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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Jun 26. 2024

기억 소환

가끔은 오랜 상처들이 떠오르며, 모든 기억을 소환하는 때가

있다. 그 소환은 지금의 나를 위로해주기도 한다.

어제저녁놀은 정말 아름다웠다.

언제나 저녁놀은 아름답다. 애잔한 마음을 드러내듯이

한없이 펼쳐진 하늘엔 다하지 못한 말, 다 안 한 말들이

녹아 있다.

많이 아파서 기동이 어려워지고 자신의 생각 속에 가둔 언니의

요즈음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엄마의 언니인 이모는 엄마와 참 많이 닮았었다.

가까이 살아서 이모네 집에 놀러 가면 이모의 따뜻한 밥과

부엌 곁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뒷담을 따라서

걷다 가파른 둔덕을 올라 윗길로 올라서면 우리 집이 있었다.

우리 집 옆집 초록색 대문집엔 온 가족이 둥그런 상을 놓고 모찌( 찹쌀떡)를 빚었다.

가끔 가는 어린 나에게 모찌를 건네주던 그 집 오빠, 언니들

그 집을 나와서 맨 끝집에 다다르면 거기 살던 언니와 툇마루에

걸터앉아 아랫집 풍경들을 보곤 했다.

타지로 떠난 그 언니 오빠가 남긴 음악들을 들으며.

그 집이 한 길로 끝이면 그 옆집은 우리 집 골목 마지막 집으로 많은 꽃들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집 옆문을 통과하면 다른 길로 가야만 도달할 수 있는 이웃 동네의 집들이 있었다.

그 이야기의 일부가 시에 파편처럼 여기저기 박혀 있다.

이렇게 쓰다 보면 골목에 존재하는 모든 집들이 튀어나오고

어린 나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 좋은 기억의 잔재들은 새집을 지어 이사 가기 전까지

목포시 산정동에서의 기억이다. 초등 5학년 때까지이다.

이사 간 후엔 연동, 대성동 기억이 있지만

6학년부터 여학교 때까지의 기억은 칩거 중인 소녀였던 내겐

학교와 집을 오간 기억만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아직도 자라고 있는 어린 나는 꿈결처럼 달콤한 이 유년의

기억으로 가끔 시간여행을 하기도 한다.


2024.6.26 잠시 시간여행,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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