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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Aug 25. 2022

대퇴사 시대, 퇴사는 언제 해야 하는가?

30대 프로이직러의 커리어 이야기

대퇴사 시대(Great Resignation)가 링크드인 타임라인에 자주 언급되고 잊을만하면 미국발 기사로도 한국 언론에 소개되는 퇴사 러시, 과연 다들 퇴사는 언제쯤 결심하고 실천하는 걸까?


10여 년간 일곱 번 이직을 하면서 나름 '일'과 '퇴사'에 대한 나만의 정의는 가지고 있다. 특히 나에게 있어 퇴사는 '몸이 신호를 보낼 때' 미련 없이 떠나는 게 제1원칙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퇴사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고 잘 적응하고 일하면서 미래 계획들을 세우고 있는 점은 참고해 두시라. 


몇 달만에 퇴사 시기라는 주제로 글을 끄적이게 된 건 오늘 아침 눈을 뜰 때 나를 아주 힘들게 한 꿈 때문이다. 꿈의 배경이 되돌아봤을 때 Stop을 외치면서 캐리어 끌고 탈출했어야만 했던 그 공간이 등장했기 때문. 2년 안팎의 시간이었지만 입사 6개월 차에 분명 지금으로 치면 공황 증세였는데 그걸 무시하고 억지로 나를 밀어 넣으면서 멘털이 바사삭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꾸역꾸역 어둠의 시간을 보냈던 시공간이 꿈에 등장한 것이 분명 지금의 나에게 몸과 정신이 시그널을 보내는 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진 하루였다.


그 회사에 나보다 조금 윗 연배의 선배들이 정신과 상담을 다니면서 회사를 다닌다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듣기도 했었지만 남일 취급하며 나의 정신건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때가 있었다. 자다가 가위에 눌리는 나날이 많아지고 숨 쉬기가 힘든 순간이 드문드문 나오길래 6개월 휴가차 한국에 왔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전도 검사부터 심장 관련 검사들을 했지만 장기는 멀쩡 but 그 당시 의사쌤 왈 회사 그만둬라, 혹시나 걱정되면 정신과 소개를 해 주겠다고 한 코멘트까지 흘러 듣고 난 후 1년이 더 지나서야 그 회사를 그만두고 꽤 오랜 시간 방황을 했던 시간이 문득 떠오른다.


지금 흔히들 말하는 꼰대 유형은 축에도 못 낄, 수직적이고 군대식 문화의 노동법 개무시는 기본 까라면 까야하는, 성희롱 포인트들도 곳곳에 있었고 나쁜 건 다 모아 놓은 환경이었는데 그때는 너무 어려서 또 지금처럼 커뮤니티가 활발했던 시기가 아니라 내 목소리를 못 내었던 게 두고두고 한이 될 정도. 그 경력을 계기로 절대 네버 발도 들이지 않으리라 쳐다도 보지 않아야 할 조직문화 유형을 내 마음속 깊이 굳게 새기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각성. 회사를 선택하거나 커리어 선택의 순간에 놓인 사람들의 질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공유하게 되었다.


제1원칙은 정말 누가 뭐라 해도 건강이다. 내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조직을 위해 내 시간을 쏟을 이유는 없다. 급전이 필요하거나 대출금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다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경에 놓인다면 병원비가 더 들겠지. 


10여 년이 지나간 지금도 꿈에 등장하는데 나만 참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몸의 신호를 무시한다면 그 악몽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몸이 아니라는데 우기지 말 것. 그리고 회사보다는 '내 일'을 찾기 위한 여정으로 회사 생활을 이어 나갈 것! 나도 아직 열심히 찾아 나가는 중이지만 이제는 조직에 대한 큰 기대보다는 '나'의 목소리를 좀 더 중요시하는 쪽으로 마인드를 다독인다.


설악산 풍경


자잘한 거에 화내 봤자 내 속만 썩으니 내려놓자.

머리 아플 때 따릉이 타고 한강이나 달리면서 바람이나 쐬자.

화려해 보이는 것에 속지 말자.

반짝이는 거대한 회사 외관보다 운동복 차림으로 어디서든 생산적인 일을 해낼 수 있는 자유인이 되자.

선배들도 다 아는 게 아니다. 나의 촉과 성장 가능성, 에너지를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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