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포르투 3일차 - 팁

모로정원 카페에서

by 카이저 소제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언덕아래 도루 강변으로 내려갔다.

모로정원의 일몰을 보기 위해 저녁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한다.


3월의 포르투는 날씨 변덕이 심하다.

어둑한 먹구름이 걷히더니 퍼붓듯 내리쬐는 볕.

눈부시다 못해 태울 듯이 따갑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도 눈이 부시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우산만 챙기고 선글라스는 숙소에 두고 온 딸.

오만상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이마께를 감싸고 있다.

도루강가에는 선글라스를 파는 옹색한 노점상들이 꽤 많다.

숫제 어깨에 매대를 걸고 다니며 호객을 하기도 한다.


" 선글라스 하나 살까봐."

" 금방 해가 질텐데?"

잠시 실갱이를 하다 결국 가까운 선글라스 노점 앞으로 갔다.

햇볕은 확실히 가릴 것 같은 새까만 렌즈의 선글라스를 집어들었다.

40 유로란다. 우리돈 6만원 쯤.

비싼 건 차치하고 너무 새까매서 어색하다.

'너무 까매서 별로'라는 우리말을 눈치껏 알아들었는지 렌즈 색이 옅은 것을 권한다.

이번 것은 자그마치 50 유로.

관광지 상인들은 관광객들 가방에 현금다발이 들어있는 줄 아나보다.

아니면 죄다 바보 천치로 알거나.

너무 비싸다고 말하니 가격 흥정은 생각지도 말라는 듯 입에 지퍼 잠그는 시늉을 연거푸 한다.

깎아볼 요량으로 현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근처 현금 뽑는 곳으로 같이 가자며 숫제 앞장을 선다.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돌아서려는 찰나, 20유로를 숨벙 깎아주겠단다.

좀 더 깎을 수 있을 듯 한데 딸은 씩둑깍둑 가격 흥정을 불편해한다.

결국 30유로에 조잡한 뿔테 선글라스 하나를 구입했다.


선글라스를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먹구름이 몰려온다.

우리 돈 4만 5천원 쯤의 선글라스를 유용하게 쓴 시간은 대략 십여 분.

내심 돈이 아깝다만 이 또한 여행의 추억이라 퉁치기로.

앞으로도 쓸 일 없을 선글라스는 지금도 서랍장 안에 모셔져있다.


먹구름으로 사위가 어둑해지니 괜시리 마음이 바쁘다.

동 루이스 다리 1층을 건너서 모로 정원으로 서둘러 가기로 했다.

다리 위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차분한 아침과는 사뭇 다른 들뜬 분위기다.

다리가 끝나는 곳,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쏟아진다.

버스킹 공연을 하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이 한 덩어리로 흥겹다.

무리에 낑겨서 구경하며 박수도 쳐보는데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마냥 어색하고 어줍잖다.


굽이도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서 모로정원에 도착.

갈증이 나서 모로정원 바로 앞에 있는 카페로 갔다.

통창으로 도루강변이 내려다보이는 목좋은 카페다.

예상대로 자리가 없어서 잠시 대기.

다행히 빨리 자리가 난다.

나는 시원한 레모네이드, 딸은 뜨거운 에스프레소.

갈증이 나던 차라 단숨에 쪽쪽 들이킨 후 얼음 가득한 컵을 손바닥으로 덥히며 더 마실 것을 녹여내고 있었다.

발이 닿지 않는 높다란 의자는 편하지 않고, 창문밖 길어지는 대기줄도 신경 쓰이고, 견고한 각얼음은 더디 녹아서 더는 마실 것이 없었다.


딸이 화장실에 간 사이 주섬 주섬 짐을 챙기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온다.

카드 결제 기기를 내밀며 화면을 보여준다.

"팁은 10%를 줄 건가요 ?" 라고 묻는다.

팁을 줄 건지를 묻는 것도 어색한데 대놓고 10%를 줄거냐니.

기기 화면 위에는 이미 팁 10%에 체크가 되어 있다.

팁을 주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0%, 5%, 10%, 15%...


식당에서 거스름돈을 팁으로 남기는 경우는 종종 있다.

카드 결제의 경우 거스름돈이 없으니 미리 팁을 언급하나 싶기도 하다만, 대놓고 팁을 요구하는건 처음이다

미리 금액에 체크하고 그만큼 줄거냐고 묻는건 지나치게 무례하다.


팁 퍼센티지 숫자를 보며 짧은 고민.

마음 같아서는 0%에 체크를 하고 싶다만, 화장실에 있는 딸이 마치 인질삼아 잡힌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 사용료라 생각하고 5%에 체크를 했다.

5% 팁 포함 결제를 마치고 발이 닿지 않는 기다란 의자에서 폴짝 뛰어 내렸다.


10%의 팁을 원했는데 절반만 줬으니 나름 선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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