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주
기쁨이란 내 안의 샘물이다.
요즈음 며칠째 은행 대출금리가 한 달 사이에 3%나 올라
무척 마음이 쓰였다.
들어오는 돈은 빤하고 내야 할 돈은 늘 넘치고.
이럴 땐 내 안의 모든 샘물이 말라버린다.
다달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시간이 힘들게 하지만
믿는다. 최소한으로 가계를 꾸리고 나에 대한 지출은
제로에 가깝게.
은퇴해서 처음 있는 돈으로 넘기다 지금은 거의 사투다.
힘들고 지친 시간에 평정을 갖는다는 건 내 안의 은혜다.
주신만큼 은혜로워지리라 믿는다.
난 범신론자이다.
가장 감동했던 책은 이젠 버리고 없다.
이십 대 마지막에 만난 우파니샤드였다.
모든 건 흘리고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모든 생명을
존중한다는 거였다.
다시 읽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아침의 이야기는 생각의 흐름대로 쓰는 경향이 있다.
딸의 이른 아침 출근을 확인하고, 아들의 서울 출타에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글을 쓰게 한다.
부엌으로 가다 마주친 연보라색 법랑 주전자, 저만큼 크기의 주전자로 세 번째이다.
결혼해서 10년 만에 한 번씩 바꾸는 셈이다.
첫 번째 주전자는 붉은색이었고, 두 번째 주전자는 스텐이었다.
아무리 닦아도 엄마만큼 빛난 주전자를 만들지 못해
드디어 바꾸기로 하고 산 주전자, 그 주전자를 얻고 정말 기뻤다.
정말 내가 원하던 연보라색 주전자가 내게로 온 것이다.
모든 걸 계획하고 아껴서 얻은 것은 큰 기쁨을 준다.
오늘 문득 부엌에 나갔다 그 순간이 떠올라 가슴이 환해졌다.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도 환한 일이 집안 구석구석에 있을 터인데
힘들고 어려움은 늘 있어 면역이 될 만도 한데, 가끔 이걸로
내 안의 샘물을 놓치진 말아야 하겠다.
202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