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 발짝 뒤어서 바라본다.
겨울의 새벽은 좀 더 깔끔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참 좋아하는 계절이지만,
오들 오들 떨리는 추운 날씨로 인해 한 번 이불 밖으로 나서려고 하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는 겨울에도 다른 곳보다 따뜻하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온으로 작은 마음 한 번만 먹어도
옷을 입고 카메라 하나만 챙겨 나갈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평균 기온보다 조금 더 오른 따뜻한 날에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였다면 고민하지 않고 나서게 된다.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럴 때면 ' 나도 참 부지런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
그렇게 나선곳은 면형의집
아직 아침을 시작하지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부터 면형의 집에는 따스한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날씨가 좋았던 어느 가을날,
사진이 찍고 팠던 나는 면형의 집으로 향했고
지나가시던 분이 " 여기는 흐리고, 안개 낀 날 오면 더 멋있어요"
하시던 말이 생각나 조금 따뜻한 겨울 새벽 출사 장소로 정했다.
산 너머
잔뜩 낀 안개가 멋스러움을 더하고
수십년 된 아름드리 나무가 수묵화처럼 멋스러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면형의 집
안개가 좀 더 자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아쉬움 한 스푼이 있어야 다시 또 찾아지게 되니 그 또한 나쁘지는 않은 일
신을 믿지는 않지만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성당은 나에게 짝사랑과 비슷하다.
설렘 안고 걸어가는 이 기분에
사진도 흔들렸지만 이 공간, 이 시간 그리고 좋아하는 곳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그 마음까지
모두 다 담겨있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늘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바로보는 성당 안의 풍경
누군가의 간절함이
누군가의 진실함이
누군가의 짙은 후회가
그리고 그리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 발짝 뒤
오늘도 나는 비오는 겨울날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다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