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남편을 혼자 재운다
어쩌면 이기적인
결혼 5년 차.
여섯 살 딸아이는 감기로 친정 부모님 댁에 가고, 모처럼 남편과의 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무언가를 같이 하기보다는
꼭 같이 하지 않아도
한 공간에서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며
그저 쉬어 본다.
오늘은 기다라한 패브릭 소파에 둘이 누워
나는 방콕 전문 여행 책을 읽고,
남편은 아이패드로 게임을 했다.
게임은 배틀그라운드라는 총 게임.
슝 슝 ㅡ 게임 속의
총 쏘는 소리와
방콕의 볼거리나 먹을거리를
소리 내어 읽는 내 목소리가 섞인다.
그러다 문득 남편은
요즘 즐기는 이 게임에는 대화 기능이 있어서
게이머들이 육성 대화를 나눈다며
대화를 들려준다.
변성기가 되지 않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목소리.
서로 인사도 나누고
작전도 짜는 것 같다.
신기하고 재밌다.
그런데 갑자기 들리는 소리.
"아~진쫘~ 긴장 좀 허자?!"
딴짓하느라 분발하지 못한 우리 남편이
한소리 들은 것이다.
하하하
같은 팀 초등학생 멤버에게
따끔하게 혼난 서른다섯 살짜리 남자는
그 후로 눈에 불을 켜고 게임을 하더니
마지막에는 결국
"역쉬~ 잘해쒀~!!"라는 칭찬을 들었다.
남편에게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참 모르는 요즘.
게임하다가 따끔하게 혼도 나는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아서 반가웠고 ㅡ
너무 웃기다며,
함께 웃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려하는 남편을 나는 스윽 홀로
침대로 보내버린다.
거실에서 책을 읽다가 누워버린 그대로가
참 편하기도 했고,
잘 때라도 온전히 혼자 쉬고 싶다는
바람도 있고,
치명적으로는 코 고는 남편의 옆에서는
신혼 때부터 깊게 잠들지 못했던
내 예민함 때문이기도 하다.
남편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꼭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TV를 보거나 ㅡ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탱크가 충전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집을 비운 오늘 같은 날도,
홀로 자게 하는 것이
적잖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잠시라도 혼자 쉬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니
양해를 구하는 방법밖에는 없지 않은가.
누가 들으면
"그래서 혼자서 뭐 대단한걸 한다고
남편을 외롭게 해?"
할 수도 있는데...
그냥 혼자 멍하니 천장 구석을 응시하거나
오늘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거나, 하는
비생산적인 일을 하곤 한다.
비생산적이지만
이 충전의 시간이 없다면
종국에는 내 에너지가 모두 고갈될 테니
내 삶에서는 없어져서는 안 될 순간이다.
(그리고 그걸로 외로웠으면
진즉에 나랑은 못 살 남편이었다.)
오늘은 ㅡ
머리맡에 읽던 책을 놓고
거실 매트에 한쪽 귀를 대고
조용히 누워있었다.
아랫집의 TV 소리인지, 사람 소리 인지 모르는
웅성거리는 얕은 소음이 들려왔다.
웅ㅡ웅.
그저 저 아래에도 누군가가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몰래 듣고 싶고 그런 건 아니랍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거실에서 자야지, 하고는
이불과 베개를 챙겨 나와서는
편하게 퍼져서는 또깍또깍
어설픈 글을 써본다.
미안한 마음도 잠시,
남편은 오늘도 누운 지 5분 만에
잠이 들었는지 코를 골고 있으니
더욱 행복해지는 혼자만의 잉여시간이다.
같이 살아가기 위해 결혼을 했지만
늘 같이 있을 수만은 없다.
많은 시간을 서로에게 맞추어주되
나만의 독립된 공간과 시간을 갖는 것도
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오래 잘 살기 위해서
앞으로도 종종 혼자 잠들 생각이다.
어쩌면 이기적인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