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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책 읽기-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 단지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by 카이저 소제

좋은 책이다.

일단 재밌고 게다가 유익하며 심지어 사고의 확장과 발상의 전환이 아울러 생기는 듯하다.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듯한데, 기분 나쁘기는커녕 유쾌하고 속 시원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거나 안다고 믿었던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이론 및 가설과 사회적 담론을, 저자 특유의 입담과 박학지식한 논리로 까뒤집어 놓은 때문이리라.


제1부 인지혁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뒷담화 기술>이다.

지금의 인류의 선조가 된 사피엔스 종이 여타의 포유류와 달리 사회를 구성하고 거대한 문화를 일굴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뒷담화 기술>을 들고 있는데, 뒷담화 기술이란 단순한 신호나 호르몬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과 달리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을 통한 여론을 조성하고 여론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축의 시대>에서 저자 < 카렌 암스트롱>이, 인류문화의 진전을 인간의 공감능력의 진전과 연관하여 설명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하라리는 카렌 암스트롱보다 훨씬 더 앞서서 선사시대 원시인의 삶에서 뒷담화기술을 끄집어내고 있으니 그 창발적인 생각이 놀랍기 그지없다.


제2부 농업혁명은 기존의 세계사적 경제사적 관점이 뒤집힌다.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 생긴다고나 할까.

농업혁명이 갖는 익히 알고 있는 의의, 즉 정착생활과 농경 목축의 시작이 잉여자본을 잉태하는 바 이는 곧 사회계급질서를 낳고 이렇게 태어난 계급질서는 거대한 민족과 국가를 양육하는 바..어쩌구 저쩌고가 일거에 깨지는 발상의 전환이다.


농업과 목축의 정주문화는 곧 인류의 무한 노동력의 투여라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는 하라리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이는 곧 시간단위로 쪼개어 하루를 살아가는 부품화된 개인들의 삶도 아울러 생각해 보게 된다.


제3부 인류의 통합에서는 <상상의 질서>를 만나게 된다.

돈(상인), 국가(정치인), 종교(사제)가 모두 인간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자유며 평등이며 인권이며 페미니즘이며 저항문학이며 민족주의 기타 등등의 것들이 실상 실체 없는 상상 속 허구 일수 있다는 것.

이런 상상의 질서를 서로 인정하거나 인정하는 척하며 인류문화가 지탱되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너와 나의 상상이 모여서 질서를 만들면 상부구조와 하부토대를 아울러 만들 수 있다니..


제4부 과학혁명은 <되먹임 고리>의 연속이다.

권력은 자본을 연구에 투자하고 연구성과는 권력에 자본을 벌어다주고 그 자본은 다시 연구에 재투자된다.

과학기술이 제국의 발전에 기여하고 제국의 발전은 식민지 수탈로 거대자본을 취하고 그 거대자본은 다시 과학투자로 이어지는 끝없는 순환..이것이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는 알 수 없다. 하라리 식으로 말하자면 알 필요도 없다.

그냥 그러하다. 건조한 객관적 서술.

그러하다.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느낀 점은 시간차를 두고 좀 다르다.

읽을 때는 <재밌어 죽겠다> < 정말 똑똑한 사람이네> <대단히 놀랍다>였다.

토론을 할 때는 < 하라리의 논리에 논리적 자가당착이 보인다 > < 지나치게 냉소적인 입장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세게 들었다.

지금 독후감을 쓰면서는 < 하라리는 왜 자신의 책에 반론이나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지 무지 궁금할 것이다>는 생각이 휘리릭 든다.


하라리 스스로 책의 부제에서 밝혔듯이..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이라고 쓴 책인데..

그러니까 <위대한 결론>이 아니라 <위대한 질문>을 던졌을 뿐인데..

왜 많은 사람들은

<질문>을 <답>으로 여기고 환호하기만 급급한 것인가..궁금해진다.

아마 <위대한> 질문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라리, 끝끼지 영리한 녀석..질문이라고 눙치고 더러 보이는 논리적 비약을 다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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