기를 올 구실을 만들 수 있으니 이걸로 위안을 삼는다. 3시간이 넘게 고, 잠시 쉬며 동네를 온전히 느꼈던 시간. 위미리의 기운 듬뿍 담아 다음 동네도 잘 걸어야지








오뚜기 빵집은 수제 햄버거로 유명한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 위미리의 빵집

새롭게 지어 번쩍 번쩍한 건물의 베이커리 가게들도 많이 있지만 간판부터 포스 풍기는 오래된 빵가게의 손맛 가득한 수제 햄버거는 길 위에의 허기를 달래주는 감사한 곳이기도 하다.


-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129




건축학개론의 촬영지 서연의집

지금은 카페로 이용되고 있는 서연의집은 위미 바닷길 바로 앞에 있어 잠시 차가운 바람에 몸을 녹이거나 쉬어갈 수 있어 들리게 된다. 건축학개론을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가게 되는 곳



- 서귀포시 위미해안로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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