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최악의 선택이다. (Feat. 가성비의 시대)
결혼정보업체 대표들의 유명세.
결혼정보업체 대표들의 유튜브 채널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의뢰인의 스펙을 공개하고 평점을 받는 내용이 주요한 재미 요소인데, 외모뿐만 아니라, 학력, 나이, 부모님 노후준비까지 아주 세밀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세부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를 한다.
나는 결혼한 지 8년이 되었고, 결혼 전 후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내가 결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 와이프, 구 여친이 내 직업, 직장, 모아둔 돈을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깐깐하게 따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두리뭉실하게 잘 좋게 지내려는 성격이라 나처럼 추진력 있고 근성 있게 밀어붙이는 기질을 보고 '이 사람이면 책임감 있어서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결혼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도 미래의 배우자가 깐깐하게 조건보고 가와 결혼한다고 했다면 그냥 혼자 살 생각이기도 했다.
우리 부부는 부모님이 주신 결혼 자금과 모아둔 돈을 합쳐, 12평 정도 되는 빌라 전셋집에 들어갔다. 절반 정도의 대출을 포함하면, 1.95억 원에 우리의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들이 많았고, 지금은 그래도 서울 동작구에 자가로 거주하고 있으니, 재테크를 제법 잘 한 편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원 소속이지만, 쇼핑몰을 2개 운영하고, 부동산 투자, 주식 투자도 하는 엔잡러의 표본이 되었다. PDF 전자책 출시, 온라인강의, 유튜브 채널도 시작했으니, 그냥 하루도 쉴 날 없이 억척 스래 살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결혼할 때, 즉 8년 전에 평가를 받았으면, 아마 결정사 가입이 안 되었을 듯하다. 1.5점 정도 됐을 듯싶다. 당시 5명밖에 되지 않는 직장에 근무한 지 2-3년 밖에 되지 않아서, 연봉은 3000만 원 대였고, 모아둔 돈도 별로 없고, 자차도 없고 회사차를 암묵적 용인 하에 몰래 끌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도 참 건강한 몸뚱이 하나밖에 없었나 보다. 그런 조건에도 결혼해 준 와이프가 고맙기도 하다. (말로만이라도..)
본론으로 돌아와서, 인스타, 유튜브 등 각종 매체들을 통해 정말 쉽고 비교적 정확하게 간접경험과 평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직업이 얼마나 버는지, 온라인쇼핑몰은 잘 되는지, 부동산 경매는 어떤지, 공인중개사는 얼마를 버는지, 삼성전자 올해 성과급이 얼마 인지, 10만 유튜버가 얼마를 버는지, 까지 정말 이렇게나 정보가 공개되어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이렇게 모든 것들을 쉽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세상에서, 결혼이라는 상품은 최악의 선택이다.
금쪽이, 결혼지옥, 이혼숙려캠프, 나는솔로돌싱특집, 등을 보면 왜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의 명분은 차고 넘친다. 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 이혼한 연예인들의 사례를 통해서도 결혼은 너무 큰 리스크 일뿐, 그다지 즐겁지 않은 선택 사항일 뿐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이보다 더 못한 선택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가심비 측면에서 보면, 꽤나 괜찮은 인생의 선택지 중 하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최악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만, 예를 들면 사기 결혼, 외도, 도박, 마약 등, 요즘 세태를 보면, 돌싱 정도는 뭐 낫배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오히려, 중년에는 아예 안 다녀온 사람보다, 한번 다녀온 사람이 더 낫지 싶기도 하다.
결혼, 출산, 육아라는 삶의 선택과 여정이 교환가치로서의 평가에서는 나쁜 선택일 수 있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나를 위해 온전히 쓴다면 말이다. 그러나, 사용가치로서는 보람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희로애락과 애환이 함께 하는 의미 있는 인생 여정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을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로서 결혼은 어떤 선택지일까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