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무제

여행기를 쓴다는 것

by 카이저 소제

뉴스를 보다가 기함을 했다.

리스본 글로리아 푸니쿨라 사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다.

마을버스 보다도 더 작은 전동차 사고로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니.


해외여행 중에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

열기구 추락사고, 수상 액티비티 사고 등등.

위험을 감수한 인증샷 남기기가 인명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푸니쿨라는 액티비티도 아니고 놀이기구도 아니다.

오히려 교통약자들을 위한 교통수단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포르투갈의 지형에 맞게 고안되고 정착된, 이른바 도심과 달동네를 연결하는 전동차다.

19세기에 만들어졌다는 그 역사성 때문에, 그리고 이국적인 독특함 때문에 더불어 관광명소가 되었다.


지난 3월 리스본 여행 첫날 글로리아 푸니쿨라를 탔다.

언덕배기에 비스듬히 정차된 푸니쿨라의 첫인상.

마치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낡은 탱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용이나 관상용으로 오해받을 만큼 낡았기 때문이다.

푸니쿨라 내부는 대부분 나무로 되어있다.

그래서 안전상 문제로 탑승이 불안했냐고?

전혀 아니다.

낡은 나무의자와 나무 창틀은 오히려 멋스러웠다.

경사도를 따라 덜커덩대며 천천히 내려가는 빈티지한 느낌의 푸니쿨라.

불안하거나 무섭지도 않았다.

속도도 느린 데다 탑승 시간도 불과 2~3분이었으니 오히려 심심하고 밋밋했다.

케이블에 연결되어 도로 위 선로를 오르내리는 전동차가 선로를 이탈하고 전복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온통 최첨단으로 새딱하게 갈아치우는 것보다 낡은 나무재질이 더 운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사고가 나니 내구성 약한 내장재가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한다.

사고가 난 푸니쿨라는 당일 아침에도 안전점검을 받았다는데.

지금까지 한 번의 사고도 없었으니 앞으로도 별 문제없을 거라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사고가 나면 안전불감증을 말한다.

원인 진단과 재발 방지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피해는 돌이킬 수가 없다.


뉴스는 사망자와 부상자의 숫자를 집계하며 사고의 참상을 알린다.

그 건조한 익명의 숫자는 저마다의 삶을 살던 사람이며 또한 누군가의 가족이다.

그날 그 시간 그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

비보를 듣고 먼 거리를 갔을 가족들의 마음은 차마 헤아리기도 힘들다.


외국여행이 특별하지 않은 요즘, 수많은 여행기가 또 다른 여행의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성벽에 닿을 만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트램을 타는 즐거움'으로 종종 언급되는 리스본의 도심 트램.

그 즐거움은 바꾸어 말하면 '성벽에 부딪힐 수도 있는 위험'으로도 읽힌다.

지금 되짚어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인생사는 미리 보기가 안되니 장차 벌어질 일을 미리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사고 예방은 미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인다.

여행기 또한 가볍게 쓰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많은 사람이 읽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는 읽고 참고할 수 있으므로.

이전 17화#17 포르투 3일차-수비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