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주문할 때,
당일 배송과 익일 배송 중
원하는 배송을 직접
체크해서 선택할 수 있다.
언제나 주문한 책을
빨리 받아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당일 배송을 선택하는데 ㅡ
우리 집은 마지막 코스인지
저녁 9시가 넘어 택배가 도착하곤 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배송물량이
더욱 많아졌을 터,
10시가 넘어서도 배송이 된다.
대면접촉은 최대한 피하는 추세로
택배 기사님은
책이 담긴 택배박스를
우리 집 현관문 앞에 두고는
딩동 ㅡ 벨을 누르고 가시는데
오늘도 8시에서 10시 사이에
책이 도착할 거라는 문자를 받고
아이가 있으니,
벨을 누르지 말아 주십사
부탁 문자를 드렸다.
(보통 아이는 잘 시간에 벨이 울려서
놀라겠지만, 우리 집 어린이는 누가 온 거냐며
들뜨며 기뻐하기 때문에...)
"네. 10시 30분쯤 들어갈 것 같아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쉬세요."
기사님의 답장을 보고
괜찮다고, 11시까지도 괜찮다고
수고가 많으시다고
다시 문자를 넣어드리고는
생각해본다.
근데...
그러니까...
그게...
왜 죄송하세요?
저녁 10시 30분이라는 시간이
시간으로는 늦은 시간처럼 보여도
기사님은 최선을 다해
택배를 배달한 시간이 그 시간인데
응당 주문한 책을 꼭
당일로 받아봐야 할
급한 이유가 있지도 않으면서
습관처럼 당일배송에 체크를 해서
늦은 시간까지
당신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나 같은 고객이야말로...
미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나는 당일배송으로
책을 시켰다.
그리고 오늘이 다 가기 전에
책을 받았다.
그러니
늦은 시간임에도
당일배송의 약속을 지켜준
온라인 서점과
택배기사님을 봐서라도
꼭 내일이 되기 전에
주문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펼쳐서 보기라도 해야할 것 아닌가)
택배기사님의 문자를 보고
처음으로 소비자의 책임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책을 주문할 때는
습관처럼 당일배송에 체크를 했다.
다음날까지 로켓으로 배송된다는
생필품을 주문할 때도
오전 7시 배송과 그 이후 배송 중
'빠른 게 좋지'라며
오전 7시 배송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늘 생각했었다.
아니 당연히 빠른 게 좋은데
왜 선택하라고 만들어 놓은 거지?
오늘에서야 답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당일 배송을 해줄 수 있다,
오늘까지 꼭 받아야 하는
상품이라면 가능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익일 배송을 선택해도 좋다는
무언의 부탁 아니었을까?
그러니...
택배 기사님 ㅡ
늦어서 죄송하지 마세요.
늦게까지 수고스럽게 해 드린
제가 더 죄송합니다.
그 수고스러움을
오늘에서야 알게된
제가 훨씬 더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