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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Jul 06. 2023

(1) 이제 그만하겠습니다. 8번째 퇴사를 선언하다.

30대 프로퇴사러의 홀로서기

브런치를 만들 때 콘셉트는 프로이직러로 방황하는 또래들에게 커리어 경험담을 공유하자는 게 취지였다. 하지만 프로이직러 타이틀보다는 조금 더 생소한 프로퇴사러 콘셉트를 이제는 살릴 때가 되어 오랜만에 새로운 글을 써내려 가봅니다.



또 질러버렸습니다. 8번째 퇴사 선언.


제 주변에서는 저보다 퇴사를 많이 경험한 지인을 본 적이 없기에 일단 지인피셜로는 제가 1등인 것 같습니다. 뭐 그게 자랑거리도 아니고 "MZ들이 참을성이 없어, 나가면 뭐 먹고살래" 등의 해묵은 멘트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결심이 섰을 때 Stop을 외칠 수 있는 나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존중합니다. 누가 뭐라든 때가 되었고 2010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커리어 여정을 짚어 봤을 때 케이스별로 질러버린 후 아쉬운 점들이 대부분 있었는데 이번은 Nope!.

꾹꾹 담아 오며 언제 터질지 모르던 한계에서 버튼을 눌러버리니 결심부터 퇴사 선언까지 급속도로 진행! 한 번 빼고는 단 한 번도 그다음 행보를 결정해 놓고 그만둔 적이 없었으니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는 2023년 하반기, 저는 백조로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었네요.



퇴사를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누굴 탓하겠습니까?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시키는 대로 결정했을 뿐. 사람을 탓하거나 조직을 탓해봤자 돌고 돌아 내 얼굴에 침 뱉기니 애써 핑곗거리를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8번의 퇴사데이터를 종합해 봤을 때 저는 아래와 같이 요약해 봅니다.


'나'를 잃어간다고 느낄 때

더 이상 나의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정말 쓸데없는 감정 소모로 회사에서 9 to 6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느껴질 때

다른 길을 개척해 보고 싶을 때 (그리고 어느 정도 확신이 섰을 때)




퇴사를 앞둔 나의 마음은?

마음 건강이 신체적 건강과 함께 아주 중요하다는 것 또한 지나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특히 지금 같으면 절대 억대를 줘도 덜컥 도전하지 않았을 법한 그런 공간에서 꾸역꾸역 버티다가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 공황 초기 증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몸과 마음의 신호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이젠 할 말 다 하며 누가 뭐라면 한방 날릴 줄 아는 멘털을 탑재했지만 그땐 그러지 못했던 기억을 항상 떠올립니다.


물론 불안한 마음이 있는 건 당연쓰! 그렇지만 하루하루를 쪼개서 할 일들을 이미 계획해 놓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보니 멍 때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매달 꽂히던 월급이 없으면 어찌 살 것인가 잠깐 불안했는데, 마음을 비우고 있다 보니 소소하게 몇 년 전에 N잡러 모드로 살 때 프리로 일하던 곳에서도 연락이 오기도 하고, 지난 세월 잡다하게 익힌 기술과 업력이 어딘가엔 써먹을 수 있으니 생활 유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불안감은 일단 저 멀리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퇴사하고 그대 이제 뭐 할 건가?

직전의 브런치 글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던 미국 대학원 석사 과정에 합격을 해서 8월 말부터 대학 졸업한 지 십수 년 만에 공부의 길을 들어서게 됩니다. 물론 온라인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영어로 수학, 프로그래밍을 동시에 커버해야 해서 일단 공부모드. 이것 때문에 사실 퇴사 선언에 거침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공부하는 분야의 현업에 있는 거니 서로 시너지겠다, 열심히 잘 다녀보자 모드가 불과 몇 주전이었는데 이제는 공부하면서 파트로 혹은 홀로서기로 거듭나 내 캐파를 키울 때다라고 마음이 돌아섰습니다.


그동안 밀린 책도 읽고, 수학 공부하며, 다이어트하고, 영어 실력도 늘리고, 생활 유지를 위한 소일거리 하면서 몇 달을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사이에 좋은 오퍼가 들어온다면, 다시 현업으로 나갈 수도 있는 거고요. 아니라면 현 회사 입사 전에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며 시도 잠깐 해보다 말았던 일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까 합니다.


이미 7월에만 참여하는 단톡방, 챌린지들이 5개나 됩니다ㅎㅎ 쉴 틈이 없어요.

독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환경에 나를 집어넣고 스스로를 다듬으며 그렇게 또 흘러갑니다.




아직은 퇴사 노티하고 오피셜 백조가 되는 시점이 몇 주 남은 터라 브런치 연재 구상만 일단 해놓겠습니다:) '프로퇴사러의 홀로서기(가제)'에 무슨 얘기를 풀어놓을지 정리해서 다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지인 왈, 너의 이야기는 몽골에서부터 시작해야해! 라고 하니 몽골 얘기부터 끄집어 볼게요ㅎㅎ



재독하고 있는 <유연함의 힘>에서 밑줄 그어 놓은 문구로 마무리합니다.



당신이 자신의 능력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가는 특정한 방향성을 만들어 낸다.

성장하려면 의식적으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START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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