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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Jul 06. 2024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

시차적응에 실패한 당직서는 의사의 마음

시차적응. 완벽히 실패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 첫날 심사숙고한 약을 고르고 용량을 결정했다. (그래봤자 멜라토닌과 부작용으로 잠이 오는 알레르기약일뿐이다.) 그리고 아주 푹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브라이언의 힘찬 목소리로 강제 기상했다.


'우와, 약 효과가 정말 좋네. 시차적응이 바로 되다니!'


작년에 한국에 다녀오고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거의 좀비 같은 상태로 2주 이상 버티다 결국 멜라토닌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곤 금세 적응이 되어 이번에도 그래야지 하며 한국에 갈 때도 약을 준비해 갔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적응이 되어서 여러 일정을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오기 며칠 전에는 한국 시간에 완벽히 적응해서 오면 고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시차적응 부적응기가 시작되었다. (단 하루 잘 잤다고 시차적응 됐다고 좋아한 벌일지도 모른다.)


01:30


마의 시간이다. 새벽 한 시 반만 되면 깨어서 잠이 오지 않는다. 게다가 당직을 설 때에는 아예 잠이 오지 않는 게 아닌가. 차라리 바쁜 당직날이 고마울 만큼 잠이 오지 않아 괴롭다. 오자마자 당직을 이틀에 한 번씩 서서 더욱더 시차적응 실패에 핀 불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밤새 병원에서 못 자고 일을 하거나 당직실 침대에 누워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집에 와서 하루종일 잘 때도 많았다.


하지만 여름 방학이라 캠프에 보내기 미안해진 엄마는 당직 후 아이들을 보기로 또 도전했다. 오죽하면 내가 잠이 들어 벨라가 브라이언 낮잠 재우기까지 했다는 데에 놀랍기도 하지만 미안하기 그지없다. 이제는 시차적응에 포기를 해야 하나 싶다가도 어서 적응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잘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못 자는 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으니.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이제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로 읽다가 다시 잠을 청하다가를 반복하다 이제는 그냥 계속 읽는다. 그렇게 읽은 책이 벌써 열 권이 넘어가고 있다. 여러 종류의 책을 읽다 보니 갑자기 또 불끈하고 욕심과 욕망이 샘솟기 시작했다. 누워서 책을 읽고 뒤척이다 불을 켜고 컴퓨터를 컸다.


미리 써놓은 글 중, 어떤 것을 골라 연재를 해볼까 하다 그냥 지금 내 마음을 두서없이 적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쓰고 있다, 이 글을.


개인적으로 육아 여행 에세이를 기획하고 초고를 마쳤다. 좋아하는 출판사 몇 군데에 투고라는 것도 해보았다. 물론 다 거절당했음을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책이 이 육아 여행 에세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조만간 기획서를 다시 쓰고 초고를 새로 다시 써보려고 한다. 어차피 잠도 안 오는데 생산적인 일을 하면 잠 안 오는 괴로움은 덜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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