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늘에서

by 김비주

그늘에서 보면 모든 건 깨끗해 보이지요

살짝 들뜬 먼지들까지

가까이 가서 손으로 만지지 않고는 알 수 없지요

그늘진 식탁의 꽁무니에 매달려온 오전

촉촉하고 은은한 반나절이 햇빛을 벗어나

그늘의 깊은 속내를 살펴보지요


이곳저곳 거실을 서성거리다

그늘에도 빛이 번지자

얼룩덜룩 놓친 자국들이 드러나네요

가끔 그늘의 온유함을 잊고 산 시간을

햇살 아래 빡빡 밀어내는 아침


따가운 햇살 받아

푸르름을 꺼내는 늦가을의 여밈이

조리개로 살아나는 화분 사이로

그늘 진 나무들의 진잎을 살피며

집안을 오랫동안 서성인 날

그늘의 시간이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생각을 좀 더 깊이 한 날

조용하다고

지나치지 마세요


빛에서 드러남이

그늘에서 감춰진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2022.11.17


생각이 든 지 삼일 만에 글을 쓰다.

밖으로 다니느라 이제 정리하다

긴 글감을 시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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