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각을 하는데 더 생각해야 하는 날들이다.
가치에 대한 가치체계를 흔든 실언들이 너무 난무해서
아주 우울하다.
그 반동으로 더 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내려고
노력한다.
그랬더니 그나마 다행히도 세계는 아직 견딜만하다.
그 견딜만한 것들은 작은 일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오늘 노숙하지 않아서 고맙습니다.
오늘 굶지 않아서 고맙습니다.
아프지 않아서 고맙습니다.
아프더라도 다행히 이길 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가져도 갖지 못했다고.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늘 털털거리는 귀한 분들이 이웃이 되지 않아 고맙습니다.
어둠과 추위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굶주림과 맞바꾼 길냥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그들의 당당함 속에 배인 고뇌가
문득 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였지 싶습니다.
집을 나가 외지에 있던 아들이 맘에 걸려 꼭 길냥이도 내 아이처럼 생각되던 날이 있었습니다.
엄마의 마음이란 게 <짚신 장수, 우산 장수> 이야기처럼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자식 걱정입니다.
비교적 다른 엄마들보다 덜 챙기는 나도 이런데, 엄마들 마음이야 오죽할까요.
오지랖처럼 보이는 엄마의 마음들이 자식을 키우는 것입니다.
오늘은 모처럼 가을비가 내립니다.
아이가 새로운 일자리에서 맞는 첫날입니다.
잠이 깨어 드문드문 생각을 엽니다.
엄마 마음처럼 휘어 당겨지지 않고 뚝 던지는 말에 상처도 많이 받지만 또다시 염려를 기울이는 그런 날입니다.
엄마, 어렵네요.
제 어머니도 그렇었겠지요?
2022.11.12
이른 아침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