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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페베 Feb 09. 2021

'유료 소통' 시대의 명과 암

팬덤 플랫폼, 소통도 구독이 되나요?

아메리카노 한 잔 값, 4500원.

달리 말하면 맥도날드 빅맥 단품 하나, 학식 한 끼, 담배 한 갑, 술집의 소주 한 병 값이다. 

식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학가에서조차 간단한 샌드위치나 분식 외에는 밥 한 끼조차 사 먹을 수 없는 돈이며, 웬만한 케이크 한 조각이나 마카롱 두 구보다도 적은 가격이다.


이 4500원으로 한 달 동안 팬은 내 '최애'와 '프라이빗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물론 실상은 전혀 프라이빗과는 멀지만, 어쨌든 내게 보이는 화면만큼은 매우 프라이빗하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카톡을 주고받는 것 같은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최애가 메시지를 보내면 구독자들에게 알림과 함께 메시지가 보내지고, 구독자들은 그에 대한 답문 3개를 보낼 수 있다. 최애가 내 메시지를 읽으면 카톡에서처럼 '1' 표시가 사라진다. 다른 구독자가 얼마나 많은 지,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K-아이돌 판의 '유료 소통' 시대를 열어젖힌 '버블'(bubble) 서비스의 개요다. 

'유료 소통'이라는 말 자체만 놓고 보면 '이제는 아이돌이 앨범, 음원, 굿즈를 팔다 못해 소통까지 파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크나큰 오산.


유료 소통은 소통 자체를 판매한다기보단, 소통에 최적화된 플랫폼의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에 가깝다. 유료 소통 외에도 공카, SNS 등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하는 창구는 이미 너무나 많고, 자체 콘텐츠는 매일같이 올라올 정도로 흘러넘친다. '무과금 덕질'로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 소통을 선택하는 것은 후술하다시피 해당 플랫폼들의 기능이 팬의 니즈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사실 버블 이전에 한국 엔터사업계 유료 소통의 모태가 있었으니, 바로 아이즈원의 '프라이빗 메일'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유료 소통의 개념이 아이돌판 전체에 보편화된 것은 SM 소속 아이돌을 필두로 시작한 버블이 다른 소속사로까지 전파되면서부터다. 


이 '유료 소통'에 관한 논의가 여태껏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아이돌판을 벗어난 기타 커뮤니티에서까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바로 NC가 각잡고 만든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에 이 유료 소통이 '프라이빗 메일'이라는 이름의 BM으로 도입되면서부터다.

(나 자신이 버블의 이용자이고 유니버스를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버블을 기준으로 글을 작성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덕후는 있어도,
단 한 번만 해본 덕후는 없다

2세대 아이돌부터 지금까지 인생의 절반 이상을 덕질에 쏟아부은 '케이팝 고인 물'로써, 유료 소통의 플랫폼과 서비스 자체는 가히 혁명적이다. 나조차도 버블을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단순한 '유사연애 팔이'의 일부라고만 생각했다. 만일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발 편견을 버려주시길. 오히려 단체 채팅에 가깝기 때문에, 내 답장과 동떨어진 답문이 올 때면 유사를 먹다가도 뱉을 듯.

커피 한 잔 값으로 밑에 후술할 모든 장점을 누린다는 것은 오히려 '호사' 소리가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도, 유료 소통 플랫폼에서는 다른 팬들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이자 기존에 팬과 아이돌의 소통이 이루어지던 공간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써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기존의 소통 창구는 요약하자면 세 가지로 나뉜다.


1. 팬카페나 위버스 등 공식 플랫폼

2세대 아이돌 시절부터 최근까지도 아이돌과 팬들만의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의 대표적 예시. 그러나 팬레터를 구구절절 백날 작성해봐도 금세 남의 글에 묻히기 일쑤고 이걸 읽기는 하는 건지도 의문. 게다가 아이돌이 간만에 소통글을 남겨도 다음카페의 댓글 수 제한 때문에 선착순 몇 명 이외에는 답글조차 달지 못하고, 아이돌이 댓글이라도 남기는 날엔 그걸 읽으려고 다른 팬들의 수많은 댓글을 일일이 스크롤 내려가면서 찾아 읽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2. 인스타 혹은 트위터의 팀/개인 SNS

그러나 가입 요건이라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기에 세계 각국의 언어가 난무하는 댓글과 트윗을 봐야만 하고, 악플을 마주칠 확률도 매우 높다. 무엇보다 아주 가끔 진행되는 스토리 무물이나 트위터 멘션파티, 인스타 라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소통'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아티스트가 '고지'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3. 브이앱 등의 라이브 방송

'소통' 그 자체이고 때론 내 댓글을 읽는 것이 직접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티스트가 브이앱 콘텐츠를 진행하다 보면 댓글을 읽지 않을 때도 많고 설령 댓글을 본다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수만 명의 시청자가 와다다 보내는 댓글 중에 내 댓글이 읽힐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또한 팀/개인 SNS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의 언어가 난무하며 때로는 악플이나 'oppa eng plz' 등의 보기 싫은 댓글도 엄청나게 봐야만 한다. 


그런데 유료 소통 플랫폼(버블)은 다르다.

팬이 보고 싶은 것은 다른 팬의 반응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메시지이고, 팬이 원하는 것은 내 최애가 나의 응원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이 수요를 정확히 공략한다. 

구독자에게는 오직 아티스트가 보낸 메시지만 보인다. 심지어 오면 왔다고 바로바로 알림까지 온다. 내 응원글이나 답글을 읽었는 지도 보인다. 물론 모든 이용자가 '나 말고 다른 팬의 존재'를 인식하고는 있으나,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으니 조금 더 프라이빗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남의 채팅이 보이지 않는 단체 채팅방 느낌.

나와 수많은 내 최애의 버블러들..

무엇보다도 원칙적으로는 유출 금지에 팬에게만 보이다 보니, 일반 SNS에 비해 버블에서는 아티스트가 맘 편히 자신의 일상이나 셀카, 영상, 음성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기에도 용이하다. 또한 나도, 아티스트도 악플을 마주칠 일이 전혀 없다. 소통권을 산다기보단 쓰기 편안한 플랫폼을 사는 것이다. 


게다가 유료 플랫폼은 기존 팬-아이돌 간의 소통을 옮겨와 유료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소통을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돌판 고인물들은 알겠지만, 이전엔 활동기가 끝나면 다음 컴백 전까진 내 아이돌의 소식을 듣고 최소한의 소통이라도 할 길이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있었다. 그런데 점차 SNS, 브이앱이 생기면서 소통의 창구나 방식이 추가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유료 소통도 마찬가지다. 

커피 한 잔 아껴 '이 호사를 누린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유료 소통은 이미 존재했었다

사실 버블과 프메 이전부터도 이미 팬 콘텐츠의 유료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공식 팬클럽 가입자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 유료 결제가 필요한 브이앱 콘텐츠나 리얼리티 등 '유료의 늪'은 이미 돌판 이곳저곳에 산재하고 있었다. 오히려 버블의 대중화와 비슷한 시기부터 이런 유료 자컨(자체 콘텐츠)들이 유튜브에 업로드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팬이 쓰는 돈의 양은 비슷하거나 줄었고 무과금으로 향유 가능한 콘텐츠는 오히려 엄청나게 늘어났다. 

유료 소통이 아이돌 덕질과 소통에 있어서 과금러와 무과금러의 장벽을 세운 첫 단추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혹시 추억의 '유타'를 아시는가?

NCT 멤버 유타가 아니라 'UFO TOWN'의 줄임말로, 이미 약 10년 전부터 존재했던 유료소통 시스템이다. 다만 2G폰의 시절 흥했던 서비스답게 80자 글자 제한의 SMS 문자로 진행되었으며, 정기 결제가 아니라 한 통에 백 원가량이었다는 것이 차이. 가끔 아이돌이 전체 답장 문자를 보내주곤 했고, 아주 운이 좋을 경우 개인 답장을 받기도 했었던 그 시절 2세대 아이돌의 소통이다. 

그런데 유타의 문제는 이것이 진짜 멤버가 보낸 것인지, 알바생이 보낸 것인지 모른다는 것. 흔히 돌던 썰로는 꼭 문자 앞에 달려오곤 했던 [문자 보낸 멤버 이름]에서 대괄호 앞의 띄어쓰기가 있는 지의 여부에 따라 답변자의 정체가 알바냐, 멤버냐 알 수 있다는 것이 당시의 국룰. 

그시절 유타의 모습. 구석에 보면 무려 10년도 더 전임을 알 수 있다....


이것에 비하면 버블은 정말 혜자다. 압도적 감사.

일단 누가 보냈는지가 아주 확실하게 보장되고, 매 회 3건의 답문을 보낼 수 있는데 달에 최소 15건 이상은 메시지가 오므로 계산해보면 4500원이라는 값은 유타에 비해 훨씬 싼 편. 심지어 물가 상승률까지 고려하면.... 게다가 아티스트가 사진, 영상도 보내주고 내 메시지를 읽었는지 여부도 보인다. 유타에 비해 버블에는 개인 답문 기능은 없지만 어차피 하늘의 별 따기이므로 패스.


유료 소통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 가르기?

그러나 유료 소통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줄세우기'와 '미래'다. 

곧 이것에 관련해 따로 글을 쓰긴 하겠지만, 안 그래도 점차 심화되고 있는 아이돌판의 '줄세우기'와 개인팬 기조에 버블은 그야말로 기름을 붓는다. 아무리 혜자라 한들 결국 어디까지나 '유료' 소통이기에, 아무리 팬덤이란 아가페적인 사랑의 집약체라지만 무의식적으로 팬들은 소비한 만큼의 대가를 누리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값, 즉 물가의 기준은 정해진 게 없다. 다시 말해, 다른 멤버들과 내 최애의 버블을 자꾸 비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주 보내는 멤버는 '효자', '버블 맛집'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멤버는 '불효자'가 된다. 물론 여태껏 효자-불효자에 대한 평가가 브이앱, 공카 등 기존 소통 창구들에서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료 소통은 이러한 경향이 '돈값을 하는지'와 연관되기 때문에 더욱 심화되곤 한다.


실제로 이미 몇몇 팬들은 특정 멤버가 얼마나 버블을 자주 왔는지, 메시지의 갯수가 얼마나 되는지 달력을 만들어 비교하기도 하고, 횟수가 적은 편인 멤버들에게는 대놓고 돈값을 하라며 당당하게 비난을 쏟아내면서 까빠짓을 하기도 한다. 버블 이전만 해도 공카 방문 횟수, 브이앱 횟수로 비교하던 것이 이제 버블에서는 심지어 '돈을 낸 소비자'라는 논리까지 더해지면서 강요 아닌 강요에 더욱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차파국의 효자는 성적순, 돌덕의 효자는 버블 많이 온 순 ???

또한 가격이 멤버당으로 책정되어 대다수의 이용자가 모든 멤버보다는 특정 멤버를 선택해 보내다 보니 개인팬 기조가 심화되곤 한다. 보통 최애 한둘과만 버블을 하다 보니, 그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나 친밀감, 정보량은 높아지는데 다른 멤버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올팬 아니면 돌맞던 시절부터 덕질해온 내 또래 팬들에겐 묘한 씁쓸함이 들기도 한다. 특히 멤버 수가 많은 그룹의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이러한 경향은 아이돌에게 소통에 대한 의무감을 지울 수밖에 없고, 결국 이에 대한 결과는 고스란히 다시 팬들에게 돌아올지 모른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내 아티스트가 진심으로 팬과 소통하고 스스로 열심히 대화하고 싶은 모습이지, 욕먹고 싶지 않으니 억지로 밀린 숙제 하듯 소통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작금의 유료 소통은 학생 팬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직접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성인들에게 한 달에 4500원(버블), 7900원(유니버스)은 고작 한 끼 밥값에 불과한 작은 돈일지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 돈을 벌 능력이 없고, 용돈을 받는다 하더라도 정기 결제를 진행할 수단이 비교적 부족한 학생 팬들에게 매달 고정 지출이 생긴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특히나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이는 넘기 힘든 산이다. 


그렇기에 유료 소통이 보편화될수록, 이들이 덕질 커뮤니티나 SNS에서 소외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지고 점차 아이돌 덕질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또한 같은 팬 내에서도 핵과금/과금/무과금러의 암묵적 계급화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나 또래 집단 내의 무리 관계에 예민한 10대 팬들에게는 이러한 또래 팬들 사이의 계급화가 더욱 강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깟 버블이 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10대 학생은 그 어느 연령대보다도 '우리'와 '유행'이 중요한 나잇대다. 당장 학교에서 같은 친구들이 버블과 프메에 대한 얘기를 할 때 혼자서 당당히 '나는 돈이 없어서, 부모님 허락을 못 받아서 버블 못 해' 라고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이 몇이나 될까. 

진입장벽이 낮아야 영업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이 큰 문제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아이돌판의 미래 잠재적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아이돌판의 가장 큰 소비자는 바로 머릿수는 적어도 지갑은 여유로운 2030 성인팬이다. 그런데 이들 중 성인이 된 이후에 '이제부터 아이돌을 파겠어!'라고 결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는 학생이었을 때부터 덕후의 DNA를 배양해온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만일 미래의 2030인 현재의 10대에게서 돌판 유입이 적어진다면, 아이돌 판 전체의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주는 아이돌이 부리고 돈은 NC가 번다?!

'유료 소통'에 가장 큰 거부감이 드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팬은 '내 새끼'에게는 언제나 지갑을 열어줄 수 있다. 그러나 웬 놈의 회사가 아이돌을 볼모삼아 내 지갑을 강탈해가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참을 수 없다. 

특히 유니버스에 해당되는 얘기다. 실질적으로 '유료 소통'이라는 콘텐츠의 창작자/제공자는 아이돌이다. 그런데 플랫폼 관리자인 NC가 돈을 버는 듯한 이 느낌은 뭐지? 유니버스의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유니버스 이용권+프라이빗 1인권의 7900원이다. 절대 매달 쉽게 지출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버블의 2인권 가격에다가, 심지어 넷플릭스, 왓챠도 4인팟을 구성하면 월 3250원이다. 


팬이 원하는 건 사실 프라이빗(유료 소통) 뿐인데, 그걸 볼모로 잡고 '이용권'을 끼워팔면서 이름만 거창할 뿐이지, 사실 운영비 명목으로 돈을 올려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수밖에. 소통이라는 상품을 팔면서 거기에 플랫폼 운영비까지 얹어서 받으니 창조경제도 이런 창조경제가 따로 없다. 물론 플랫폼, 서버의 유지, 관리, 서비스 제공에도 노동력과 자금은 들 테다. 

그러나 팬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그 플랫폼인가, 아니면 아이돌의 소통인가?

그래도 내 새끼는 봐야하니까.... 결제....


똑같은 플랫폼 구독 서비스라도, '유료 소통'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 서비스들과 그 결이 다르다. 

일례로, OTT 플랫폼(넷플릭스, 왓챠)도 유료소통처럼 콘텐츠의 제공자와 플랫폼 운영자가 각기 다르다. 그러나 우리가 그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기분이 상하지 않는 것은 이용자가 돈을 지불하는 대상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을 마음껏 시청할 권리', 즉 콘텐츠 시청권보다는 "플랫폼 이용권"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료 소통 플랫폼'은 어떠한가?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오직 콘텐츠뿐이다. 

리슨 앱(SM 버블 플랫폼)에서 버블 이외의 기능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몇이나 될까? 팬이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은 소통뿐이지, 기타 플랫폼은 그저 '하나 사면 추가로 주는' 덤에 불과하다. 플랫폼 운영비는 팬에게 있어 '알 게 뭐야'에 불과하다. 어차피 소통은 그 플랫폼 없이도 할 수 있고, 애초에 원래는 무료인데. 

심지어 플랫폼 운영자가 내 아티스트의 소속사라면, 플랫폼으로 가는 돈이 향후 내 아이돌의 앨범, 콘서트 등에 다시 재투자가 이뤄질 테고 결국에는 내가 미래에 향유할 콘텐츠의 질을 높이겠거니 싶지만 유니버스는 그마저도 아니다. 


작금의 유니버스를 OTT에 비교하자면, 왓챠플레이가 개별 콘텐츠 시청권과 별점과 댓글 기능 '이용권'을 묶어서 두 배 값을 받고 파는 것과 다름 없다. 시청권만 따로 구매는 불가하다. 심지어 그 개별 콘텐츠는 왓챠가 제작한 것도 아니고, 다른 방송사/제작사에서 만들어서 납품하는 것임에도! 안타깝게도 이 콘텐츠는 전세계 어떤 곳에서도 서비스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이걸 보고싶으면 꾸준히 결제해야한다.

자, 이래도 지금의 유니버스BM이 정상적으로 보이는가? 


짧은 제언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특히나 1020의 7할이 지금보다 더 많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싶다고 한다. 바야흐로 구독 경제의 시대다.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넷플릭스를 결제하는 것처럼 유료 소통도 다를 바 없다. 내 최애와의 (나만 보이는) 단체 채팅방을 "구독"하는 셈이다. 흔히 게임에서 조금의 과금이 게임을 더 즐겁게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처럼, 팬도 덕질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유료 소통 플랫폼'을 구독하는 것이다. 

특히나 코로나로 각종 팬미팅, 콘서트, 팬싸가 막힌 지금, 어쩌면 무엇보다도 가깝고 편리한 소통 창구다. 

다만 어디까지나 유료 소통은 소통의 한 방식일 뿐,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 역시도 버블을 이용하지만, 그럼에도 버블 외에도 다양한 소통 창구가 있어야만 한다. 과금의 질을 낮추라는 것이 아니다. 무과금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어야 유입이 생기듯, 돌판도 마찬가지다. 케이팝의 순환이 원활하길, 고인물과 뉴비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지길 위해서는 일명 '가성비 덕질'로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결과적으로 '소통'이라는 굉장히 인간적인 행위와 관련된 것이니만큼,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과금러 파티가 된 이후로 스러져갔던 수많은 갓겜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유니버스의 운영이 그 악명 높은 리니지와 미친 BM의 NC인 것을 생각할 때 더욱 두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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