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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이 언니 Feb 17. 2020

엄마는 나보다 확진자가 중요해?

여섯 살 딸아이의 어록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 우리 딸.
어려서부터 말을 제법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정말 기상천외한 화법을 구사한다.

요즘은 만사를 제쳐두고

코로나 확진자 뉴스에 집중하자,

뉴스를 보는 나를 향해

"엄마는 나보다 확진자가 중요해?"라며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몇 번이나

도리질했는지,

귀여운 질문에 웃음만 나왔다.


여기서 잠깐,
살짝 적어보는 6세 딸내미의 어록들.

1.
엄마, 티브이 오래 보면 아빠처럼 바보 된다~?!!

(텔레비전 많이 보면 바보 된다는 말을 시니에게 했었나 봄. 어느 날 내가 텔레비전을 보고 자기랑 안 놀아주자 죄 없는 아빠 소환하며 바보 된다 협박)

2.
엄마, 죽지 마세요.
엄마가 죽으면 서현이 밥은 누가 해줘요.

(죽음에 대해 알기 시작하며 자기 전에
죽으면 어디 가냐 어찌 되냐 묻곤 하는데...
결론은 자기 밥해줄 사람 없어서 엄마 죽으면 안 됨
할머니네 혼자 가서 먹냐며 기승전 밥)

3.
엄마, 아빠랑 나랑 셋이 동생 만들자.

(아빠 씨, 엄마 씨가 만나 아기가 태어난다는 책을 본 이후, 동생 타령을 하며 다 같이 동생을 만들자함.
동생은 아빠랑 엄마 둘이 있을 때만 만들 수 있다 하니 그럼 방법을 생각해본다고 하고는 10분 거실에서 놀고 와서는 아빠 씨 엄마 씨 만났냐고 함.
안타깝게도 못 만남)

4.
장난감 어디서 가져왔어?
ㅡ 아빠랑 쓰레기통에서 주워왔어요~!

(재활용 물건에서 괜찮은 장난감을 발견하고 아빠와 가져온 날. 재활용품의 개념을 모르니 계속 쓰레기통에서 가져왔다며 신나서 말함.
제발 어린이집 가서는 말하지 말라고 함ㅎㅎ)

5.
엄마 바이킹 탄 게 생각나서 잠이 오지 않아.
엄마는 무슨 생각해?

ㅡ 졸려

졸린 생각?
그것도 나쁜지 않네

(그냥 웃김)

6.
엄마 수술해서 나를 낳았어?
내가 태어나서 기뻤어?

(가끔 마음이 찡해지는 질문들을 함.
너무 기뻤지만 마취가 덜 깬 채로
딸아이를 보고 한 첫마디는
'선생님 아기가 왜 이렇게 못생겼어요?'
였다고 함.
차마 이 말은 못 함ㅎㅎ)

7.
엄마 나 사랑해?
엄마는 나를 가짜로 사랑하는 거 같아~
하나님이 좋아, 내가 좋아?

(재우려고 하면 내 사랑이 진짜냐며
가짜 아니냐며 질문공세)

8.
나는 엄마 닮았어요!
아빠 안 닮았어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아빠 닮았다 하니,
울면서 엄마 닮았다고 말했다고.
미안하지만 누가 봐도 아빠 닮음ㅎㅎ)

9.
엄마 찌같아~

(외할아버지를 찌라고 함.
온데간데 무조건 머리숱 없는 할아버지 보면
찌라고 함. 아빠...ㅜㅜ)

10.
엄마 영어 사람이야~!

(버스 탔는데 외국인 보고 손가락질하며
영어 사람이라고 소리침.
영어 사람은 맞는데 손가락질하면
영어 사람 기분 나쁘다고 하지 말라고
말리느라 힘듦)

이 외에도 아이를 재울 때, 아빠가 안방에 들어가면
'아빠 또 혼자 과자 먹나 봐~',

시댁에서 잠시 외출하고 돌아오면
'아빠 엄마! 두 개 중에 한 개만 가!
두 개다 나가지마!' 등,

생각지도 못한 귀여운 말을 하곤 한다.
또, 우리 딸이 오늘은 어떤 말들을 들려줄까.
기대로 시작하는 하루.. 는 뻥이고
오늘은 잘 일어나서 어린이집 기분 좋게 가주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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