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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이 언니 Mar 06. 2020

늦어서 죄송하지 마세요.

To. 택배기사님


책을 주문할 때,

당일 배송과 익일 배송 중

원하는 배송을 직접

체크해서  선택할 수 있다.


언제나 주문한 책을

빨리 받아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당일 배송을 선택하는데 ㅡ

우리 집은 마지막 코스인지

저녁 9시가 넘어 택배가 도착하곤 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배송물량이

더욱 많아졌을 터,

10시가 넘어서도 배송이 된다.


대면접촉은 최대한 피하는 추세

택배 기사님은

책이 담긴 택배박스를

우리 집 현관문 앞에 두고는

딩동 ㅡ 벨을 누르고 가는데


오늘도 8시에서 10시 사이에

책이 도착할 거라는 문자를 받고

아이가 있으니,

벨을 누르지 말아 주십사

부탁 문자를 드렸다.


(보통 아이는 잘 시간에 벨이 울려서

놀라겠지만, 우리 집 어린이는 누가 온 거냐며

들뜨며 기뻐하기 때문에...)


"네. 10시 30분쯤 들어갈 것 같아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쉬세요."


기사님의 답장을 보고

괜찮다고, 11시까지도 괜찮다고

수고가 많으시다고

다시 문자를 넣어드리고는

생각해본다.


근데...

그러니까...

그게...

 죄송하세요?

저녁 10시 30분이라는 시간이

시간으로는 늦은 시간처럼 보여도

기사님은 최선을 다해

택배를 배달한 시간이 그 시간인데


응당 주문한 책을 꼭

당일로 받아봐야 할

급한 이유가 있지도 않으면서

습관처럼 당일배송에 체크를 해서

늦은 시간까지

당신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나 같은 고객이야말로...

미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나는 당일배송으로

책을 시켰다.

그리고 오늘이 다 가기 전에

책을 받았다.


그러니

늦은 시간임에도

당일배송의 약속을 지켜준

온라인 서점과

택배기사님을 봐서라도

꼭 내일이 되기 전에

주문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펼쳐서 보기라도 해야할 것 아닌가)


택배기사님의 문자를 보고

처음으로 소비자의 책임감

느꼈다..


지금까지 책을 주문할 때는

습관처럼  당일배송에 체크를 다.

다음날까지 로켓으로 배송된다는

생필품을 주문할 때도

오전 7시 배송과 그 이후 배송 중

'빠른 게 좋지'라며

오전 7시 배송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늘 생각했었다.

아니 당연히 빠른 게 좋은데

왜 선택하라고 만들어 놓은 거지?


오늘에서야 답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당일 배송해줄 수 있다,

오늘까지 꼭 받아야 하는

상품이라면 가능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익일 배송을 선택해도 좋다는

무언의 부탁 아니었을까?


그러니...


택배 기사님 ㅡ

늦어서 죄송하지 마세요.

늦게까지 수고스럽게 해 드린

제가 더 죄송합니다.


 수고스러움을

오늘에서야 알게된

제가 훨씬 더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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