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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May 10. 2024

연필 다섯 자루를 깎으며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써요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샤프가 금지당했다. 글씨가 안 예쁘다는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였던 것 같다. 어쨌든 연필을 매일 깎아 학교에 가져가야 했다. 매일 아침 선생님께서 검사까지 하셨다. 당연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전혀 쓰지 않았다. 가끔 병원에서 굴러다니는 연필들을 봐도 요새 누가 저걸 쓰나 하며 지나쳤다.


요새는 펜도 지워지는 것이 많은데 굳이 연필을 쓰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나도 그냥 펜을 쓰거나 지워지는 펜을 쓴다. 그러다 책 수정을 하면서 연필을 써봤다. 병원 곳곳에 굴러다니는 연필을 곱게 깎았다. (노란 연필,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그 연필 맞다.) 고이 그 연필을 들고 종이 위에 수정할 내용을 다시 썼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너무 좋았다. 무척이나 성능이 떨어지는 구린 지우개까지 꼭지에 달려있어 굳이 그 지우개로 지워가며 계속 썼다. 너무너무 좋았다. 이 좋은 연필을 왜 그동안 쓰지 않았지 의아해하며. 게다가 수정이 끝나고 교정을 볼 때는 아예 글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교정을 봤다. 세상에 몇 백번을 봐도 보이지 않던 오타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글자 하나하나 밑에 줄을 치니 연필이 금세 닿기 시작했다. 하나로는 부족해 다섯 자루를 한꺼번에 깎고 당직실과 중환자실 데스크를 왔다 갔다 하면서 교정을 보았다.


앞으로도 연필을 자주 쓰게 될 것 같다. 아이들 때문에 집에도 연필이 넘쳐나긴 한다. 매일 봐도 아무 감흥이 없더니. 이제는 연필을 보면 반갑다. 사각사각 그 감촉과 소리가 생각나 빙긋 미소가 피어난다. 내 아이들도 나처럼 언젠가는 연필을 다시 쥐고 애정을 담아 쓰는 날이 올 것만 같다. 그날이 나보다는 일찍 왔으면 좋겠다.


덧. 곧 두 번째 책이 나옵니다! 기대해 주세요:)

첫 번째 책이 궁금하시다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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