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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r 23. 2024

[전시관람리뷰]-박영숙 도자전 <도자, 혼魂을 담다>

자연의 재료로 시간과 정성을 기울인 결과물은 아름답다.

<박영숙 도자전 > [도자, 혼魂을 담다]


*자연의 재료로 시간과 정성을 기울인 결과물은 아름답다.


*유리, 도자기, 그리고 평판은 쉽게 깨지지만, 결코 잘 고쳐지지 않는다 -벤자민 프랭클린-


# 전시개요

달항아리 2008

롯데갤러리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다양한 국내 여성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나는 전시를 개최합니다. 여성의 꿈과 행복을 응원하는 롯데백화점의 ‘리조이스 캠페인’과 함께하는 이번 <REJOICE> 특별전은 본점, 잠실점, 동탄점, 광복점, 광주점에서 총 5개의 연계 전시로 펼쳐집니다.

<박영숙: 도자, 혼을 담다>展 은 도예가 박영숙의 40여 년간의 작품활동을 조망하며 전통 공예의 현대화를 통한 공예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탐구하는 전시입니다. 시대에 따른 미감을 포착하고 동시대의 호흡 속에서 변화와 도전을 이어나간 박영숙은 현대 도예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뛰어난 기술력과 더불어 전통을 현대적 미감으로 녹여내는 창조성은 장인(匠人)인 동시에 현대 예술가로서 그의 위상을 드러냅니다.

공예의 참다운 가치는 사물에 담긴 정신이 내면화되고 삶에 스며들 때 비로소 나타납니다. 한평생을 도예에 바친 박영숙의 예술혼은 그의 집념, 끈기,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들을 통해 단순한 기물을 넘어 살아있는 '정신(魂)' 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도자 안에 면면히 흐르는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롯데 갤러리 홈피)


#전시리뷰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전시 중인 박영숙 도자전 [도자, 혼魂을 담다] 을 관람하며 소확행을 누렸습니다.

‘달항아리’로 명성이 드높은 도예가 박영숙 작가의 도자전 [도자, 혼魂을 담다]가 진행되고 있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RE:JOICE>라는 타이틀로 여성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획을 하였다는데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 전시는 조선 백자의 매력을 한껏 향유할 수 있는 멋진 자리였기 때문에, 관람료가 무료인 백화점 갤러리 전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며 전시장으로 향하였답니다. 갤러리에서 마련한 도슨트 시간은 3시와 5시였는데, 함께 관람을 갔던 우리 팀은 12시에 만나 자유관람을 하고 이후의 스케줄로 넘어갔습니다.

아무래도 백화점 갤러리 전시라서 작품 판매와 구입에 있어서 편리한 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이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구입이 가능하였습니다. 최저가 수저받침 10만원에서부터 이우환 화백과 콜라보한 대형 항아리 작품 10억원에 이르기까지,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서부터  구입할 생각조차 불가능한 가격대까지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었답니다.


조선시대의 백자인 달항아리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관련된 도자를 구워내는 관요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하는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둥근 곡선의 아름다움이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조선시대의 달항아리에 관한 기록은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안겨주는 특징이 있었는데요,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야만 탄생할 수 있는 달항아리는 깨끗하고 연약한 모양새 만큼이나 바람/온도/습도 등의 자연조건과 주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모되거나 크랙이 가기 쉽기 때문에 정성을 기울여 아주 섬세하게 다루어야 할 작품인 듯하였습니다.


도예가 박영숙 작가가 지극히 한국적인 도자 작품들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답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통해 한국 도자기, 특히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세계 무대에서 뽐낼 수 있기까지, 작가가 얼마나 많은 세월 속에서 열정과 정성을 쏟았을지를 상상하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무려 40여 년을 까다롭고 고된 도자 작업에 투신하였다고 하니 박영숙 도예가의 예술혼은 장인정신에 바탕을 둔 것임에 틀림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이우환 화백과 콜라보한 작품들과 과일, 새 등의 오브제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박영숙 작가가 새로운 실험정신을 가지고 함께 어우러지는 활동에 관심을 기울였듯이 우리의 삶에서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도자, 혼魂을 담다] 관람평

도자기를 좋아해서 전시를 볼 기회가 있으면 한 번씩 다녀본 편인데, 기대를 하고 온 것에 비해 전시 규모가 너무 작아서 다소 실망한 면도 없지 않았다.

친구가 광주요를 쓰다가 뜨거운 음식을 담으니까 오래 쓰면 크랙이 가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도자기가 흙을 소재로 제작한 작품이라서 자연과 밀접하기도 하고 온도, 습도에 민감한 부분이 있으므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면에서 도자 작품들은 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도자기는 사람들 삶에의 근접성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도자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은 마인드가 좀 더 친환경적이고 내추럴할듯하다는 생각도 하였다.


작가가 처음부터 예술적 접근이 아닌 생활 자기의 개념으로 도자기 작품활동에 입문했다는 점도 좋게 느껴졌다. 박영숙 작가의 남편이 요업을 하는 사람이었고, 그 와이프인 작가가 도자기를 한 번 만들어보면서 도자 세계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때마침 대가의 눈에 띄어 그 재능을 인정받았던 것이 박영숙 작가가 도자 작품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 스토리가 유의미하게 생각되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일로 인해 지속적인 작품활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고,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됨으로써 지금의 세계적인 대가가 될 수 있었다는 작가의 작품활동 여정은 꽤 멋진 서사였다.

같은 환경이 주어졌어도 누구는 그냥 지나쳤을 터인데, 누구는 시도해 봄으로써 삶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나게 된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삶의 터닝포인트 지점이다 싶다. 작가가 주어진 환경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고, 때마침 운이 좋게도 전문가인 귀인을 만나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된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안일어난다는 말도 있듯이, 역시 뭐든 일단 시도해 보는 게 중요한듯하다. 작가는 우연히 시도해 봤는데 뜻밖의 재능이 발현되었고, 바로 그 시점에 그 분야의 권위자를 만났고, 재능을 꽃피워 대가가 되었다. 우리의 삶에도 적용해 보면 좋을 과정인 듯하다.


특히  영국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미국 하버드대 박물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 세계 곳곳 다수의 박물관에서  박영숙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작가의 명성이 어느 정도로 높은 경지에 이른 것인지 짐작이 되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우리나라 도자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더 인정을 받는 것 같아서 자랑스럽기도 했다.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과 접목되어 동양의 도자기가 세계적으로 그 매력을  어필하는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우리는 저평가하는 부분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고평가 되는 것도 의미 있는 재평가와 객관화의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도예가들은 유화나 수채화, 기타 조형예술 등 여타의 다른 미술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에 비해 좀 더 자연 친화적이면서 인내심과 철학의 깊이가 남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한편 주전자 작품을 보면서 뚜껑 아귀가 맞으려면 대단히 어려운 과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빚었을 때와 구웠을 때의 오차가 생길 수 있을 텐데,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싶었다. 실제로 과학적 원리를 이해해 작품제작에 적용했던 부분에 대한 문구를 전시 메시지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오류를 발견하여 폐기하거나  B급 결과물로 분류되어 제외한 다수의 작품들이 존재한 끝에 만족할 만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던 지난한 과정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올곧은 작가정신이 더욱더 숭고하게 느껴졌다. 모든 미술작품이 그러하듯이 공산품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 손으로 빚은 제각각 개성의 도자 작품의 가치가 실제로 보니 더 크게 다가왔다.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인사동 공방이 있다고 하던데 기회가 된다면 그곳에도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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